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섭의 무술 돋보기] 도인체조(導引體操) (최종회)

  

도인술과 무술 3 - 태극권과 도인술


(2). 도인술 - 단전이 형성과 인체의 원운동

① 단전이 형성될 몸의 조건을 이루다.

모든 물체는 그 구조에 따라 그 구조를 지탱하게 해주는 중심이 있고 그 중심이 인체에 있어서는 단전이다. 에너지가 잘 모인다는 피라미드의 1/3높이 지점 등은 그 물체의 구조의 관계에 의한 중심에 해당하는 지점이고 그곳이 곧 피라미드의 단전인 것이다.

하지만 움직이는 생명체인 사람에 있어서는 모두 다 동일한 단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유사한 인체 구조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단전의 영역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지만 각 사람마다 인체의 구조가 관계를 맺는 바는 다르다. 그 관계가 때로는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단전의 기능하는 바가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허리가 꺾여 있는 사람은 복부가 위로 솟기 때문에 단전의 방향성이 위쪽으로 고정된다. 어깨가 안쪽으로 말려 흉곽이 안으로 감겨있는 사람은 단전의 방향성이 아래쪽으로 고정되어, 고정된 방향성 이외의 방향으로 단전이 기능하려 하면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인체가 균형 잡히고, 단전의 기능이 제약 받지 않아 다양한 방향으로 기능하며, 단전이 만들어 내는 힘을 전신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이 필요하게 된다. 이 신체 조건이라는 것은 신체의 고정되고 왜곡된 바가 없어 신체의 각 부위가 올바르게 기능을 수행하고 서로 소통되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체는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 왜곡되고 기능이 마비되게 되면, 반드시 그 한 곳의 왜곡과 기능마비에 상응하는 전신의 왜곡과 기능의 제한이 뒤따르게 된다. 예를 들면 오른발목이 오른쪽으로 틀어지면 신체는 목을 왼쪽으로 틀어지게 함으로써 전신의 균형을 맞추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발목의 왜곡으로 인한 전신의 왜곡을 초래한 것이다.

특히 단전을 형성하는 데 있어, 신체의 중심에 가까운 고관절이나 허리 부분의 왜곡은 신체의 중심을 흐트러뜨리기 때문에 그 부분의 왜곡은 매우 경계시 된다.

이와 같이 신체의 중심과 연결을 흐트러뜨리는 왜곡되고 고정된 부분들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도인술이었던 것이다. 도인술로서 고정된 관절의 가동폭을 넓히고 기능하지 못하던 곳의 기능을 되살려 주어 올바른 신체구조를 이루고, 그러한 신체 구조로서 단전이 형성될 수 있는 관계를 성립시켜 단전을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던 것이다.


지불놀이

② 원 운동을 실행할 수 있는 몸의 조건을 이루다.

태극권은 차력타인하여 상대의 힘을 사용하는 무술이고, 이를 위한 기술체계가 바로 원운동이라는 것은 앞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그런데 차력타인 하기 위한 원운동이라는 것은 단순한 회전 운동이 아니라 인체의 곳곳이 단전과 연결되어 회전하는 원운동을 말하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신체 조건이 필요하게 된다.

한 물체의 회전축이 있은 후에 실제 회전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회전축의 회전력을 온전히 전달해 줄 수 있는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 공을 잡고 팔로 공을 돌릴 때, 어깨가 회전축이 되고 팔이 회전력을 전달해 주는 연결고리가 되는데, 연결고리로서의 팔꿈치가 굽어져서 펴지지 않는다면 공은 중심축으로부터 온전히 회전력을 전달받을 수 없게 되어 완전한 원을 이룰 수 없게 된다. 또는 복잡한 기계장치 속의 중심축으로서의 톱니바퀴가 아무리 회전력을 전달해도 중간의 톱니바퀴 하나가 녹슬어 있거나 구부러져 있다면 결국 그 기계장치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된다.

인체에 있어 공 돌리기에서의 팔꿈치나 기계장치의 톱니바퀴와 같은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관절이다. 근육은 직선운동 중심으로 움직임을 이끌어 내지만 관절은 회전과 굴신을 통하여 움직임을 이끌어 낸다. 따라서 단전의 회전력을 연결하여 신체 각 부위의 원운동을 유지할 수 있는 신체 기관은 각 관절인 것이다. 하지만 관절이 굳어 있다거나 파괴되어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면 단전의 회전력을 연결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손 끝으로 회전력을 이끌어 냄에 있어 먼저 척추가 단전의 회전력을 어깨로 이끌어 주고 어깨에서 팔꿈치로, 팔꿈치에서 손목과 손으로 이끌어 주어야 하는 데, 중간에 하나의 관절이라도 기능할 수 없으면 손끝에서 단전과 연결되는 원운동은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각 관절의 유연함과 가동폭의 조절 능력은 전신을 원운동함에 있어 필수 조건이 되는 데, 태극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체의 뼈대를 늘이고 관절의 죽은 기능을 되살리는 도인술을 접목시킨 것이다.

또한 원운동은 중심축과 연결고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부로 원을 그리는 물체가 있어야 한다. 인체에 있어 이 물체에 해당하는 것이 관절들의 관계맺음이다. 관절이 부드럽게 풀어져 있다고 해서 단전과 연결된 원운동이 생기지는 않는다. 어깨를 쓰고자 할때는 어깨에, 팔꿈치나 손을 쓰고자 할 때는 팔꿈치와 손에 맞는 적절한 관계가 맺어져 있어야하는 데, 이것이 바로 태극권에서 말하는 다양한 요결들이다. 이 관계들은 각 동작에 따른 관절들이 맺는 다양한 각도에 의해서 형성되는 데, 이 때 경이라고 하는 전신이 연결되는 힘이 만들어지고 적절한 각도가 움직임 속에서 계속 변화하면서, 움직임 중에서도 경이 끊어지지 않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원운동이 핵심인 태극권에 있어서 각 관절이 풀어져버려 부드러움만 취하고 다른 부위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태극권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각 관절들이 관계를 맺어 단전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단전과 연결된 각 관절들이, 각 관절과 연결된 인체의 각 부위들이 일제히 원을 그리며 입체적인 원운동 즉 구(球)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태극권은 용의불용력, 사기종인, 타력타인을 요체로 삼아, 자신의 힘이 아닌 상대의 힘을 사용하며 그 기술상에 있어서 원운동을 하기 위하여 내단술을 접목하여 단전을, 도인술을 접목하여 단전의 형성과 활용, 원운동을 이룰 수 있는 몸의 조건을 구비하였다. 그리하여 전신이 원을 이루며 전신의 원이 연결되어 움직임에 있어 구(球)를 이룰 수 있다면 상대의 힘이 부딪혀 옴에 있어 그 힘과 맞서지 않고 능히 그 힘을 상대에게 되돌려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태극권이 본능에 의존한 직선적인 방식의 기존의 무술체계로부터 벗어나 원운동으로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을 완성한 후, 이후에 탄생하는 모든 종류의 태극권은 이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각각의 태극권이 그 동작이 다르다 할지라도 용의불용력하고 원운동을 핵심으로 삼는 근본 요체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고 각각의 태극권의 발전의 단계는 그 근본 요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옛 태극권 선배들의 고민과 연구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또한 각각의 태극권이 그것 자체로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태극권을 아우르는 태극권이라는 전체 시스템 속에서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이해되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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