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 태권 원정대-14] 미용실 바리깡 테러
발행일자 : 2010-07-31 17:40:39
<무카스 = 미국 뉴욕 / 정대길 기자>


14일차 리얼스토리
거울을 보니, 그새 머리 스타일이 밤송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오전 취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약 30여분의 시간이 남아 민박집 근처의 미용실을 찾았습니다. 이름은 ‘XX헤어컷’이었죠. 당초 같은날 이발을 하기로 했던 이기원 사진작가는 시간이 맞지 않아 저 혼자서 미용실을 찾았습니다. 미용실 내부는 깨끗하고 조용했습니다. 총 여섯 개의 미용 의자가 놓여있었죠.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흰색 구두와 흰색 바지, 흰색 셔츠를 입은 장발 머리의 남자 헤어디자이너와 미모의 여자 디자이너를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대단한 실력자들처럼 보였거든요. 미국에까지 와서 미용실을 개업할 정도라... 음, 분명 비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브라질 출신의 여성 종업원이 친절하게 다른 손님의 머리를 감겨주는 등 한국의 시스템과 상당 부분 유사했습니다.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이왕이면 미모의 여성 디자이너에게 저의 첫번째 아메리칸스타일을 맡겨보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아주 상냥하게 2번 미용대로 저를 안내했습니다. 하얀 가운으로 제 몸을 덮어준 그녀는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미국은 40도가 넘는 폭염입니다. 저는 젤을 발라 앞머리를 세울 수 있는 다소 스포티하고 가벼운 느낌의 스타일을 요구했습니다. “시원하게 잘라주세요. 앞머리를 세울 수 있게요.” 그녀는 “알겠습니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실 것 같네요”라며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지잉~ 지잉~.” 바리깡이 굉음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딱 보니 그녀는 이발에 앞서 기계를 공회전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면서 3mm 컷을 위한 덮개를 씌우고 있었습니다. 5분 뒤, 모든 것이 준비됐다는 듯이 그녀는 방긋 웃었습니다.
“위잉~ 위잉~, 지지지지~ 지지지지~.”

박 PD가 한 점원과 스타일이 똑같다며 찍어준 사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녀는 저의 오른쪽 구렛나루에서부터 정수리까지를 거의 삭발 수준으로 밀어버렸습니다. 단 한번의 바리깡질이었습니다. 순간 저의 헤어스타일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작업에 열중인 그녀에게 저는 아무런 내색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저 앞머리는 좀 남겨 주셔야 제가 세울 수 있거든요”라며 더이상 손대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눈치를 준 것이었죠. 하지만 그녀는 “잘 알겠습니다”라며 자신의 소신대로 작업을 계속했습니다.쏟아진 물은 담을 수 없다고 하죠. 머리카락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린 머리카락은 붙일 수 없습니다. 한번 망가진 저의 헤어스타일은 그녀의 의지대로 여전히 'ing' 였습니다. 머리카락은 점점 짧아지고 있었습니다. 딱 한 부분, 앞서 고객의 요청을 받은 앞머리만 빼구 말입니다. 거의 이발을 마칠때즈음 제 머리는 앞머리만 유독 눈에 띠는 2002년 월드컵 당시의 호나우두(브라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아니잖아”였습니다. 기왕에 이렇게 된거, 저는 그냥 앞머리까지 싹 잘라달라고 말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혹시나 디자이너의 마음이 상하지는 않을까 정중하게 “앞에도 균형있게 잘라주세요”라고 신사처럼 말했습니다.
저를 탁구공으로 변신시킨 모든 공정이 끝난 뒤, 디자이너가 저에게 한말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정말, 시원하시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왼손에 들려있는 바리깡을 빼앗아 그녀 머리 정중앙에 고속도로를 뚫어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꾹 참았습니다. 미국까지 와서 대한민국 남자의 체면을 구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삭발에 가까운 헤어스타일 연출에 성공한 저는 그 댓가로 ‘20달러(한화 2만3천원)’를 지불했습니다(웃음).
미국을 여행하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헤어스타일을 연출하실때에는 신중해야합니다.
지금 저희 원정대는 뉴욕에서 조시학, 권재화 원로를 만나고, 허흥택 대뉴욕지구태권도협회 회장을 만나 취재를 끝마쳤습니다. 오는 금요일(30일) 오후 7시 신재균 회장이 있는 오레곤주 포트랜드로 이동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 글부터는 조금 감동적인 내용들을 다루려고 했지만 재밌는 에피소드였던 지라 우선 소개했습니다. 독자여러분들께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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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오세요. ㅎㅎㅎ
2010-08-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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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이제 다음주면 귀국하시는군요. 마지막까지 몸 건강히 잘 취재하고 오세요.
2010-08-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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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다가 웃겨서 죽을뻔 했네... 아... 정말 눈물날뻔 했어요. 모쪼록 몸 건강히 무사히 좋은 취재 많이 부탁합니다. ㅋㅋㅋ
2010-07-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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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껴우꺄이런미치도록웃었습니다원정대기사때문에
2010-07-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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