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품새 역사를 쓴 14세 듀오…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에 ‘감격의 눈물’

  

오트곤바야르-체렌데지드, 25년 5월 처음 호흡 맞춰 1년 4개월 만에 유소년 혼성 복식 세계 정상

우승 직후 두 선수는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에어돔. 경기가 끝난 뒤 몽골의 어린 남녀 선수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관중석에서 이들을 응원하던 몽골 선수단도 서로를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다. 

 

몽골이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이었다. 두 선수는 자국 국기를 흔들며 경기장을 도는 순간에도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자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두 선수는 엥흐에르데네 오트곤바야르(Enkh-Erdene Otgonbayar)와 샤인에르데네 체렌데지드(Shine-Erdene Tserendejid)이 그 주인공. 

 

두 선수는 17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춘천 2026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유소년 혼성 복식 결승에서 태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직후 자국 국기를 흔들며 세리모니를 하면서도 감격의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모두 2012년생으로 열 네살 동갑내기 이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지만 세계 정상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동작과 호흡은 흔들림이 없었다. 몽골 품새가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수확한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이번 우승의 의미는 더욱 컸다.

 

오트곤바야르는 WT 공식 인터뷰에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우리가 우승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고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두 선수는 경기 직후 가족과 몽골태권도협회에 전화해 우승 소식을 알렸다. 전화기 너머에서도 눈물이 이어졌다. 오트곤바야르는 “모두가 정말 기뻐했다. 가족들도 울었고 우리도 함께 울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우승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복식 선수로 호흡을 맞춘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지난해 5월부터 함께 훈련하기 시작했다. 불과 1년 4개월여 만에 호흡을 맞춰 세계선수권 정상까지 올랐다.

 

복식전은 개인의 기량만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두 선수가 동작의 시작과 끝, 속도와 힘의 강약, 시선과 호흡까지 하나처럼 맞춰야 한다. 짧은 기간에도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련을 통해 쌓은 깊은 신뢰가 있었다.

두 선수의 호흡

오트곤바야르와 체렌데지드는 함께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에서 더욱 가까워졌다. 두 선수는 서로를 단순한 복식 파트너가 아닌 매우 친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처음부터 품새 선수였던 것은 아니다. 두 선수 모두 겨루기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체렌데지드는 여섯 살, 오트곤바야르는 여덟 살 때 처음 도복을 입었다. 이후 품새에서 더 큰 재미와 매력을 느끼면서 전문적으로 훈련하기 시작했다.

 

오트곤바야르는 2024 홍콩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유소년 혼성 복식에도 출전했다. 당시 경험을 발판으로 다시 세계무대에 도전했고, 이번 춘천 대회에서 체렌데지드와 함께 몽골 태권도 품새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두 선수의 금메달은 가족에게도 새로운 꿈을 심어줬다. 

 

삼형제 중 둘째인 체렌데지드의 남동생도 품새를 수련하고 있다. 결승이 끝난 뒤 동생은 형에게 자신도 언젠가 금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했다.

 

두 자매 중 막내인 오트곤바야르에게는 태권도를 수련했던 언니가 있다. 가족과 지도자, 동료 선수들이 오랜 시간 곁에서 힘을 보태며 이번 우승을 함께 만들었다.

 

이들의 롤모델은 한국 선수들이다. 

 

오트곤바야르는 2024 홍콩 세계선수권 여자 30세 이하부 우승자이자 대회 MVP인 한국의 이주영을 롤모델로 꼽았다.

 

체렌데지드는 한국인 지도자 이재원에게 영감을 받고 있다. 이재원은 2018 타이베이 세계선수권 남자 30세 이하 개인전과 30세 이하 복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세계 정상급 품새 선수 출신이다.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두 선수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오트곤바야르는 2028년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개인전 우승을 다음 목표로 정했다. 체렌데지드 역시 앞으로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 계속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선수 결승 무대

두 선수에게는 더 큰 공동의 꿈도 있다. 향후 품새가 올림픽 정식 메달 종목으로 채택된다면 몽골 국가대표로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다.

 

체렌데지드는 자신들과 같은 꿈을 꾸는 세계의 어린 선수들에게 “꾸준히 노력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면 여러분도 메달을 딸 수 있다”고 간결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춘천에서 흘린 두 어린 선수의 눈물은 개인의 우승을 넘어 몽골 품새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일군 14세 동갑내기 듀오는 이제 더 큰 세계무대와 올림픽을 향해 다음 발걸음을 준비한다.

 

[무카스미디어 = 춘천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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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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