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운의 무술만화편력(2) - 나츠키 크라이시스

  


<나츠키 크라이시스>히로히사 츠루야 作

무술에 있어서 ‘옛것’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은 국적을 불문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나 중국의 전통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도 그렇거니와, 일본 무술계가 가지고 있는 ‘고류(古流)’에 대한 환상 역시 만만치 않다. 알고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비전의기술이라든지 궁중무술, 가전무술 같은 개념도 모두 일본에서 건너온 것들이다. 몇 년 전에도 전국 시대 장군 가문에 이어져왔다는 골법(骨法)이라는 무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옛 형태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오랜 시간 속에 지금 전해지고 있지는 않지만 과거에는 존재했던 ‘강력한 봉인기’가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레이시 유술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 데에도 바로 그런 ‘유도 이전의 유술이 가지고 있던 실전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어필했을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고류’에 대한 환상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유파 가운데하나가 바로 가라테라는 것이다. 가라테는 원래 일본 본토에서 전승되던 무술이 아니기 때문인데, 오키나와에서 일본 본토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그 커리큘럼이나 기술이 많이 변형, 유실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상당하다.

실제로도 지금도 오키나와 고무도를 전승하고 있다는 유파가 다수 존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본토에서 전수되고 있는 전통가라테로 분류되는 유파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라테의 모습과는 생소한 것이 많다. 그 대표적인 유파가 고쥬류(剛柔流) 가라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유파들의 눈에 띄는 특징으로는 맨손으로 치고 차는 무술, 즉 입식타격계 무술의 대명사와 같은 가라테의 개념을 넘어서서 다양한 무기술을 포함할 뿐 아니라 메치기, 꺾기 같은 유술기도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라테 걸 나츠키


선머슴 같은 미소녀 주인공은
90년대 일본 소년만화의 유행이었다

8, 90년대에 만화를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만화 중에 <바스타드>라는판타지 만화가 있다. 상당히 하드코어적인 내용이기도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 만화에서는 보기 힘든 섬세하고 화려한 펜터치와 스크린톤 테크닉을 선보여서 한 때 아마추어 만화가 지망생 사이에서는 교본처럼 여겨지던 만화이기도 하다.

〈나츠키 크라이시스〉는 <바스타드〉와 매우 비슷한 그림체로 같은 작가의 작품인 듯 착각하게 하는데(10년 가까이 착각해온 본인의 무지를 일깨워준 독자님께 감사드린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바스타드>의 인기를 등에 업고 〈크라이시스〉, 〈나츠키 위기일발〉 등의 제목으로 몇 차례 해적판 번역본이 나왔지만 그다지 큰 인기는 얻지 못했다.

주인공 나츠키는 가라테부 활동을 하는 고등학생인데, 이 학교는 무술과 격투기 수련을 권장하는 학교다. 나츠키는 이런저런 이유로스스로를 단련시켜 가며, 태권도, 레슬링, 유술 등 여러 종목의 강한 상대와 겨룬다. 그 스토리는 만화답게 다소, 아니 매우 황당하지만 이해하고 넘어갈 만한 수준이다.

무술의 핵심, 정중선


대신 작가는 여고생인 나츠키가 훨씬 크고 힘이 센 남자 상대들을 쓰러뜨리는 것에 대하여 독자를 납득시킬만한 방법을 고무도에서 찾았다. 그리고 거기에 접근하는 방식이 상당히 진지하다.

무술과 무용, 고류끼리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가

나츠키는 가라테을 중심으로 무기술, 유술 등 각종 고무도를 접하고 익히는데(작중에는 정확한 명칭이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신토류, 고쥬류 등의 가라테 유파와 나기나다, 다이토류 아이키주즈츠, 요신칸 아이키도 등을 모델로 삼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수행 과정을 통해서 작가는 카타(型)와 분해조수(형의 동작을 풀이해 상대와 실제로 연습하는 것, 중국무술에서는 탁해라고 한다)의 의미, 그를 통한 모든 움직임에서 ‘정중선(正中線)’의 체득을 강조하는데, 여기에서 일본전통무용의 움직임과의 연관성도 이야기한다. 또한, 고류 수련법의 독특함이 그 무술을 하기 위한 연체법으로서 얼마나 합리적인가 등 고류의 술리적 가치를 보여준다. 솔직히 공부가 되는 만화다.

