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이제 이것을 배신이라고 하자"

  

[오피니언] 구효송 교수의 태권도 시시각각


구효송 교수

얼마 전부터 불거진 국기원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여주듯이 작금의 태권도계는 이미 덮어버리기에는 너무도 큰 상처를 안고 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루어진 양식 있는 인사들의 우려와 애정 어린 비판은 결과적으로 태권도 조직에 면역성을 길러주고 말았다.

태권도언론을 비롯한 사회 각층에서 비판의 물결이 여러 차례 지나갔으나, 태권도계는 아직도 그 구태를 그대로 안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태권도계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패배주의가 분명히 한 몫 하고 있다.

“아무리 해도 안 돼”라는 혹은 “태권도계가 원래 그래”라는 현실적이면서도 패배주의가 분명한 이러한 사고가 오늘날 태권도계의 추한 모습을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추한 변명의 현실은 세계태권도연맹의 전자호구를 둘러싼 잡음을 다룬 지난 7월 2일자 <한겨레21>의 기사 ‘전자호구 싸움은 누가 말리나’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항간에 나돌던 소문이 기사와 같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우리는 김운용 전 총재가 물러나자 세계의 태권도계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고, 2004년 조정원 총재가 새로 취임하고 새로운 각오를 밝힐 때, 우리는 모두 태권도계의 앞날을 축복하고 조 총재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조 총재가 세계연맹을 이끌면서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무엇인가?

“경기에 참가한 선수가 정당하지 않는 방법으로 승리를 할 경우 일순간의 즐거움이나 기쁨은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은 결코 진정한 즐거움이나 행복은 될 수 없습니다. 스포츠계를 포함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비윤리적 행동은, 페어플레이 정신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지난 해 9월 조정원 총재가 한국페어플레이위원회 초대회장으로 추대될 때 올림픽파크텔에서 가졌던 수락연설 중 한 부분이다. 아주 좋은 말이다. 우리가 태권도에 입문하면서 빠지지 않고 배웠던 태권도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우리의 행동지침이 될 만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태권도를 배우면서 혹은 여타 스포츠를 몸으로 체험하면서 올바른 사고와 함께 당당해질 것을 배웠으나, 오늘날 우리에게 그러한 태권도의 가치관을 심어주었던 혹은 태권도 조직을 이끌 장본인들은 정작 이를 외면하고 태권도계를 질곡의 그늘로 이끌고 있다.

세계연맹 조정원 총재는 위의 연설을 하면서 수많은 스포츠인들의 박수를 한 몸에 받으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스포츠와 생활 모든 면에 걸쳐서 실현하기로 약속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3년간 조 총재가 보여준 모습은 과연 ‘페어’한 것이었나? 아니, 조 총재뿐만 아니다. 세계연맹 집행부에 들어있는 그 누구라도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맹은 조 총재 1인에 의해서 이끌려가는 것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겨레21>의 기사를 보면 전자호구 선정에 있어서 거의 독단적인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이는 김운용 전 총재 시절의 행태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태권도기구를 개인의 사조직인양 취급하는 태도라고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운용 전 총재는 수많은 비리와 부정의혹에도 불구하고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하게 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공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조정원 총재에게는 태권도를 제대로 이끌 능력도 의지도 없는 듯이 보인다.

우리 이제 이러한 행태를 배신이라고 하자. 입으로는 태권도정신을 외치면서 갖은 비리에 물들어 있는 이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는 배신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말자.

이 배신의 시대에 국기원은 국기원대로 유아적인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며 싸우고 있고, 세계연맹은 또 그들대로 태권도 거꾸러트리기 경쟁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불쌍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배신이 무엇인지 보여준 그들이 아니라, 오늘날과 같은 배신의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다.

그리고 이 배신의 시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들은 그들이 심어준 패배주의에 물들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묻혀서 흘러가는, 그리하여 그들이 마음 놓고 더 큰 배신을 할 수 있도록 들러리를 서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러한 와중에서는 패배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패배주의가 가르쳐주는 길을 가는 것이 훨씬 편한 삶의 방식이다.

그래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야. 그래서 이런 태권도의 배신자들이 그들의 입으로 ‘대아를 위해서 소아를 버리고 매진’하자고 떠들어도 이 세상은 원래 그렇기 때문에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야. 그리고 우리는 또 다시 학교에서 그리고 도장에서 하릴없이 ‘태권도정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우리의 태권도는 우리가 길러준 면역성을 안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연일 올림픽 퇴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기사가 올라오는가 하면, 태권도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언급하지만, 도대체 그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할 분들이 책임은커녕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태권도를 배신한 그들이 태권도를 이끌고 있는 한 태권도라는 배를 탄 우리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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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오용진

    사회과학을 면역성 이라고 역동적으로 조리있게 말하는 교수님의 논리에 반대한다.태권도가 병이 들어서 말기 환자가 아니라 언제든 2001년 부정부패 김운용씨를 밀어내듯이 서서히 태권도 변화의 물결은 도도히 이루어 지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역사다.교수님의 고민하는 것은 기우다.좀 더 획기적인 논리로 포괄적으로 우리를 설득해 달라?지식인과허위의식은 늘 존재해 왔다.태권도를 사랑하는 교수님,진보와보수의 논쟁은 곤란합니다.힘들어도 광야에 외치는 소리를 듣고 싶은 현실입니다.꼬집어 주세요,아니면 주리를 틀어주든지요...교수님 존경합니다.

    2007-07-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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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견이

    배신의 시대를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말고,
    태권도 배에 탄 스스로를 불안해 하지 말고,
    글로서 말로서 정승 대감을 하려들지 말고
    자신이 직접 나서라.
    인물이 없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스스로 필요한 인물이 되도록 하라는 도산의 말씀이 이럴 때 적당하다.

    2007-07-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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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 덕희

    지난 수차례의 시연회에서 아000제품은 한번도 정상 작동을 한적이 없는데 2005년 시연회에서
    4표를 얻었다니 당시 관련된 분들의 정신상태가 의심 스럽습니다. 그리고 이제와서 L000제품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공인이 된듯 매도하는 분들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지금 세상은 김 전총재님 시절과 틀림니다. 근거를 갖고 비난하고 매도하시기바랍니다.

    2007-07-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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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어플레이

    월드컵이든 올림픽이든 심판의 잘못된 판정을 시인하고 판정 결과를 바꾸지 않는 스포츠 이벤트는 전부 쓰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 결과를 바꾸지 않는 것은 돈 때문이죠. 승부를 조작해야 돈을 받죠. 태권도는 전자호구를 채용하여 세계 스포츠에 본이 되어야 합니다.

    2007-07-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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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적태권도

    아무리 해봐도 안되는게 있다 그것이 바로 그사람이 가지고있는 능력이다.
    조총재와 김 전총재가 가지고 있는 능력? 너무나 상극이다.
    조총재는 자신이 태권도를 마니 안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3년동안 잡음과 더 많은 불신뿐이다.
    독점계약이 있을수 있을까? 이게 정말 부총재급도 모르고 혼자만에 독단적인 계약이라면 뭔가 수상하다. 구교수 말대로 김전총재는 태권도를 올림픽종목에 넣기라도 했지....
    제발 정신차리고 태권도발전을 위해 노력하십시요.

    2007-07-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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