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뒷담화]당돌한 김혜수,약속지킨 이규형 사범

  

이규형 사범이 홀로 운동장을 100바퀴 돌았던 이유


어린 시절 김혜수(좌)와 이규형 사범(우)


많은 사람들이 영화배우 ‘김혜수’하면 섹시하고 당당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김혜수 특유의 똑 부러지는 말투는 비슷한 멘트를 되풀이하는 여느 배우들과 차별성을 보인다. 보는 이로 하여금 후련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물론 이를 건방지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김혜수의 이러한 당당함은 어린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김혜수의 미동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다.

김혜수가 미동 태권도부 시절 이규형 사범(60, 현 계명대학교 태권도학과 교수)의 제자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규형 사범이 이끌었던 미동 태권도 시범단은 곧 대한민국 대표 어린이 시범단으로 통한다. 88서울올림픽 당시 미동 시범단의 태권도 시범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과거 운동을 하면 공부를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도 미동초등학교 태권도부였다. 이는 이규형 사범의 교육철학 때문이었다. 태권도를 통한 인성교육을 가르쳤고, 공부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미동 태권도부는 곧 우등생이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타 학교 학부모들 중에는 미동 태권도부에 들어가기 위해 전학까지 시킨 경우도 있었다.

이규형 사범은 특히 ‘약속’을 중요시 했다. 미동 태권도부 훈련시간은 철저했다. 1분이라도 늦을 경우 학생들은 운동장을 뛰어야 했다. 이 사범은 “만약 내가 훈련시간에 1초라도 늦을 경우에는 운동장 100바퀴를 뛰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규형 사범은 말만 앞서는 지도자가 아닌 언행일치가 되는 사람이다. 학생들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이런 이규형 사범이 학생들과 약속을 어긴 적이 한번 있다.

이규형 사범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훈련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마땅한 식사거리가 없어 냉장고에서 200ml 우유 한 팩을 꺼내 마신다. 배고픔에 단숨에 마셨다. 그런데 왠지 뒷맛이 찜찜했다. 유통기간이 1달이나 지난 우유였다. 별일 없겠지 하며 집을 나선 이규형 사범은 급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배탈이 난 것이다. 그렇게 화장실 들락거리기를 20차례, 거의 탈진지경에 이른다. 그래도 학생들과의 약속을 깰 수 는 없다는 일념으로 기어가다시피 학교에 도착한다.

힘겹게 학생들 앞에서 선 이규형 사범이 훈련지시를 하려는 찰나, 한 학생이 “사범님 2분 늦었습니다”라며 시계를 가르키는 것이었다. 김혜수였다. 시간을 보니 정말 2분이 늦었다. 눈 앞이 캄캄해 졌지만, 약속은 약속이었다. 이규형 사범은 배를 움켜지고 운동장으로 나가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100바퀴를 모두 돌았다. “하늘이 노래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내가 변명으로 상황을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 이를 악물고 뛰었습니다”라고 당시의 에피소드를 흐뭇하게 회상했다.

자신의 스승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몰아세웠던 김혜수의 당돌함도 놀랍지만, 누가 봐도 암담했던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켜 낸 이규형 사범도 대단하다. 정말 그 제자에 그 스승이다. 약속의 소중함을 일깨워는 주는 태권도계의 일화였다. 요즘 우리 태권도계는 약속, 즉 스스로 뱉은 말을 잘 지키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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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린보이

    혜수누님 어릴때도 너무 예쁘던데..ㅋㅋㅋ 태권도도 잘했더군요. 짱입니다

    2008-11-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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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와 ㅜㅜ

    대부분의 지도자들 귀싸대기나 욕할듯 ㅋㅋ
    역시 이규형 사부님 최고

    2008-11-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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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희

    역시 혜수언니답네요!! 항상 멋지고 당당한 모습 변치 않기를... 이규형 사범님 건강하세요!!

    2008-11-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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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spect

    태권도계의 보물같은 존재이십니다. 이규형 사범님 언제까지나 건강한 모습으로 있어 주세요

    2008-11-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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