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 태권 원정대-24] 맨 손으로 와인 따기
발행일자 : 2010-08-12 17:40:58
<무카스 = 미국 LA / 정대길 기자>

여러분들은 맨손으로 와인 입구의 코르크 마개를 따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주 어렵고 상당한 시간이 투자되는 불가능한 작업이랍니다. 저희 원정대에게 이 와인과 관련해서 아주 재밌는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야기 꾸러미를 펼치기에 앞서 여러분들께서 직접 한번 상상해 보시죠. 와인을 먹기는 해야 겠는데 오프너가 없는 상황과, 이를 어떻게 해서든 따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을 노력의 광경을 말이죠.
코미디 한 편 시작하겠습니다. 제목은 ‘맨 손으로 와인따기’ 입니다. 주인공은 이기원 사진작가, 박정민 PD 그리고 저입니다.
원정대는 LA에서 김진환 사범과의 미팅을 마치고 숙소인 'SUPER 8'에 돌아왔습니다. 물론 모텔입니다. 차에서 내리려는데, 일전에 오레곤주 태권도협회 신원만(미국명 릭신) 회장이 저희를 환송하며 건네준 레드와인이 생각났습니다. 오랜 운전으로 피곤에 지친 이 작가와 저는 꼭 그 와인을 먹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종이컵을 가져와 따르려고 보니, 오프너가 없었습니다. 프론트데스크에 가보니 “없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와인을 따기 위한 드라이버와 준비된 각종 도구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저희가 아니었습니다. 뚜껑을 따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마켓에 갔습니다. 가격을 물었더니 자그마치 ‘5달러’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 돈이면 한 끼 아침 식사였습니다. 이건 아니었죠.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포기했습니다. 한 병 먹자고 한국 돈으로 6천원 가까운 금액을 낭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방에 돌아와 와인을 앞에 두고 이 작가와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갑자기 이 작가가 저에게 “깔창이 딱딱한 구두가 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조금 물렁하지만 준비해온 갈색 구두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이 작가가 와인의 바닥 부분을 구두의 뒷굽 위에 대고는 병 가운데를 잡고서 방 벽을 향해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TV에서 봤다면서 아주 진지하게 두드렸습니다. “쿵, 쿵, 쿵.” 와인 뚜껑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쿵, 쿵.” 효과는 없었습니다. 이 작가가 한번 더 치려고 하자, 바로 옆방의 흑인 아주머니가 나왔습니다. 그녀의 한 마디 “QUIET!(조용해)”라는 삿대질이었습니다. 덩치가 이 작가의 두 배는 되는 아주머니였던 터라 그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왔습니다.
모든 걸 접고 잠을 청하려는데, 불현듯 네이버 지식인이 떠올랐습니다. 인터넷 속도는 엄청 느렸지만, 꼭 알아야했기에 15분을 기다린 끝에 웹페이지 하나를 열었습니다. 지식인들의 답변은 가관이었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마개가 와인 속으로 빠질 때까지 밀어 넣으세요. 조금 찝찝하지만 먹을만 합니다”, “못을 하나 준비하세요. 그런 다음 망치로 못을 뚜껑에 비스듬히 박으세요. 그런 다음 천천히 빼세요”, “마개가 있는 병 뚜껑 부위를 깔끔하게 깨서 드세요(^^)”. 지식인들이 말한 모든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었습니다.
다시 프론트데스크로 향했습니다. 전후사정을 얘기하면 분명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죠. 마침 아까와는 다른 남자직원이 있었습니다. 상냥하게 생긴 남미계의 청년이었죠. 오프너를 달라고 했습니다. 손님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당당하게 말이죠. 잠시 기다리라고 하던 직원이 저 멀리서 흡족한 얼굴로 “오프너는 못 찾았구요. 대신 이 드라이버를 사용하세요”라면서 무언가를 건냈습니다. 보니, 일자 드라이버였습니다. 그 직원은 만약 이걸로 안될 수 도 있으니, 더 큰 것을 예비로 주겠다며 “굿 럭(good luck)”이라고 말하고는 더 큰 일자 드라이버를 주고 갔습니다.

뚜껑이 와인 속으로 들어가는 찰나
이 작가와 저는 모텔 정문 앞에서 일자 드라이버를 사용해 뚜껑 공략에 착수했습니다. 좌우 모서리를 동그랗게 쪼아가기 시작했죠. 하지만 뚜껑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좀 더 큰 일자 드라이버를 넣어 봤지만, 절대 열리지 않았습니다. 계속 찔렀습니다. 그때 무언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사각, 사각.” 뚜껑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신호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어떤 가루가 내려앉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죠. 바로 병의 뚜껑 주위가 드라이버에 갈리면서 파편이 생기는 소리였던 것입니다. 이것으로 저희는 큰 드라이버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작은 것으로 도전해야했죠. 힘을 냈습니다. 유리 파편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먹을 수는 있었으니까요.작은 일자드라이버가 뚜껑을 공략하기 시작하자 조금씩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고대하던 뚜껑이 드디어 열리기 시작했으니까요. 이번엔 가운데를 더 찔렀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후 “뽕!”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뚜껑은 없었습니다. 대신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와인 속으로 뚜껑이 퐁당, 빠져버린 것입니다. 동시에 난도질을 당한 뚜껑의 조각과 와인 입구의 유리파편들이 쏟아졌습니다. 이 작가와 저는 아연실색했습니다. 참 허무했습니다. 씁쓸한 마음으로 차마 버릴 수는 없어서 방으로 와인병을 들고 들어갔습니다. 결국 저희는 알 수 없는 이물질로 가득차 버린 와인을 바라보며 잠을 청했습니다.
원정대는 LA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습니다. UC 버클리의 민경호 전 교수와 새크라멘토 주립대학의 강명규 전 교수를 만나기 위함이죠. 이 두분의 님터뷰를 끝으로 원정대는 30일간의 미국 대장정을 마무리합니다. 그럼 마지막 스토리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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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체 태권도 끝났는데 지금 까지 기사 하나 안올라오내..
2010-08-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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