현대에 고류를 수련하는 의미


하지만, 이 정도에 그쳤다면 “아, 참고서적 몇 권 두고 잘 각색했구나.”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만화는 무술 수행과 고무도가 가지는 진짜 가치를 놓치지 않는다. 극중에서 병으로 죽음을 앞둔 한 고류 유술 명인은 딸에게 비전의 절기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한다.

작지만 효율적인 움직임의 비결은
정중선을 지키는 보법과 신법에 있다



“무술로 예부터 전해져온 유파다. 사용법과 움직일 수 있는 몸만 있다면 당연히 사람을 죽이는 것도 쉬운 일…그런 무술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생각이 필요한 거야. 게다가 싸움이 필요없는 현대에선 사람을 상처입히는무술은 쓸모없는 기술이다. 그래서 일반인은 핵심을 알 수 없게끔교전법을 새로 만들었다. (중략)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라, 세상에서 의미를 잃어버린 유술이라도 우리 가문에서는 선조 대대로 부친에게서 자식으로 체술과 함께 마음을 전해줄 수 있는 둘도 없는 끈이니까… 할 수 있다면 끝까지 가르쳐주고 싶었다.”

#만화 #가라테 #나츠키 #크라이시스 #강유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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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yan

    국내 만화중에 무예를 깊이 있게 다룬거라면 거의 찾아 보기 힘들죠...
    있다고 해도 태권도를 주제로한 명랑만화 밖에 없던데....
    국내에서 무예에 관한 작가의 철학을 담은 만화란 찾아 볼수 없는걸까요...
    그나마 한가지 추천 하자면 "PK"라고 하는 만화가 있습니다.
    다양한 무술종류와 국내 만화 치곤 약간의 전문성이 있어 보이는 만화였습니다.
    극진에서 따온듯 보이는 극천 가라데라는 유파도 보이기도하고...어쨋든
    조금은 비현실적인 면이 보이지만 나름데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만화입니다.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참, 국내에서 Pride 를 다룬 만화가 있는걸로 아는데
    아직 몇권 안나온걸로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만화 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2003-07-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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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cid

    나츠키 크라이시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정중선에 관한 얘기는
    저도 무척이나 흥미롭게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일본무술에 원래 이런 이론이 있었는지.

    어떤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는지에 관해 좀더 심층적으로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
    다.

    2003-07-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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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운

    이상하군요. ㅡ_ㅜ

    기사 넘길 때 틀림없이 짚고 넘어간 부분인데...
    편집 상에서 실수가 있었나 봅니다.

    이거 참... 이 기사는 저랑 뭔가 악연이 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조속히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2003-07-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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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jor

    고쥬류의 한자 표기를 强柔流로 하셨는데 剛柔流가 맞지 않나요?

    류 기자께서 잘 못 쓰신 건지 아니면 실제로 强柔流라는 유파가 따로 있는 건지..
    제가 일본어를 모르지만 强柔流로 쓰는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미야기 쵸준(宮城長順)의 강유류라면 剛柔流가 맞는 것 같군요.

    2003-07-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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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운

    다음부터는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


    세이버캣은 저도 참 좋아하는 만화이고 소개할 예정에 있기도 합니다. ^^

    지금 짜둔 대강의 리스트는

    야와라
    나츠키 크라이시스
    띠를 꽉 묶어
    수라의 문 (터프 등도 함께)
    군계 (공수도소공자와 함께)
    세이버 캣
    격투왕 타이요 (터프, 바키 등과 함께)
    파이팅 소림사
    공태랑 나가신다
    권법소년과 용소야 등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 만화들

    등이고 권아처럼 너무 자주 다루어진 만화를 뺄 참입니다.
    그리고 한국 만화도 몇 편 넣을 생각입니다.

    혹시 추천할만한 만화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

    2003-07-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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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랑

    저기에 써있다시피 "류운의 무술만화편력"입니다.

    당당(?)하게 기자 자신의 이름과 편력이라고 써있습니다.
    이거 무슨 뜻인지 모르시는 분은 여기서 기사보시지 말고 공부 좀 더하시길 바랍니다.

    공공 사이트에 무슨 기자 개인의 취향을 쓰느냐고 물으신다면, 신문 좀 읽어보시길 바
    랍니다.

    중이 싫으면 절을 떠나면 됩니다. 무토 사이트의 모 기자의 글이 싫다면 무토에 안들어
    오던가, 공식적으로 무토의 건의하시던지 하십시오.

