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년… WTF 조정원 총재, ‘호주머니 돈’ 탐내는 이유?

  

2020 패럴림픽 정식종목 채택 최대 목표, 재밌는 태권도로 친 대중화 선도 희망


WTF 조정원 총재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가 취임 10주년을 맞이했다. WTF 역사상 최초로 직선제로 선출됐다. 취임과 함께 그는 태권도의 더 넓은 세계화와 올림픽 종목으로서 경쟁력 있는 스포츠를 만들겠다며 강도 높은 개혁드라이브를 해왔다. 이 결과 핵심종목 선정의 최고 시험대였던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역대 가장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무카스미디어>는 취임 10주년을 맞은 조정원 총재를 10일 오후 WTF 본부 총재 접견실에서 만나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고 앞으로 계획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하나. 잊을 수 없는 2012 런던 올림픽

2012년 8월 1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2012 런던올림픽 태권도경기가 열렸던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 경기장 인근에 있는 한 호텔에서 파티가 열렸다. 파티의 주인공은 WTF.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아테네, 베이징 등 역대 네 번의 올림픽 중 가장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렀기 때문에 샴페인을 터트렸다.

대회가 폐막하고 마지막 기사를 송고하고 현지 대회를 취재하던 기자단이 파티장을 방문하자 조정원 총재는 “왜 이제들 왔느냐”며 와인 잔에 와인을 가득 채워 태권도의 대성공을 자축하자며 ‘원 샷’을 외쳤다. 그 순간 주위에 여러 WTF 임직원과 게스트들도 함께 축배를 들었다.

조 총재는 올림픽 개최 하루 전날인 7일 런던 피카들리 로열 에어포스 클럽에서 IOC위원과 NOC위원장, WTF 멤버들이 참석한 가운데 갈라쇼를 열고 성공적인 태권도 경기를 끝내고 제대로 된 축배를 들자고 했다.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나흘 내내 남자 헤비급 결승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마음이 편치 못했다.

조정원 총재에게 지난 10년 동안 총재로 재임하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좋은 일’에 대해 질문하자마자 “당연히 2012 런던 올림픽이다. 처음으로 판정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전자호구와 HD급 ENG 방송국 카메라로 비디오 판독을 관중과 전 세계 TV에 가감 없이 공개했다. 아쉬운 결과들도 있었지만, 선수와 지도자 모두 결과에 승복했다. 나흘 동안 단 한 건의 문제 없이 역대 가장 성공적인 경기를 치렀다. 특히 8개의 금메달이 8개국이 골고루 나눠 가져 태권도가 한국과 주요 국가의 독주가 아닌 평준화가 된 결과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깊은 생각에 빠진 조정원 총재


곧이어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작년 올림픽을 지키기 위해 2013년 2월 IOC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집행위원회를 지켜보며 보낸 일주일이 정말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은 태권도가 당연히 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만에 하나 집행위원회에서 태권도 빼는 결정을 내렸다면, 레슬링처럼 다시 들어갔을까. 불가능했을 것이다”며 “그래서 런던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 2월 IOC 집행위원회 의사 결정 지켜보는 순간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 좋은 결과가 있었음에도 그 해 9월 총회에서 최종 결론이 나는 순간까지도 힘들었다. 투표에 의한 결과를 내리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런던종합] 확 달라진 ‘태권도’… 올림픽 잔류에 ‘순풍’★

둘. WTF 개혁 핵심은 공정성과 재미, 개혁보고서 90프로 달성

취임하자마자 태권도계 전문가를 한 곳에 모이게 해 WTF가 변해야 할 사항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개혁위원회를 조직해 196페이지의 ‘개혁보고서’를 만들어 중단 없이 개혁작업을 진행해왔다. 100%는 아니지만 90% 이상 달성했다. 이러한 개혁 의지 덕분에 IOC에서도 인정해 2005년과 2009년 2013년 IOC총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재신임을 받을 수 있었다.

조정원 총재는 “WTF 개혁의 핵심은 공정한 판정과 흥미진진한 재미있는 태권도 경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알다시피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전자호구를 도입했다. 아직도 아쉬운 점은 많으나 대다수 국가에서 전자호구 경기를 희망한다. 그 이유는 노력한 만큼 그 결과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주요 이벤트에 심판들의 고과를 평가해 상위자에 한해 위촉을 했고, 그 결과 심판들의 역량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더불어 즉석 비디오판독을 시행해 더욱 투명한 경기운영을 할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이어 재미와 박진감 넘치는 태권도를 위한 노력에 매진했다. 취임 이후 이듬해부터 매해 크고 작은 경기규칙을 거듭했다. 잦은 경기규칙 개정으로 경기 전술이 바뀌다 보니 각국의 선수단은 불만을 제기했지만, 결과적으로 태권도가 전보다는 흥미롭게 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 전자호구 도입으로 인한 경기기술 퇴보와 앞발 공격과 방어로‘발 펜싱’ 현상은 앞으로 반드시 개선해야 할 숙제로 남기고 있다.

