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순례]이소룡의 당산대형

<당산대형>은 이소룡을 세계적인 무술스타로 만든 영화다. 이 작품 이전에도 이소룡은 영화에
출연한 바 있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이소룡의 존재를 처음으로 전세계 무술 동호인들에게 알린 작품이다.

<당산대형>의 성공에 이어 이소룡은 <정무문>과 <용쟁호투>를 잇따라 내놓으며 무술영화라는 영화장르의 신기원을 개척했다. 이소룡은 영화 속에서 소화해내야 하는 무술연기를 연기자로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무술가로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무술연기를 갈망하는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영화는 정조안(이소룡)이 얼음 공장에 취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얼음 공장은 그러나 단순한 얼음 공장이 아니라 얼음 속에 마약을 넣어 밀매하는 공장이다. 공장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노동자들은 하나둘씩 사장의 부하들로부터 살해당하고 노동자들의 실종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정조안(이소룡)의 친구 허건도 끝내 살해당한다.

허건의 실종 문제로 공장장에게 항의하던 노동자들은 공장장의 부하들과 격투를 벌이게 되고 이 격투를 지켜보던 정조안(이소룡)은 공장장의 부하들과 지원 나온 사장의 부하들을 모두 눕혀버린다.

이 장면을 본 공장장은 정조안(이소룡)을 회유하기 위해 그를 관리인으로 임명하고 동료 노동자들의 실종 배경을 모르는 그는 이를 받아들인다. 공장의 모든 노동자들은 이를 환영하며 그를 당산대형이라 부른다.

그러나 정조안은 허건의 실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장과 함께 경찰서를 찾아가기로 한 날 공장장과 어울려 술자리를 하게 되고 창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공장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공장 노동자들은 그를 외면하고 정조안(이소룡)은 바로 사장의 대저택으로 찾아가 허건을 찾아내라고 요구한다.

동료 노동자들의 외면 때문에 괴로워하던 정조안(이소룡)은 하룻밤을 같이 보낸 창녀를 찾아갔다가 자신이 일하는 공장이 마약을 밀매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바로 공장을 찾아가 이를 확인한다. 이때 사장의 아들과 부하들이 밀어닥치고 이들을 모두 때려눕힌 정조안(이소룡)은 사장을 찾아가 결투 끝에 사장을 죽이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다. 여기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가 개봉된 것이 1971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30년전 영화다. 그래서 당연한 것일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 영화의 스토리나 영상은 그리 볼만하지 않다. 이소룡과 격투를 벌이는 건달들이나 사장도 그리 대단한 무술연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무술지도는 제대로 받고 영화를 찍은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그러나 이소룡의 무술연기는 그 자체로 이 영화의 주된 볼거리다. 어떤 정형화된 틀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철저히 실전적인 그의 무술은 영화 곳곳에서 빛나고 있다. 특히 그의 발차기 기술은 그 당시 사람들로서는 매우 신기한 것이었다. 지금이야 그런 기술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많지만 당시로서는 대단한 것이었다.

이소룡의 골수팬이나 무술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반드시 봐야 할 영화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오늘날의 무술영화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이소룡의 연기가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 무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맛을 알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