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무카스 10대뉴스]⑧성추행과 판정시비로 얼룩진 2008 보디빌딩
발행일자 : 2008-12-30 11:48:34
<무카스미디어 = 정대길 기자>


미즈코리아 판정시비
#2008 무카스 10대 뉴스
1. 태권도, 베이징올림픽의 희비
2. 한국 스포츠계 쾌거, 문대성 IOC선수위원 당선
3. '파란만장' 2008 한국 격투기 종합
4. '용의 부활'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복권
5. 바람잘날 없는 WTF
6. 무예계 희소식, 전통무예진흥법 국회통과
7. 국기원, 대태협 수장 '바꿔!바꿔!'
8. 보디빌딩 성추행 파문&판정 개입의혹
9. 합기도, 대한체육회로부터 인정단체 승인 이후 헤게모니 싸움 가열
10. 방과 후 학교 태권도장 죽여? 살려?

지난 6월 열린 미스터&미즈코리아 선발대회
2008년 국내 보디빌딩계는 한마디로 말해 ‘시끄러웠다’. 지난 6월 미스터&미즈코리아 대회를 기점으로 불거진 판정시비, 이어진 여성보디빌더 성추행 파문, 지난 10월판정시비로 인한 전국체전 경찰출동 소동, 여기에 단백질 보충제에 멜라민이 첨가됐다는 불안감까지. 한국 보디빌딩은 2008년 한해 제대로 열병을 앓았다. 대한민국 보디빌딩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을 순서대로 되짚어 봤다.
지난 6월 27일 해외토픽으로 꼽힐 만한 깜짝 사건이 하나 터졌다. 초보 보디빌더 김해나라가 보디빌딩 입문 6개월만에 여성보디빌더 최고의 영예인 미즈코리아에 선발된 것이다. 대회가 열린 수원실내체육관을 찾은 관중의 동그래진 눈은 그렇다 쳐도 출전 선수들과 보디빌딩 전문가들조차도 고개를 가로젓게 할 만한 ‘세상에 이런 일’이었다. 물론 강화여고 태권도 선수출신으로 전국대회 메달까지 획득한 바 있는 그의 탄탄한 하드웨어(선명한 복근, 잘 발달한 허벅지 근육) 만큼은 훌륭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10년 가까이 전문적으로 보디빌딩만을 해온 다른 선수들을 누르기에는 세밀한 근육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는 평가였다. 이는 당초 ‘그랑프리 0순위’로 지목되며, 2008 미즈코리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던 심공주 선수측의 '뚜껑'을 열리게 하기에 충분했고, “얼굴로 뽑는 것이냐. 공정한 심사를 하라”는 거친 항의로 이어졌다.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한보디빌딩협회(KBBF)는 급히 국제적인 추세가 ‘자연미(여성스러운 근육의 조화)’라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 역시 얼마 못가 지난 10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선수의 근육을 가진 여자선수가 우승을 차지하자 ‘궁색한 변명’이 돼 버렸다. 이 과정에서 KBBF의 모 이사가 개인적으로 김해나라의 미즈코리아 선정을 위한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추행파문, 전국체전 경찰출동, 단백질 보충제 멜라민 첨가 의혹

지난 10월 열린 보디빌딩 전국체전 모습. 경찰과의 대치현장
이것만 해도 큰 사건인데 약 한달 뒤, ‘메가톤급 폭탄'이 터졌다. 내용인 즉슨 지난 7월 2008아시아보디빌딩선수권에서 한 여자 대표선수가 KBBF 모 이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대회 전날 여자숙소를 찾아간 모 이사가 포즈를 교정해 준다는 이유로 온몸을 더듬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피해여성의 은밀한 부위에 손을 집어넣었다는 충격적인 폭로까지 나왔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서 출전해 금메달까지도 노렸던 이 여자선수는 충격에 따른 스트레스로 100%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은메달 획득). 성추행 파문은 대표팀 귀국 해단식으로 이어졌다. 여자선수측 가족들의 거센 항의로 행사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가뜩이나 선수들의 도핑 문제로 지원예산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KBBF는 우선 해당 이사의 분과위원장직 사표를 받는 것으로 급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임시방편이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이 여자선수는 고민 끝에 해당 이사를 경찰에 고소했고, 사건은 검찰로 송치돼 결국 법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이 여파는 KBBF 집행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고, 급기야 국내 보디빌딩 선수들의 한해 지원금이 결정되는 전국체전에서 사건이 터졌다. 최소한 3위권내에 들만한 선수들이라고 믿었던 경남과 울산협회측 선수들이 각각 6, 7위로 발표되자, 해당 협회 관계자들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육중한 전,현직 보디빌더 출신의 임원들이 항의하자 경찰이 동원되는 등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고, 이로 인해 KBBF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앞선 파문들이 KBBF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면, 이번에는 국내 보디빌딩 동호인들이 충격에 휩싸일 만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9월 중국발 멜라민 파동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보디빌더들의 필수품인 단백질 보충제에도 멜라민이 첨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분리대두단백질(콩에서 추출한 것으로 보충제의 주성분)에서 멜라민은 검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1개월뒤, 식약청은 시중에 유통되는 단백질 보충제 중에서도 유통경로가 확실하지 않은 제품은 안심할 수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놓았다. 중국에서 인터넷으로 구입하거나, 다른 국가를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단백질 보충제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해석이었다. 결국 보디빌더들은 필수품인 단백질보충제를 마음을 졸이며 복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렇게 국내 보디빌딩계 바람잘 날 없던 한해가 끝이 났다.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었던 2008년이었다. 지난 12월 22일 기점으로 4년간 KBBF를 이끌어 온 김창원 회장 체제도 끝이 났다. 오는 1월 중순께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KBBF가 내년 기축년에는 밝은 소식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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