취임 전과 지금의 경기 룰을 비교한다면 180도 가까운 변화라 할 수 있다. 난이도와 상관없이 모두 1점이었던 득점이 최대 4점까지 있어 마지막 1초를 남기고도 역전이 가능해졌다. 대표적으로 차등득점제, 점수차승(12점) 도입, 경기장을 사방 12미터에서 10미터 8미터로 축소해 역동적으로 경기운영 유도, 태권도 경기장만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정사각에서 팔각으로 바꾸고, 미디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품새 경기복에 이어 겨루기 경기복 변화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조정원 총재는 “태권도가 무도라고 하지만 올림픽 종목이 된 이상 스포츠로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스포츠는 재미가 최우선이다. 관중과 시청자가 재미가 없으면 그 스포츠는 경쟁력이 없다. 태권도가 그래 왔다. 변화가 없으면 더 외면 받을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는 변화가 필요하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새로운 경기 룰이 적용될 것이다. 변화와 발전하지 않는 종목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고 계속된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왜 이렇게 경기 룰 변화에 집착하는지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재미가 없으면 안 된다. 올림픽 종목을 더욱 그렇다. 레슬링을 봐라. 어느 누가 올림픽 역사와 함께한 레슬링이 올림픽종목에서 퇴출당할 것이라 상상이나 했느냐. 결국은 재미가 없어 퇴출당한 것이다. 다시 들어왔긴 했지만, 태권도였더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올림픽 태권도가 계속 정식종목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미있게 계속 전 세계인에게 관심을 받는 게 유일한 힘이다”고 덧붙였다.

셋. 올해의 최대 목표는 패럴림픽 진입 그리고 재정 안정화

조정원 총재는 지난 10년 동안 경기룰 변화를 비롯한 올림픽 잔류를 위해 여러 일들을 했다. 173개 회원국을 206개국으로 IOC 가맹종목 중 일곱 번째로 많은 종목으로 끌어 올렸다. 태권도 보급과 올림픽 유지를 위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취임 이후 매년 20회 이상 해외 출장을 나섰다. 연중 150일 이상은 해외에서 체류했다. 특히 올림픽과 IOC 정식종목을 평가하는 총회 전후는 그보다 훨씬 많이 세계를 누볐다.

조정원 총재가 지금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당장 태권도를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시키는 것이다. 오는 10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총회에서 배드민턴과 경합해 채택 여부가 가려진다. 이를 위해 오는 6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5회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역대 가장 많은 41개국 121명이 참가 접수를 한 상태다.


조정원 총재가 패럴림픽 정식종목 진입에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패럴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최대 목표를 뛰는 이유에 대해서는 “태권도는 시드니부터 아테네, 베이징, 런던 등 4회 연속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렀다. 남은 리우와 도쿄를 치르면 태권도는 올림픽 스포츠로 자리 잡는데 큰 문제 없을 것이다. 패럴림픽에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 태권도 저변확대로 세계 속에 태권도를 통해 큰 힘을 가질 수 있어 태권도 인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시에 들어가는 것은 리우 올림픽이 끝난 후 2024 올림픽 평가를 받는데, 태권도를 지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태권도가 올해 패럴림픽에 진입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일 것이다. 비로소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잘한 것만은 아니다. 태권도가 더 큰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은 올림픽 종목 결정 주요 평가 항목에 있는 스폰서, 즉 재정 안정화를 위해 글로벌 스폰서십 유치가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스폰서십 규모에 따라 TV중계와 미디어노출도 지금과 상황이 달라진다. 더욱이 타종목과 비교해 재정 상태가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그러니 산하 대륙연맹과 회원국 등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대기업의 투자를 기대하고 계속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을 내비쳤다.

넷. 앞으로 포부라면? 친 대중적인 태권도 경기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도록~”

앞으로 포부에 대해 조정원 총재는 태권도를 친 대중적인 인기 스포츠로 만드는 게 첫 번째 희망이자 포부라고 밝혔다. 대중적인 인기 스포츠의 기준은 유료관중의 수가 기준이다. 올림픽과 유럽, 멕시코 등 일부 이벤트와 국가에서는 태권도가 매우 인기가 높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선수단 이외 일반 관중이 적다.

조정원 총재는 “포부라면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표를 사게 하고 싶은 경기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 태권도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금년 내로는 프로 태권도 기구의 윤곽을 드러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인 사회체육 선에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남을 수 있겠으나, 정말 올림픽 종목으로 남기 위해서 자기 주머니에서 표를 사고 싶은 스포츠로 만들어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하고 재미있는 스포츠로는 만들어졌는데, 자기가 가고 싶고, 보고 싶은 스포츠로서 발전시키고, 개인에서 단체 스포츠로서도 발전하도록 키워 나갈 생각이다”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 10년간 올림픽 스포츠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의 배경에는 WTF 임직원과 멤버들이 한마음으로 헌신적인 노력을 다한 결과라 생각한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또한 취임 10주년 올림픽 정식종목을 유지하며 웃을 수 있기까지에는 김운용 전 총재의 공헌을 잊지 않으며, 태권도 원로들이 한마음이 되어 도와준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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