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새퀸’ 이주영, 두 무릎 수술 딛고 세계선수권 ‘4연패’ 대기록

  

2018 타이베이 유소년부부터 2026 춘천 성인부까지 세계선수권마다 정상

 

이주영이 우승 직후 태극기를 휘날리며 자축하고 있다.

‘품새퀸’ 이주영이 긴 재활의 시간을 딛고 세계선수권 4연패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주영(한국체대)은 19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에어돔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춘천 2026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넷째 날 공인품새 여자 30세 이하부 결승에서 이란의 마흐사 바르제가리를 평균 9.220점 대 9.110점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 상대 바르제가리는 예상보다 강했다. 힘과 절도가 돋보였고, 동작의 강약도 안정적으로 조절하며 이주영을 압박했다. 하지만 큰 무대 경험에서 이주영이 한 수 위였다.

 

첫 번째 품새 ‘지태’부터 승기를 잡았다. 특유의 정확성과 완급 조절을 앞세워 9.260점을 받아 바르제가리의 9.080점에 크게 앞섰다.

 

두 번째 ‘금강’에서는 더욱 팽팽했다. 바르제가리가 9.140점으로 추격했지만 이주영은 9.180점을 기록했다. 두 품새를 모두 앞선 이주영이 평균 9.220점으로 네 번째 세계선수권 우승을 확정했다.

이주영 결승전 경기

이번 대회 이주영의 품새는 이전과 또 달랐다. 과거 폭발적인 힘과 절도로 상대를 압도했다면, 이번에는 힘을 쓰고 거두는 완급에서 여유가 묻어났다.

 

정확성과 절도는 그대로였다. 여기에 부드러움까지 더해졌다. 힘으로만 밀어붙이지 않고 강약을 조절하면서 전체적인 품새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오히려 최대 고비는 결승보다 준결승이었다. 세계랭킹 4번 시드 이주영의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에바 샌더센(덴마크). 2024 홍콩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우승을 다퉜던 둘이 이번에는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다시 만났다.

 

첫 번째 품새에서 이주영이 9.180점 대 9.100점으로 앞섰다. 두 번째 품새에서는 이주영 9.200점, 샌더센 9.180점. 불과 0.020점 차였다.

 

최종 평균은 9.190점 대 9.140점. 불과 0.050점 차의 신승이었다. 세계랭킹 1위와의 최대 고비를 넘은 이주영은 결승에서 오히려 자신의 품새를 흔들림 없이 풀어냈다.

 

이번 금메달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해 이주영은 양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한쪽은 재수술을 받았고, 다른 한쪽도 수술대에 올랐다. 정상적인 훈련보다 치료와 재활이 먼저였던 시간이 길었다.

 

한쪽도 아닌 ‘두 무릎’이었다. 선수 생활의 중대한 고비였다. 반복되는 재활을 견디고 다시 도복을 입은 이주영은 결국 안방에서 또 한 번 세계 정상에 섰다.

 

기록도 대단하다. 2018 타이베이 대회 유소년부를 시작으로 2022 고양 대회 청소년부, 2024 홍콩 대회와 이번 춘천 대회 성인부까지 출전한 네 차례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우승했다.

 

유소년에서 청소년으로, 다시 성인으로 올라서며 경쟁 상대와 무대는 계속 달라졌다. 하지만 세계선수권 정상만큼은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금메달은 단순한 ‘4연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승이 확정된 뒤에는 이주영다운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태극기를 들고 한국 관중석 앞으로 향한 이주영은 매트 위에 태극기를 정성스럽게 펼친 뒤 관중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긴 부상과 재활을 견디는 동안 자신을 기다리고 응원해 준 이들을 향한 감사의 인사였다. 이주영이 고개를 숙이자 관중석에서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장운태 자유품새 정상… 한국 금메달 행진, 종합우승 14연패 눈앞

 

장운태가 결선 무대에서 고공 점프 후 이단 옆차기를 차고 있다.

자유품새에서는 또 하나의 명장면이 나왔다. 남자 17세 초과 개인전에 출전한 장운태가 압도적인 고난도 기술로 정상에 올라 한국이 2024 홍콩 대회에서 내줬던 금메달을 되찾았다.

 

장운태는 결선에서 기술점수 5.760점과 연출점수 3.800점을 합산한 9.560점을 기록했다. 9.360점을 받은 필리핀의 다리우스 베네러블을 0.200점 차로 따돌렸다. 캐나다의 장카이신과 중국의 왕위신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압권은 ‘900도 발차기’였다. 장운태는 공중으로 높이 솟구쳐 두 바퀴 반을 회전하는 최고난도 기술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높은 도약과 폭발적인 회전, 흔들림 없는 착지까지 이어지면서 관중석의 탄성을 끌어냈다.

 

고난도 기술을 연이어 구사하면서도 전체적인 흐름과 표현력을 놓치지 않았다. 시연을 마치자 에어돔을 가득 채운 관중의 환호가 쏟아졌고, 전광판에 ‘9.560’이 찍히면서 승부는 사실상 결정됐다.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오민혁, 박한결, 김태우 선수

공인품새 단체전에서도 한국의 금빛 행진은 계속됐다. 남자 30세 이하부에서는 오민혁(경희대)·박한결(용인대)·김태우(한국체대)가 한 팀을 이뤄 강력한 우승 후보 대만을 꺾었다.

 

한국은 두 차례 품새에서 각각 9.240점과 9.200점을 받아 평균 9.220점을 기록했다. 세 선수는 정확한 동작과 절도 있는 표현, 빈틈없는 호흡을 선보이며 평균 9.020점의 대만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남자 유소년부 단체전 결승

남자 유소년부 단체전에서는 여진우(천안성성초)·임현종(동향중)·강율(천안가온중)이 금메달을 합작했다. 미국이 은메달을 차지했고 대만과 멕시코가 동메달에 올랐다.

 

여자 50세 이하 단체전에서는 김한별(도복소리)·조다혜(TS태권도장)·김지남(하늬바람)이 동메달을 보탰다. 베트남이 금메달, 독일이 은메달을 차지했고 스페인도 동메달에 올랐다.

여자 50세 이하 단체팀

한국은 이날 이주영과 장운태, 남자 유소년부 단체전과 남자 30세 이하 단체전에서 금메달 4개를 추가했다. 여자 50세 이하 단체전에서는 동메달 1개를 보탰다.

 

2006년 서울 초대 대회부터 단 한 차례도 종합우승을 놓치지 않은 한국은 안방에서 나흘간 금메달 17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를 획득하며 ‘종합우승 14연패’를 일찌감치 확정했다. 대회는 20일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닷새간의 열전을 마무리한다.

 

[무카스미디어 = 춘천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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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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