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 태권 원정대-10] 헬스클럽에서 생긴 일

  

10일차 리얼스토리


최광도 무술의 창시자인 최광조(68) 총재를 만나 숙소로 돌아와서 생긴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시간은 23일 새벽 4시, 장소는 조지아주 애틀란타시티에 있는 한 호텔이었습니다.

한동안 밀린 빨래를 정리하기 위해 호텔 내 세탁소를 찾았습니다. 세탁과 건조까지의 2단계 과정을 고려해 25센트짜리를 8개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빨래를 돌리려고 보니, 호텔측이 고객지원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더군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세탁까지 30여분이나 남아 괜히 시간을 번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공짜에다 시간도 벌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보였습니다. 열흘간의 패스트푸드 섭취로 인해 겹겹이 쌓인 체지방을 분해하고 싶어했던 저에게 헬스크럽 내의 벤치프레스가 보이더군요.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그때가 새벽 4시 30분을 막 넘긴 시간이었죠.

갑자기 운동 욕심이 불타올랐습니다. 거울 앞에 서니, 4kg, 5kg, 7kg, 10kg, 15kg 아령이 눈앞에 보였습니다. 자세를 잡고 15kg 아령을 들었습니다. 10개씩 5세트를 소화했습니다. 이날따라 아주 잘되더군요. 땀을 뻘뻘 흘리며 하나, 둘, 진행했습니다. 가슴도 어깨도 팔도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속 제 모습을 보면서 흡족해 하고 있었죠. 세탁 시간에 맞춰 아령 운동을 마칠 때 즈음, ‘LAUNDRY(세탁소)’로 갔습니다. 이제 건조를 할 차례였죠. 그런데 또 30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나오더군요. 저는 또 다시 헬스크럽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번엔 하체운동이 하고 싶어 졌습니다. 상체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스커트 기계로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그간 잠을 못자며 강행군 한 탓인지, 1세트가 끝나자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개씩 3세트를 하고 나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벤치프레스 등받이에 누워 눈을 감았습니다. 새벽녘이라 아무도 없었던 터라, 하체부위는 슬리퍼와 반바지 상체는 러닝 차림이었죠.

그러고서 한참이 지났습니다. 몸이 으슬으슬 추웠습니다. 얼굴은 따끔거렸습니다. 눈을 떠보니, 카페트 위에서 엎드려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몸은 이미 탈진상태였죠.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정신을 잃은 것입니다. 누군가 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던 찰나, 고등학교 여자아이들로 보이는 10여명의 무리들이 헬스클럽 앞을 지나가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남자의 본능이었죠.

독자 여러분들도 공감하실겁니다. 남자의 자존심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남자로서 역기 옆에 쓰러져 있는 제 모습을 미국 여인네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머리가 빙빙 돌더군요. 시간을 보니, 새벽 6시였습니다.

저는 아주 천천히 세탁소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건조기를 본 저는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건조기의 30분 선택 버튼은 그대로인데, 아직까지 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정대길의 빨래는 아주 촉촉이 젖어 있었습니다. 축축한 빨래를 가지고 슬그머니 방에 들어왔습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가관이었습니다. 얼굴 여기저기에 카펫의 실오라기와 이물질이 붙어있었죠.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재빠르게 물에 젖은 빨래 한 통 분을 가방에 꾸겨 넣었습니다. 룸메이트인 허인욱 전문위원에게 걸리면 개망신을 당하는 상황이었죠. 미국에 몇번 와봤다고 깝죽대던 찰나에 제대로 바보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엄청 무거워진 가방을 들고 저는 필라델피아의 신재철 사범을 만나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장장 13시간 동안 저의 빨래들은 점점 부패하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부끄러워서 말은 못했지만, 원정대 팀원들은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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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꼽전사들

    배꼽빠지겠네요완전코미디닷컴이네요이런이런ㅋㅋ

    2010-07-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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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지금은 다 알겠네요ㅋ

    2010-07-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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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려

    너무 고생하시니 걱정되네요. 부디 건강조심하셈.

    2010-07-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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