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 최고 수익모델 ‘블랙벨트 아카데미’
발행일자 : 2008-12-13 21:04:14
<무카스미디어 = 신준철 기자>


[기획특집 - 태권도 단증의 가치를 되찾자 마지막 편]

국내 한 태권도장의 공개 심사현장. 전부 아동 수련생이다.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 가진 면허증을 ‘장롱면허’라고 한다. 요즘 태권도(국기원)단증은 ‘장롱단증’으로 비하되고 있다. 국내 6백만명 이상의 유단자 중 태반이 장롱단증이다. 이는 태권도 수련 인구가 성인에서 아동으로 급격하게 변화되면서 생긴 기현상이다. 1974년 3월 1일, 18세 미만이 승단에 응시할 경우 단이 아닌 품을 발급하는 제도가 처음 도입된다. 성인수련생과의 구분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생활체육 활성화 바람을 타고 태권도장에서 점차 성인이 사라지더니, 지금은 씨가 말랐다.
품 제도는 3품까지였다. 그런데 1999년부터 4품 제도가 새롭게 추가된다. 국내 일선 도장에서 아동 수련생의 3품 취득기간은 대략 4년이다. 3품 취득 후 더 이상 올라갈 등급이 없는 수련생은 도장을 그만두는 확률이 크다. 이에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가 협의를 거쳐 4품 제도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미봉책이었다.
4품 제도는 품새조차 제대로 기억 못하는 ‘가짜고단자’를 양성하게 된다. 예를 들어 6살에 태권도를 시작한 A군은 13살에 4품을 취득할 수 있다. 그리고 중학교 공부를 시작하면서 태권도를 그만둔다. 대학을 입학한 A군은 4품을 국기원에 찾아가 4단으로 교체한다. 국기원 품증 소지자는 별도의 심사 없이 단증으로 바꿀수 있다. 4단부터는 태권도 고단자로 평가한다. 하지만 A군을 태권도 고단자라고 평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가짜고단자의 범람과 성인들의 외면으로 인해 태권도 단증은 ‘돈만 있으면 딸 수 있는 것’, ‘애들이 추억으로 간직하는 증명서’ 등의 부끄러운 소리를 듣고 있다. 또 일부 지도자 중에는 돈벌이에 급급해 속성단증을 만들어 주겠다며 광고까지 하고 있다. 단증의 가치가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이는 국기원이 ‘단증공장’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얻은 결과이다.
단증의 가치와 수익을 함께 높이는 시너지 효과, 블랙벨트 아카데미