    그리고, 만화가 그냥 재미삼아 읽는 거라는 구시대적 발상은 도대체 그 근원이 어디입니
    까? 혹시 초등학생아닙니까?

    그리고, 기자님께서는 작품과 작가명은 꼭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이런거 민감한 세
    상인거 잘 아시잖아요~

    류운 기자님이 어떤 무술만화들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하군요.
    그럼 다음편을 기대하겠습니다.

    2003-07-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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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cid

    꼭. 세이버 캣이라는 만화도 소개해주시길~

    중국무술의 교육 시스템, 철학에 관한 탐구와

    재미를 훌륭히 양립시켰던 작품입니다~

    2003-07-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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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하






    화이팅>_<
    (퍽)

    2003-07-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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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운

    대중 만화가 추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무언가를 느끼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공수바보일대기가 당시 수많은 소년들에게
    극진가라테 수련의 꿈을 키워주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이소룡이 영화를 통해 무술인들에게 끼친 영향 역시 지대합니다.
    만화 권아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중국무술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었습니다.

    엔터테인먼트라고 해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나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은
    무협 영화이지만 예술적 표현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로 사람들을 감동시켰으며,
    100% 오락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조차 전하려는 메시지는 있습니다.
    (설마 영화는 예술이고 만화는 아니다 라고 하지는 않으시겠지요?)

    물론 그 메시지를 읽어 줘~! 라고 강요하거나
    이것이 나의 메시지야~ 라고 마구 드러내어서야
    선전 선동 수단에 다를 바 없겠지만 말입니다... ^^;;


    무술을 소재로 한 혹은 무술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무슨 무술의 어떤 동작이 나오는 지 관심있게 보게 되는 것은
    무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겪어본 일일 것입니다.
    남들이 다 별로라고 하는 영화나 만화도 재미있게 볼 수 있고,
    남들이 다 극찬하는 영화도 난 별로던데 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남들과는 다른 무술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보기 때문일 겁니다.

    이 연재는 그런 취지에서 무술하는 사람으로서 볼만 했던 만화를 소개하며
    이 만화를 볼 때 난 이런 점이 재미있었다, 볼만 했다 라고 얘기하려 합니다.
    나중에 만화책을 고르실 때 참고라도 하시면 좋을 테니 말이지요.

    2003-07-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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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운

    사실 전 바스타드를 고등학교 때 약간 본 후 보지 않았습니다. -_-;;;
    개인적으로 그런 내용의 만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작가에도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잇었습니다.

    그러다 열마 후에 나츠키를 보게 되었고,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나온 만화인데다
    비슷한 그림체이다 보니 그렇다고 굳게 믿고 있었군요.
    무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말이지요. ㅡ.ㅜ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보았던 만화를 회고하는 가벼운 기사라고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제 생각에 의존하여 기사를 쓴 점 사과드립니다.

    기사 내용은 조속히 수정하도록 하겠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신중해지도록 하겠습니다.
    지적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공부가 되었습니다. (__)





    2003-07-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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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토실망

    - 나츠키 크라이시스〉는 이 만화의 작가 히로히사 츠루야가 그린 만화로
    - 가라테를 소재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는 〈바스타드〉의 인기를 등에 업고
    - 〈크라이시스〉, 〈나츠키 위기일발〉 등의 제목으로 몇 차례 해적판 번역본이
    - 나왔지만 그다지 큰 인기는 얻지 못했다.




    그냥 몰랐더라도 기사쓸때 인터넷 검색 한번이라도 해보면 알일을...=_=
    나츠키 크라이시스와 바스타드 일본 원판단행본으로 지금 둘다 있다.
    바스타드 작가 이름은 하기와라 카즈시란다...=_=;;;
    무슨 중딩들이 기생수보고 이토준지가 그린거라고 우기는 식도 아니고.;;
    만화 슥 보고 그림체좀 비슷하다고 당당하게 그작가가 그렸다고 하다니.;;
    그런식이면. 미스테리극장 에지 와 GTO도 같은 작가가 그린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
    냐...? -_-;;;;;;

    2003-07-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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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nt

    이젠 무토기사서버가 아깝습니다 .
    만화책에서 무슨 뭘느끼라는이야기입니까 ?

    만화책이라는본질은 보고즐기란거지 그걸 뭘느끼라고 하는건 문제가될거같네요
    유치한 중학생적인발상........

    요즘 방송은잘되갑니까?

    2003-07-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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