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 사범님과 관장님, 선생님과 교수님
발행일자 : 2013-05-24 16:02:36
<글. 박성진 | 인사이드태권도 편집장>
갓 스무 살이 되어 대학에 신입생으로 들어갔을 때,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선배들의 교수들에 대한 호칭이었다.
예를 들어, 학과에 강호동, 신동엽이라는 교수가 있다면, 선배들은 그 교수들을 칭할 때, "강 교수님, 신 교수님"이라고 말하지 않고, "강 선생님, 신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 교수들 앞에서 직접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 선생님, 학과 사무실에서 신동엽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라는 식이다.
'왜 교수님들을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선생님'이라고 부를까? 여기는 고등학교가 아니고 대학교인데 말이지.'
신입생의 이 질문에 대해 선배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교수(敎授)는 고등학교의 교사(敎師)와 마찬가지로 호칭이라기 보다는 직업이다. 네가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을 "김 교사님, 이 교사님"하고 부르지는 않았잖아? 마찬가지로 너를 가르치는 교수님들에게는 선생님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나는 그제서야 선배들의 말을 이해했다. 내가 직접 배우지 않는 교수들에게는 '아무개 교수님'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만, 내가 직접 배우는 교수들에게는 '선생님'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생님'이라는 말이 내가 상대방에게 표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칭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교수'의 사회적 지위가 '교사'보다 높다는 편견이 남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교수도 교수 나름이고, 교사도 교사 나름이다 보니, "아무개 대학교 교수님"하면 일단 대단하게 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 교수가 교사를 찾아가 로비를 하는 시절이라니 말이다.
어찌되었건 김 교수의 지위나 학식이, 이 선생의 지위나 학식을 능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것은 태권도를 비롯한 무술도장의 관장과 사범에 대한 호칭도 비슷하다.
보통의 태권도장에는 그 도장의 주인인 관장과 그 관장들이 고용한 직원으로서의 사범들이 있다. 그래서 요즘 도장에서의 관장과 사범의 관계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래서 사범들은 '나도 나중에 돈을 모아서 도장을 직접 차리겠다'는 꿈을 갖는다. 사범에서 관장으로 '신분 상승'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범(師範)의 사전적 의미는 '무술 도장에서의 선생'이다. '사범님'이 곧 '선생님'이라는 말이다. 중국 무술의 사범을 칭하는 말로 흔히 쓰는 '노사(老師)'라는 말도 중국어로는 '라오스', 영어로는 'Master', 즉 선생님이라는 말이다.
과거에는 관장이 한 '관(館)'을 대표하는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의 개념이었지만, 그 관들이 사라진 지금 관장은 그냥 일개 도장의 대표를 말한다. '관장'이라는 말도 '교수'처럼 직업을 의미하는 것에 가깝다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관장은 도장의 수만큼 있다. 그에 속한 사범들은 더 많다. 그러나 말의 진정한 의미로서 '사범님'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선생님'들은 많지만, 진정한 '스승'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진정으로 존경하는 교수들을 만나면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진정으로 존경하는 무술 고수를 만나면 "사범님"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교수님보다는 선생님이, 관장님보다는 사범님이 훨씬 더 높은 분이다.
[글 =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편집장ㅣwww.insidetk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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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위타령하는 사람들이 교수님소리좋아하고 관장님소리 좋아하는거죠.
권위적인 사람은 스승이라기보다는 두목이 낫지요.
어느 식당에 갔더니...아주 애교를 부리며. 교수님.교수님. 원장님. 원장님. 처장님,처장님.
뭔소리인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대학원생들과 교수들이 밥먹는자리더군요.
한심한것들.
차장님. 과장님.
대장님. 중대장님.
왜 초중고는 교사님. 안하죠?
2014-04-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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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 이소룡이 척추가 휘어 , 개소리 하고 있네 . 이소룡 벗은 몸만 봐도 견적이 나오는데 중국 무술 사범 , 합기도 , 태권도 사범만 되도 제자가 독복을 입고 있어도 척추를 상태를 알수 있는데 , 어떤 새끼가 등신처럼 이소룡 척추가 휘었데 .
2013-06-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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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치곤 두레박이닷 시대정신을 모르고 사는 기자의 말기술의재주는 있는것같은데?재능는 꽝이다.칼럼의 본질은 시의성가득히 채워서 세상에 내놔서 많은 관객들을 시선집중시키려는 노력을 해야죠 시대정신의 논리를 모르고있는지 좀 답답합니다.아무리 정보지 기자라 하지만 이건 아니올시다.
2013-06-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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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입니다
고등학교, 대학에서 사용하는 호칭에 대하여 시원하게 이야기하셨어요
선생님!!!!!! 부드럽고 애착이 가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기분이 상쾌해지는 시간입니다
2013-05-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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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지 크크님. 그 대학을.. ㅉㅉ
태권도학과교수들도 각성해야지. 교수는 있고 선생이 없으면 되나. 크크하하2013-05-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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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은 교수를 선생이라 했다고 기합받는거 뉴스에 나왔는데요?
개념없는 교수들은 선생이 못됩니다. 교수님이지요.2013-05-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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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의 대한 은혜와 감사가 있으면 존경이 나옵니다.
지도자의 인품이 문제입니다. 스스로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제자가 스승을 높이는 것이지요.2013-05-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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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입니다.
2013-05-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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