보스턴 김재훈 태권도장의 블랙벨트 클래스 수련자들
1편(10년째 태권도 1단인 제드의 고집)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에서 태권도 1단을 따기 위해서는 평균 3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이는 쉬지 않고 도장에 나와 땀을 흘렸을 경우에 해당한다. 이들에게 블랙벨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결과물이다. 블랙벨트 수여식에서 감격에 겨워 눈물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들이 태권도 종주국의 블랙벨트에 대해 알게 됐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미국 내 성공도장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가 ‘블랙벨트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랙벨트 아카데미는 3년간의 교육비를 한번에 선불로 받거나 분기별로 나눠서 받는 것이다. 비용은 도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5천불(6~7백만원)정도다. 이상철 관장(USTC 회장), 김재훈 관장(보스턴), 정순기 관장(버팔로), 이승형 관장(LA) 등 미국에서 도장 운영을 잘 한다고 소문난 지도자들은 블랙벨트 아카데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만난 이상철 관장은 “블랙벨트 아카데미는 태권도 단증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도장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수련생 입장에서도 블랙벨트라는 목표를 가지고 정진할 수 있고, 매달 교육비를 내는 것보다 할인되는 효과도 있다. 물론 이는 도장 내에서 블랙벨트에 대한 권위와 가치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보스턴 김재훈 태권도장의 경우 블랙벨트에 대한 대우는 특별하다. 도장에는 블랙벨트만이 출입할 수 있는 수련장이 따로 있다. 또 블랙벨트만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 따로 있다. 급(흰띠~빨간띠) 레벨의 수련생들에게 블랙벨트는 특별한 존재로 비춰진다. 김재훈 관장은 “블랙벨트 아카데미 가입을 강요는 하지는 않다. 비용도 꼭 일시불로 납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 코스는 동기 부여를 통해 스스로 원해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요하다. 일반 수련자에 비해 집중 훈련을 시키지만 심사는 엄격합니다. 블랙벨트 아카데미를 끝마쳤다고 단증을 주지는 않습니다. 심사에서 떨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재훈 관장의 이 말 속에는 단증의 가치 상승은 곧 도장 수익을 높이는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단증의 가치 높이는 일' 지도자, 국기원, 정부 모두 나서야 한다
한국의 현실에서 미국식 블랙벨트 아카데미를 도입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하지만 블랙벨트 아카데미의 핵심이 단증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의식전환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의례 블랙벨트 심사에 응시 할 수 있다는 수련생과 학부모들의 생각을 바꿔보자. 응시 기준부터 엄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수련생 숫자에 급급한 수업보다는 블랙벨트와 급 레벨의 수련자를 나눠 차별화된 수업을 진행하자. 도장이 좁다면 수업 시간을 나누자. 수업을 수련생 스케줄에 맞추지 말고, 수련생이 수업에 맞추도록 해보자. 또 성인 수련생을 위한 수업과 환경을 마련해보자.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수련생이 감소할 수도 있다. 내 도장 수련생들이 쉽게 블랙벨트를 딸 수 있고, 수련생 개인 시간에 맞춰준다는 근처 도장으로 옮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자. 진짜 실력있는 태권도인을 배출해 보자. "이 도장 블랙벨트는 진짜야"라는 말을 듣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달라 질 것이다.
국기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증의 가치을 높이기 위해 한시적이라도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자. 승단 심사에 쿼터제(상대평가)를 적용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존 승단 합격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지적될 수 있지만, 단증의 가치 상승이라는 대의적인 측면에서 밀어붙여야 한다. 또 품에서 단으로 교체해 줄 경우 간단한 심사규정을 마련하자. 이를 통해 성인들이 어린 시절 수련했던 태권도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게 말이다. 그러면 이들이 근처 도장을 찾을 확률이 더 높아 질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도 기대해 봄직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표한 태권도진흥 기본계획(09 ~ 13)에는 승단심사에 대한 개선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문체부는 기본계획에서 "국기원을 세계태권도 중앙도장으로 취지를 살려 무도의 본산으로 육성하고 승품단 심사 등 경기제도를 선진화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체부가 이러한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증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기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에 앞서 단증 소유자에 대한 혜택을 늘려주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군, 경 가산점 확대 시행 및 공무원, 교사 임용시 가산점 부여 등은 국기원은 물론 태권도 관련단체에서 적극 권의해 볼 만한 내용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 했다. 어떠한 큰일이라도 조금씩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국기원의 단증체계는 이제 30년 조금 넘었다. 또 국내 도장의 승단심사 문화는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체념하는 태도를 보이는 태권도 단체 관계자들과 지도자들에게 우공이산은 꼭 필요한 말 같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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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증을 단증으로 바꿀때 어느정도 평가를하고 바꿔주는 제도를 도입하는건어떨까요
단으로 바꾸기위해 어느정도수련기간이필요할것이고 성인수련생도 자연스럽게 생기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되네요^^2009-12-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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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W,T.F 태권도는 이미 무술로서 그 가치가 없다.
2008-12-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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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국에도 저런 도장이 탄생되길 기대해 봅니다.
2008-12-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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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장허것냉 바보니 도복도 다르잔아 하나는 북한태권도 하나는 한국태권도니까..............
2008-12-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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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두 사진이 이상하게 비교되는걸까?!
ㅋㅋㅋ2008-12-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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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린수련생들이 많은것은 우리나라 교육현실과 생활패턴탓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공부가 우선되는 분위기 속에 공부학원 다녀오면 늦은 밤시간에 다시 도장으로 가기는 어렵습니다. 성인또한 취업과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은 태권도 수련보다는 영어회화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비단 태권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와 미술등 대부분의 예체능이 다 그러합니다. 절대로 예체능이 저급한 것이기 때문에 성인이 없는것이 아니라 문화와 사회의 분위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태권도계에서도 자정과 발전을 위한 방안을 내어놓아야 하며, 제도권에서도 국기태권도 발전을 위한 단증에 대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2008-12-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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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열심히 하는 곳 많습니다. 그렇지 못한곳도 물론 있고요... 미국은 주5일 수련보다 주2-3일 수련이 많습니다. 그래서 승단기간이 더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잘못된 것을 보고 고치는 작업도 필요하지만 잘 하는 것을 보고 권장하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반성을 위한 시각이 너무 부각되다보니 우리 스스로 태권도가 더욱 부패한 집단으로 스스로 비하하는 격이 됩니다.2008-12-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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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하제는 단증의 가치를 위해 하나의 방법으로 블랙벨트 클럽의 안을 예를 들은 건데, 이해력이 딸리네, 그럼 수족이 고생해... 까칠한만 내세우지 말고 한글 이해도를 높여라
2008-12-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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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당나라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서 계약이라고 하는 관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블랙벨트 클럽이라는 도장 안의 상품을 만들어 다년 계약을 유도하고 있는 시스템 입니다. 각나라 별로 그나라의 정서에 맡는 마케팅이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ATA 가 90년대 한국에 들어와서 거의 이름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고
마케팅 방법도 한국식으로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2008-12-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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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사범들이 읽을 만한 도움이 되는 기사 좀 부탁하빈다
2008-12-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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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처럼 블랙벨트를 긍지 있게 잘 활용하는 지도자도 있지만, 이를 돈벌이로만 악용한느 사람들도 있습니다. 썩을 놈들이죠
2008-12-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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