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뚫고 바티칸에 울린 태권도… 교황 레오 14세, 명예 10단 받아!
발행일자 : 2026-06-04 04:33:50
[한혜진 / press@mookas.com]

낙뢰·폭우로 무산 위기… 미사 직전 하늘 열리며 드라마틱 수여식 성사

6월 3일 오전, 가톨릭 본산 바티칸 하늘은 심상치 않았다. 낙뢰를 동반한 폭우가 광장을 두드렸다. 야외 알현 미사회와 접견 일정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교황 접견을 위해 바티칸에 방문한 수행단 모두가 긴장 속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미사 직전, 기적처럼 먹구름이 천천히 걷혔다. 햇살이 바티칸 광장을 가득 채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다린 사람들 사이에서 안도의 숨이 흘러나왔다.
세계태권도연맹(WT) 조정원 총재가 바티칸에서 교황 레오 14세를 만난 건 그렇게 시작됐다. 교황 레오 14세 즉위 이후 조정원 총재와의 첫 공식 회동. 조 총재는 태권도 최고 영예인 명예 10단증과 도복을 교황에게 직접 건넸다. 전 세계 평화 증진과 인도주의 활동에 헌신해 온 교황의 공로를 기리는 자리였다.
명예단증 수여식은 엄숙했지만 딱딱하지 않았다. 평소 테니스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교황에게 조 총재가 "도복을 입고 테니스를 치셔도 좋겠다"고 건네자, 교황은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아침의 긴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도복을 손에 쥔 교황의 표정은 오전 내내 드리웠던 먹구름만큼이나 대조적으로 밝았다.
이날 조 총재와 함께한 이들은 양진방 WT 부총재, 서정강 사무총장, 마헤르 마가블레 집행위원 겸 오세아니아태권도연맹 회장, 안젤로 치토 집행위원 겸 이탈리아태권도연맹 회장, 국기원 윤웅석 원장이었다.
그리고 특별한 동행이 있었다. 요르단 아즈락·자타리 난민캠프 출신 시리아 청소년 선수 7명이었다. 7세부터 14세까지, 대부분 난민 캠프 밖 세상을 처음 나온 아이들이었다. 비행기를 처음 탔고, 로마 땅을 처음 밟았다. 마침내 바티칸 광장에 처음 섰다. 태권도가 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교황은 아이들을 직접 만났다. 말보다 표정이 먼저였다. 교황은 WT와 태권도박애재단(THF)이 난민과 강제이주민을 위해 펼쳐온 활동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올해는 THF 창립 10주년이다. 난민캠프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교황청을 방문한 이 장면은 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조정원 총재는 "태권도박애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교황 레오 14세를 알현하고 THF의 활동을 소개할 수 있어 매우 영광이었다"고 했다. "평화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교황의 헌신은 태권도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바티칸과 태권도의 인연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바티칸은 2021년 WT 211번째 공식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2017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명예 10단증을 받았고, 이듬해 WT 시범단은 교황이 직접 주재하는 수요미사회가 열리는 성 베드로 광장에 섰다. 전 세계 1만여 명 앞에서 펼친 그 평화 시범은 지금도 회자된다.
바티칸 성 비오 10세 소 신학교에서는 2020년 10월부터 사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쌓여 오늘의 자리가 됐다.
이번 접견은 4일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열리는 개최되는 '2026 월드파라태권도 그랑프리'와 5일부터 7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릴 '2026 월드태권도 그랑프리'를 앞두고 이뤄졌다.

오후의 로마는 더욱 달랐다. WT태권도시범단(단장 나일한)이 이탈리아태권도시범단과 함께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으로 나왔다.
월드태권도 그랑프리를 앞두고 로마를 찾을 때마다 이 광장에 특설 무대를 세워온 WT의 전통이 2023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펼쳐지는 자리였다.
올해는 특별함이 더해졌다. 이탈리아태권도연맹 창설 60주년을 기념해서 광장에는 이번 대회 아이덴티티를 담은 태권도 동작 동상이 세워져 시범 전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오전의 폭우는 씻은 듯 사라지고 광장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시범단이 자리를 잡자 사람들이 멈춰 섰다. 공중격파가 터질 때마다 탄성이 터졌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퍼포먼스에 놀란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절정은 따로 있었다. 순식간에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녹색·흰색·적색 삼색 깃발이 펼쳐지는 순간, 광장을 가득 채운 환호가 하늘로 치솟았다.
시범이 끝난 뒤 WT의 올해 슬로건 '리본 투게더(Ribbon Together)' 현수막이 광장에 펼쳐졌다. 공연은 끝났지만 광장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관중들이 깨진 송판을 집어 들고 시범단원들에게 사인과 기념 촬영을 요청했다. 현지 태권도 수련생들도 대거 몰려 단체 기념 촬영 행렬이 이어졌다. 시범단은 한동안 공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한편, 이날 교황청에 함께 방문한 난민캠프 어린이 선수 7명은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열리는 '김 앤 리우 토너먼트'에 출전한다. 유럽 최대 규모 유소년 태권도 대회 중 하나다. 캠프를 벗어나 처음 밟은 해외 땅에서 이 아이들은 이제 경기장으로 향한다.
현장스케치






(사진 = 코리아타임즈 최원석 기자)
[무카스미디어 = 이탈리아 로마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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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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