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문록] 현대 유도의 기원, 강도관을 다녀오다 (상)

  

여행 준비


유도라는 운동을 처음 접한 건 서른이 다 될 무렵이었습니다. 단조로운 직장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운동을 시작하려 마음을 먹었고, 마침 직장 근처에 위치한 구민 체육센터에 개설된 유도교실에 마음이 끌려 입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도라는 운동을 시작하며 두 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과격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무척이나 부드러운(柔) 운동이라는 점이 그것이었고, 일곱 살 어린이부터 예순 살의 어르신까지 즐기고 있는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격투기 혹은 무술처럼 상대방을 가격하는 방법이 아닌 메치거나 조르고 꺽는 방법으로 즉 비교적 신사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며 유도의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강도관 건물 앞'가노지고로' 상

그렇게 유도에 관심을 갖고, 동호회 활동을 하며 이런 저런 정보와 소식을 접하던 중 가노 지고로라는 근대 일본의 한 인물이 여러 유술(柔術)의 장점을 취합하여 현대스포츠로서의 유도를 창안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세운 도장(道場) ‘강도관(講道館)’이 일본 동경(東京)에서 현재까지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언젠가 일본에 여행갈 일이 생긴다면, 꼭 한 번 강도관에 다녀와 보자’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올 가을 휴가를 준비하며, 그동안 마음속에 담고 있던 강도관 여행을 실행에 옮기고자 하였고, 강도관 홈페이지(http://kodokan.org/)를 통해 국제부(國際部) 담당직원과 여러 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계획을 구체화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실력은 그다지 좋지 못하지만 유도를 무척 좋아하는 수련생입니다. 강도관의 숙소(호스텔)를 이용하며 휴가기간 동안 유도를 배우고 싶은데 도움을 주실 수 있을런지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강도관에 보냈고, 상세하고 친절한 답장이 돌아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도쿄행 항공권을 예약하고, 3박 4일간 강도관 호스텔을 예약한 뒤 드디어 고대하던 강도관 수련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도관 입관(入館)


도쿄역에서 마루노우치센(丸ノ內線)을 타고 고라쿠엔(後樂園)역에서 내려 이정표를 따라 10 여분 걸어 강도관 건물에 도착 하였습니다. 강도관 건물은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본관건물에는 도장과 수련(교육)장소, 기념관, 호스텔 등이 위치해있고, 바로 옆 별관 건물에는 국제부를 포함한 사무실이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 별관 건물에 들러 등록 수속을 먼저 해주어야 합니다.

강도관 멤버십 카드

멤버쉽카드(강도관 관원증) 발급을 위한 신청서를 작성하고, 아울러 호스텔 숙박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멤버쉽카드는 발급에 하루가 소요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멤버십 가입비용 8,000엔과 3일간의 도미토리룸(다인실) 숙박료 5,400엔을 결재한 뒤 본관 건물로 이동하였습니다. 호스텔 이용을 안내하여주시던 보안과 직원분이 ‘아, 강꼬꾸..(아, 한국..)’이라며 반갑게 맞아 주시는 걸로 보아 국제부 사무실에서 미리 연락을 취해 주신 것 같았습니다.

하루 수련 과정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된 란도리(자유대련) 시간인 6시가 가까워오자 호스텔 휴게실에는 파란 눈의 백인과 피부가 검은 흑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흰 유도복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간간히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베네수엘라에서 유도 수련을 위해 오신 분들로 한 달 째 강도관에 머물며 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시간이 되어 4층 등록실에 올라가 하루 등록을 할 때에도,‘강꼬꾸진(한국인)’이라고 먼저 아는 체 해주시며 친절하게 웃어주시던 나이가 지긋해 보이던 직원 분. 그 친절함에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날 진심을 담아 ‘너무 감사 했습니다’라고 머리 숙여 인사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주(主) 도장(Main Dojo)이 있는 7층으로 올라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습니다. 어림잡아 백여 명은 되어 보였는데, 대부분 대학생으로 등판을 보니 국사대(國士大), 료덕사학원(了德寺學園), 와세다대(早大), 도쿄대(東大), 동양대(東洋大) 등 다양한 종류의 대학에서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회인으로 보이는 분들과 여러 인종의 외국인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유도를 수련하기 위해 모여 있었습니다.

자유대련(Randori)에 한창인 수련생들


간단하게 몸을 풀고, 익히기를 한 뒤 바로 자유대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가 둘씩 잡고 대련을 하고, 5분이 지났음을 알리는 호각이 울리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교대로 들어가 대련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다른 사람들의 연습장면을 지켜만 보다가 용기를 내어 파란 눈의 청년에게 자유연습을 부탁하였고, 그 이후 와세다대학 학생, 일반인 등 여러 사람과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글. 함용주 / 유도수련생 /yjham@yang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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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2U

    입관 후 한달 회비 무료&도복비 무료, 급식 무료, 등하교 차량 운행, 요가,&벨리댄스 교실, 유소년축구&수영 교실, 생일파티, 웅변교실 심지어는 종주국의 자존심을 버린 태권도 영어교육... 이런것 들 중 하나라도 못 하고 있는 태권도장 관장님들은 얼마나 불안 하실까요...

    2010-12-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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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태권도는 강하다
    생존경쟁에서 서로 죽자살자 싸우니 강할수밖에
    모든 수단방법 다 동원하니 강할 수밖에

    2010-12-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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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2U

    외국인들은 일본유도를 배우기 위해 강도관을 찾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유도회에서 강도관에 압박을 가하는 일은 없죠... 우리나라 태권도는 서로 이익을 챙기려 태권도 안에서도 서로 싸우고 있는걸 보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2010-12-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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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인

    당신이 걷는 무도가 진정 무도입니다.
    음 부럽습니다.
    무도에 대한 교류도 하고 싶네요.^^

    2010-12-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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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감

    국기원--태권도공원
    강도관을 본 받아야 한다.
    태권도인, 사범들

    2010-12-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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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호라

    음.. 이거 국기원 원장이나, 진흥재단 이사장님이 꼭 봐야 하는 글이네요. 정말.
    이렇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기원이나 공원도 말이죠???
    이게 바로 국기원이 가야하는 길입니다. 선수나, 지도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개방이 되는 태권도인의 국기원 말이죠...

    2010-12-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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