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철의 산산수수]김동현의 승리를 화나게 하는 것들

  

유병철의 산산수수(山山水水) - 첫 번째 이야기


한국 바둑계에서는 예로부터 이런 말이 있었다. ‘바둑은 중국에서 태어나고, 일본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하지만, 최고의 기사는 한국에서 나온다’고. 개인적으로 프로복싱, 태권도, 이종격투기 등을 취재하면서 남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한 가지 ‘개똥철학’을 갖게 됐다. 아직 시스템이 발전되지 않아서 그렇지 ‘최소한 동양 최고의 파이터는 한국인의 몫’이라고 말이다.

강인한 민족성이 그렇고, 어려운 시절 일본열도를 평정한 역도산, 최영의(최배달) 등 전설의 코리언 파이터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또 실제로 최근에도 추성훈, 데니스 강, 최홍만, 윤동식, 김동현 등 시간이 갈수록 좋은 파이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좋은 자질을 갖춘 한국 파이터들이 세계로 나가 맘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선수보다 시스템이 약한 한국격투기



지난 9월7일 ‘한국인 첫 UFC파이터’ 김동현이 2차전을 가졌다. 만만치 않은 신예 맷 브라운을 상대로 힘겨운 판정승(2-1)을 거뒀다. 한 체급을 낮춰 출전한 브라운이 원체 파워가 뛰어나고,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김동현이 경기를 준비하면서 갑작스런 허리부상으로 2주간 쉬는 바람에 훈련이 충분치 않았고, 서브미션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KO를 위해 큰것만 노렸다는 세부전술의 미스가 있었지만 어쨌든 의미있는 승리였다. 특히 브라운의 손을 들어줬어도 뭐 크게 문제가 없었던 접전이었는데도 자국선수 대신 공정하게 동양인의 이방인을 택한 UFC심판진의 판단에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문제는 한국의 격투기 전문가 부재다. 하나씩 집어보자. 먼저 세컨 얘기다. 김동현은 이번 애틀랜타 원정길에 자신의 코치인 부산 TEAM M.A.D의 양성훈 사범과 함께 가지 못했다. 이는 지난 5월 라스베이거스 데뷔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자문제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기 전 컨디션에 따른 세부전술 마련, 그리고 1,2라운드 후 휴식 때 갖는 임기응변 등 세컨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정말이지 중요한 요소다. 김동현은 이것없이 싸운 것이다. 훈련파트너 한 명만 대동한 것이다. 특히 상대 브라운이 UFC 최고의 세컨 맷 흄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하니 더욱 속이 탄다.

UFC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도 큰일이다. 인터넷과 미디어 보도, 중계해설 등에서 오류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해설자는 “UFC는 개런티는 당일 지급하지만 승리보너스는 나중에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틀린 내용이다. 일단 승리보너스는 UFC에서 이길 경우 개런티 액수의 두배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데뷔전 때 김동현이 기본개런티 2만달러에 승리수당 2만달러, 그리고 나중에 UFC의 격려금 5000달러를 따로 받았다. UFC에서 파이터의 수입, 즉 개런티와 승리보너스는 경기 후 수표로 지급된다.



그리고 김동현이 떼돈을 벌었다는 추측성 보도도 많은데 사실과는 좀 다르다. 각종 보도뿐 아니라 이날 UFC88의 해설자는 “최고 승부를 펼쳐 최고의 매치로 뽑힐 경우 보너스 6만5,000달러를 더해 최대 10만5000달러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일단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식으로 확실치도 않은 승리보너스를 언급해 엄청난 수입이라고 과장하는 것이 옳지 않다. 그리고 액수도 틀렸다. 김동현은 UFC와 4경기 계약을 맺었다. 매 경기 2만달러가 공식 개런티다. 하지만 승리할 때마다 다음경기에 3,000달러가 추가된다. 그리고 승리할 경우 개런티와 같은 액수의 돈을 보너스로 받는다. 데뷔전 승리로 김동현은 UFC88에서 2만3000달러를 받았다. 승리를 했기에 당연히 4만6000달러가 총 수입이다. 6만5000달러를 더한다면 11만1000달러가 된다. 기본적인 내용도 파악이 안됐다고 할 수 있다. 또 UFC는 개런티와 승리보너스 외에 베스트매치(2명 모두), 베스트KO, 베스트서브미션 등 총 4명의 선수에게 수만달러의 특별상금이 주어진다. 이는 대회때마다 액수가 달라진다.

메인매치 승격도 그렇다. 이날 김동현의 경기는 당초 다크매치(미국내 중계방송이 안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메인메치 중 웰터급경기가 취소되고, 또 KO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메인매치로 승격된 것이다. 3차전은 상대에 따라, 그리고 김동현에 대한 평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2승을 하고, 한 번 메인매치가 됐다고 해서 계속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스폰서도 그렇다. 김동현도 모자, 셔츠 등에 여러 기업의 로고를 붙였지만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글로벌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외국선수들에 비하면 초라하기만 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답게 대기업들의 ‘통큰 후원’을 보고 싶다.

김동현의 선전을 축하한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 파이터들이 각종 대회에서 더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그 시기를 앞당기고, 또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해서는 이종격투기 세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또 출전과정에서의 확실한 시스템, 그리고 든든한 후원 등 필요한 것이 많다.

[유병철 선임기자 / einer@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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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ㅂㅈㄷㄱ

    너무 피가 많이 나서 잔인하고
    미국에서도 금지하는 주가 많은데
    글로벌 대기업이 스폰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거기다 유에프시는 미국에서도
    매니아들만 보는 종목인데

    2008-09-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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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니엘

    사실 외국 대기업에서도
    이종격투기 선수에게 스폰하는 거 없습니다
    제가 보기엔 김동현 선수 T - 셔츠에 제일 많이 광고 로고가 붙은 거 같던데요 @@
    그나마 한국 슈퍼액션 채널에서 생방송으로 해주니
    미국측에서도 많은 지원 해준거 같네요 김동현 선수 전적에 저 정도 대전료도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수십전 싸운 선수도 1만-2만불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한게 UFC입니다

    2008-09-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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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

    별로 수박 겉햟기식 기사인데...

    2008-09-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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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수고하셨습니다~ 잘보고갑니다!

    2008-09-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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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격투기관전자심군

    정말 속 시원하게 후려파는 기사를 쓰셨네요..기사님....ㅋ
    정말 우리나라에 뛰어난 선수는 많지만, 그것을 1년.. 5년... 길게는 10년까지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거나 없는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김동현 선수와 같은 선수들로 인해서 스폰서도 많아지고 훌륭한 선수들도 많이 배출되길 바랍니다...^^

    2008-09-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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