열혈 김영걸 태권도 전문기자, 뇌출혈 후 현재 근황은?

  

가평 노부모와 거주하면서 재활치료, 내년에는 현장에 복귀하고파


김영걸 기자는 뇌출혈로 쓰러진 후 2년 1개월 꾸준한 재활 치료로 나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콜롬비아 툰하에서 열린 제7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취재를 떠났던 김영걸 태권도 전문기자는 현장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생사를 넘나들기도 했다. 기적처럼 의식을 차려 2개월여 만에 국내로 이송됐다.

사고 소식을 들은 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김 기자의 회복을 바라는 온정들이 이어졌다. 또한 세계태권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 그리고 17개 시도태권도협회 등 태권도단체와 해외 한인 태권도지도자연합 등이 치료비에 보태달라며 성금을 전해줘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2년이 훌쩍 지났다. 김영걸 기자는 귀국 후 경희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집중치료를 받은 후 현재는 가평 부모 댁에서 지내고 있다. 본인 가족이 함께 살았던 분당 아파트를 매매해 모두 치료비로 보탰다. 지금은 매주 4회 병원치료와 장애인복지관에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더 나은 환경에서 치료를 하려해도 막막한 치료비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태권도 전문기자로 함께 활동했던 동료기자들이 김영걸 기자가 있는 가평으로 찾았다. 뜻밖에 방문에 김 기자는 매우 반갑게 맞았다. 혼자서 벌떡 몸을 일으켜 방문한 기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물었다. 전보다는 얼굴빛도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활동에는 제약이 많았다.

2년 1개월이 지난 현재 김 기자의 몸 상태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지만 혼자서는 거동을 할 수 없다. 대부분 시간을 침대에서 보낸다고. 뇌신경을 크게 다져 오른 쪽 마비가 여전하고, 발음 또한 정확하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시력을 잃어 글을 읽을 수 없다. TV는 형체만 대충 알아볼 수 있을 정도. 다행히 옛 기억은 매우 또렷했다.

이날 반가운 인사가 끝난 후 김 기자는 기자들과 옛 취재현장에서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꽃을 피웠다. 혹시나 해서 “그 때 그 OOO일 기억 하느냐”고 물으면 더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농담도 여전했다. 방문한 기자들에게는 건강관리를 잘하라고 재차 당부했다. 특히 술, 담배는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 기자는 “답답하다. 하지만 이만한 것도 대단하다. 콜롬비아에서 의사들이 내가 죽는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몸도 못 움직이지만, 계속해 치료를 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3년을 지나야 거동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올해까지는 휴식을 취하면서 치료를 열심히 하고 내년부터는 현장에 나갈 생각이다”고 재활 의지를 밝혔다.

지난 1년간은 거주지를 가평으로 옮긴 후로는 사실상 외부와 만남이 단절됐다. 자연스럽게 연락도 끊겼다. 이날 김영걸 기자의 휴대폰 문자에는 온통 전자업체와 대리운전의 스팸 문자로 가득 찼다. 말은 안 하지만 지난 1년 동안은 얼마나 외로웠을지 충분히 상상이 됐다.

김 기자는 쓰러지기 전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본인 가정뿐만 아니라 은퇴한 부모의 경제권을 모두 책임졌다. 그러나 그가 쓰러지면서 가진 모든 재산을 치료비에 쓰고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매달 50만원 안팎의 장애인연금으로 치료비와 세 가족의 생활비로 쓰고 있다.


쓰러지기 전 취재현장 선 김영걸 기자

김 기자는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1년 365일 중 절반 이상을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의 태권도 현장을 누볐다. 취재현장에서 쓰러질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2주 이상 혼수상태가 이어지자 현지 의료진은 가족들에게 사실상 사망통보를 했다. 현지에서 촬영한 CT를 본 국내 대학병원 의료진도 회생하기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보름여 만에 기적처럼 눈을 떴다. 몸은 마비돼 움직이지 않고, 시력도 잃었지만 소생의 의지가 강했다. 이후로 한 달여 이상 현지에서 목과 배에 호흡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튜브를 삽입해 치료가 이어졌다. 쓰러진지 2개월이 다 되어 국내로 이송됐다.

이 와중에 그는 죽을힘으로 가족에게 더듬는 말로 마지막 기사를 게재했다. 스페인 김정철-라우라 킴의 부녀동반 첫 세계품새선수권 우승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이것은 김 기자가 쓰러지기 직전 작성한 마지막 기사다.

이날 그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을 보며 “라우라가 스페인에 꼭 놀러오라고 했는데, 몸이 이래서 갈수 있겠냐”며 “가끔 서울에서 딸이 오는데 누워만 있어 미안하다. 빨리 혼자 걸을 수 있으면, 딸의 손을 잡고 산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한 번 기적처럼 눈을 떴던 김 기자와 재활치료로 또 한 번 기적처럼 일어서 다시 태권도 현장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김 기자가 투병생활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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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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