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품새 판정 논란 해법은 '라운드 승제'
발행일자 : 2026-06-29 21:24:10
[한혜진 / press@mookas.com]

공정성을 위한 30분의 투자,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태권도 품새는 이제 세계인이 함께하는 국제 스포츠로 성장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는 여전히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선수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지도자는 항의하며, 심판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문제는 특정 심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판정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한계에 있다.
필자는 그 대안으로 '라운드 승제' 도입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품새 경기는 1품새와 2품새 점수를 합산해 승패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1품새에서 발생한 점수 차이가 2품새 결과까지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품새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도 역전이 쉽지 않고, 심지어 다수의 심판이 특정 품새에서는 한 선수를 우세하게 평가했음에도 최종 결과는 반대로 나오는 경우도 발생한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잘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단순 합산 방식은 선수와 지도자, 관중 모두에게 직관성이 떨어진다.
라운드 승제는 다르다. 1품새의 승자를 먼저 가리고, 2품새의 승자를 다시 가린다. 만약 1대1 동점이 되면 3품새를 통해 최종 승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경기 결과를 이해하기 쉽고, 각 품새의 승패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라운드 승제는 선수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재도전의 기회를 보장한다. 1품새에서 뒤졌다고 해서 승부가 사실상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2품새에서 만회하고, 필요하다면 최종 품새를 통해 승패를 가릴 수 있다. 선수는 마지막 동작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며, 관중 역시 끝까지 긴장감 있는 승부를 지켜볼 수 있다.
반면 현재의 단순 합산 방식은 1품새 결과가 2품새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승부는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어야 스포츠다. 라운드 승제는 바로 그 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품새 경기에도 되살리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시간 부족을 이유로 라운드 승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경기 운영 시간을 분석해 보면 설득력이 크지 않다.
고등부 남녀 1·2·3학년의 8강 경기를 기준으로 하면 총 42경기 수준이다. 현재 경기 운영 기준으로 한 경기당 약 3분 30초가 소요되는데, 라운드 승제를 적용해 추가 품새 1개를 실시한다고 가정해도 경기당 1분 남짓의 시간만 더 필요하다. 4개 코트를 동시에 운영할 경우 8강부터 결승까지 추가되는 시간은 약 25~30분에 불과하다.
하루 종일 진행되는 대회 일정을 고려하면 결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선수들의 수개월, 수년간 노력의 결과를 결정하는 승부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면 30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국가대표 선발과 진학, 선수 생활의 방향까지 좌우하는 무대에서 공정성을 위한 30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지금처럼 대회가 끝난 뒤마다 판정 항의와 논란이 반복되고, 선수와 지도자가 결과에 불신을 갖게 되는 것이야말로 더 큰 손실이다.
라운드 승제는 특정 선수나 단체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선수에게는 더욱 공정한 기회를, 지도자에게는 결과에 대한 수용성을, 심판에게는 판정 부담 완화를 제공하는 제도다.
물론 세부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1대1이 될 경우 실시할 3품새를 사전에 지정할지, 추첨으로 결정할지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운영 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도 개선 자체를 미뤄서는 안 된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품새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사실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이 주관하는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억울한 판정 논란 없이 실력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도 국내 무대부터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수들의 꿈과 노력이 걸린 승부를 위해 단 30분만 더 투자하자. 그 30분이 품새 경기의 신뢰를 회복하고, 선수와 지도자, 심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건강한 경기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외부 필자의 의견으로 무카스미디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이봉한 품새심판 = KTA 품새심판위원회 부위원장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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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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