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섭의 무술 돋보기-10] 도인체조(導引體操)

  

(1) 도인술과 무술


진영섭 밝은빛연구소 소장


도인술과 함께 인체에 대해서 깊이 있게 연구하고 그 연구한 바를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또 다른 분야는 무술이다. 도인술이 인체의 자생력을 일깨우는 건강과 양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무술은 인간의 동작에 대해 가장 절실하게 연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무술은 인체를 활용하는 동작을 통하여 공격과 방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의 몸에 이득이 생기게 하는 도인술과는 출발점(出發點)이 다르다.

이와 같이 무술과 도인술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인체를 연구하고 활용하고 있었고, 두 영역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였지만 후대(後代)에 오면서 그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두 영역은 복잡하고 섬세해지면서 상호관계를 갖게 된다. 무술은 근육이나 관절 등의 신체의 부위들을 조절하는 법들을 잘 알아야만 더 강해질 수 있으며,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관절이 부드럽게 이완되어 뼈대 사이가 벌어질 수 있으면, 이를 일컬어 송개(鬆開)된다고 한다. 그렇지 않은 몸의 상태보다 공방에 있어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무술은 도인술의 방법을 받아들이게 되고 이후로 각 유파마다의 독특한 수련법을 만들거나 도인술의 방법들을 받아들여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소림권의 역근경과 세수경이 이에 대한 대표적이 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도인술의 방법을 통하여 수련의 깊이를 더하는 다양한 무술들이 도인술로써 이루고자 하는 바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도인술이 무술의 영역으로 들어온 후로, 도인술과 무술이 체와 용의 관계를 이룬다는 것은 매 한가지라고 할 수 있다.


(2) 도인술을 통한 신체 활용의 극대화

도인술의 수련 과정에 있어 10년 연공(練功)하고 10년 양기(養氣)한다라고 한다. 여기서 연공(練功)은 수련한다는 의미이고 양기(養氣)는 세밀한 동작과 그 쓰임을 터득하여, 그 터득한 바를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연공(練功) 단계에서 도인술을 수련할 때, 처음에는 동작을 크게 하고, 큰 흐름의 에너지 운용을 배우게 된다. ‘형(形)-동작’을 익힌 후 반복 연습할 때, 동작을 습관적(習慣的)으로 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매 연습마다 동작의 뜻을 되새기고 한 동작 한 동작을 명확하게 실천하여 ‘한 동작’마다 몸 전체의 작용들을 끌어내도록 한다.

이러한 연공과정의 꾸준한 반복으로 수련 중인 도인술이 매우 숙달되어 양기(養氣)의 단계로 들어가게 되면 매 동작을 취했을 때, 보다 세밀한 부분들을 터득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떠한 동작에서 갈비뼈를 조절하는 법들, 혹은 갈비뼈를 잘 조절하여 폐(肺)를 조절하는 방법 등을 있다. 또한 팔을 올릴 때에도 양기의 단계에서는 단순히 팔을 올리고 내리는 것이 아니라 팔을 운동시키는 가운데, 갈비뼈를 올리거나 내려서 흉부를 조절하게 된다. 이어 복부의 압력을 조절하여 장부를 움직여 내며, 겨드랑이 깊은 부분까지 자극이 가게끔 하여주는 방법들로 일반적으로는 지각하지 못하는 신체의 깊은 부분들의 작용들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관절을 열고 닫는 능력(관절의 開合 능력)이 생겨, 신체의 신축성이 매우 발달하며, 에너지를 소통하는 데 막힘이 없게 된다.

관절을 조절하는 능력은 도인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뼈대가 연결된 관절은 신체의 각 부위를 연결 짓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관절이 굳었다는 것은 신체의 각 부위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여 에너지의 흐름이 차단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관절을 조절하여 뼈대를 빼는 것은 특히 4개의 관절(양쪽 고관절과 견관절)들을 중심으로 인체의 중요한 통로들을 소통시키게 한다. 인체는 원래 팔·다리의 동작들이 내부의 뼈나 장부들과 연결되어 내부의 작용을 끌어내게 되어 있는데 4개의 관절들이 굳게 되면 이를 방해한다.

이 때 도인술로서 고관절과 견관절을 풀어주면 그 관절들과 맞물린 관절들도 풀어지기 시작하여 갈비뼈 하나 하나가 떨어져 나가고 빗장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빗장뼈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대추부분이 움직이고 고개를 돌리는데 따라 목·어깨 부분의 근육이나 뼈들에 대한 통제력(統制力)을 갖게 된다. 그런 다음에 비로소 팔의 동작이 매우 영활(靈活)해지고 손의 움직임과 몸통의 움직임이 통합되게 된다.

또한 꼬리뼈와 요추(腰椎)가 영활(靈活)해지려면 고관절이 해결되어야 한다. 고관절의 문제가 해결되어서 요추(腰椎)와 꼬리뼈가 영활해지면 한 동작이 끝났을 때, 기운이 꼬리뼈로 작용하여 가라앉게 된다. 이렇게 되어야 비로소 기운이 발바닥까지 떨어져 용천(湧泉)이 열리고 발바닥이 땅으로 뿌리를 내린다는 뜻이 실현되게 되는 것이다.

이상의 과정과 같이 4개의 관절이 풀리고, 이에 따라 꼬리뼈나 대추(大椎)부분이 열려 척추 전체가 바른 자리를 잡게 되면, 내 손을 올리거나 내리거나 혹은 뒤집어 주거나 하는 방법으로 장부(臟腑)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이루기 위하여 사용하는 동양(東洋)의 동작은 수직(垂直)의 힘으로 반듯한 것을 유지(維持)시키고, 횡(橫)의 힘을 취하면 입체적인 원(圓)이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입체적인 원운동을 활용한 것이 전사(纏絲-비틀림)라는 나선회전운동이다. 이 전사운동을 하게 되면 반듯하게 올리거나 내릴 때는 생기지 않는 신체 내부의 뒤틀림이 생기며 움직임의 작용이 근육의 세밀한 결들을 움직여 내고 관절을 벌려 내며, 장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골수(骨髓)안으로까지 들어가게 된다.


반듯한 수직 운동에 횡의 원운동이 더해지면 뒤틀림의 나선회전 운동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선회전 운동은 신체를 활성화하는데 매우 이로우며, 신체 활용에 매우 많은 유익한 작용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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