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cm 특급루키’ 문진호-‘여자 중량급 새 희망’ 송다빈, 무주GP 마지막 날 ‘첫 금’ 동반

  

한국 금 3·은 2·동 2개로 마감…LA 올림픽 향한 그랑프리 랭킹 경쟁 본격화

생애 첫 그랑프리 본선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문진호와 송다빈이 우승 직후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문진호, 세계챔피언 골루비치 2-0 완승… 2028 LA 올림픽 '포스트 이대훈' 기대감

 

한국 태권도 ‘192㎝ 특급루키’ 문진호(한국체대)와 여자 중량급의 새로운 기대주 송다빈(울산광역시체육회)이 안방에서 나란히 생애 첫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정상에 올랐다.

 

문진호는 강력한 오른발 내려차기로 세계선수권 챔피언을 압도했다. 송다빈은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자신에게 결승전 패배를 안겼던 숙적을 상대로 마지막 10초 대역전극을 펼쳤다. 한국은 대회 마지막 날 두 체급을 석권하며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향한 새로운 희망을 확인했다.

 

올림픽랭킹 16위 문진호는 7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무주 태권도원 2026 세계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2’ 마지막 날 남자 -68㎏급 결승에서 2023 바쿠 세계선수권 우승자 마르코 골루비치(크로아티아)를 2-0(7-0, 13-7)으로 완파했다.

 

지난해 방콕 그랑프리 챌린지에서 당시 고교생(서울체고) 신분으로 한국 경량급의 간판 장준을 꺾고 파란을 일으켰던 문진호. 이번에는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정규 그랑프리까지 제패하며 더 이상 한 번의 이변을 만든 신예가 아님을 증명했다.

 

결승에서는 신장부터 기세까지 골루비치를 압도했다. 그동안 한국 선수들이 세계무대 경량급에서 외국 선수들의 뛰어난 신체조건에 고전했던 것과 달리, 문진호는 192㎝의 큰 키와 유난히 긴 다리를 앞세워 유효거리를 완전히 장악했다.

 

1회전부터 오른발 앞발로 골루비치의 접근을 차단했다. 중반 기습적으로 시도한 머리 내려차기가 스치며 상대를 위협한 문진호는 45초를 남기고 유리한 거리에서 강력한 오른발 내려차기를 머리에 정확히 꽂아 3점을 선취했다.

 

이어 상대의 공격을 근접 몸통 공격으로 되받아쳐 점수 차를 벌렸고, 상대가 넘어지며 받은 감점까지 더해 7-0으로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문진호가 몸통 공격을 하고 있다.

2회전은 더욱 거침없었다. 시작과 동시에 빠른 오른발 몸통 공격으로 2점을 따낸 뒤, 상대의 내려차기를 기다렸다는 듯 오른발 돌려차기로 되받아쳤다. 다시 빈 몸통을 정확하게 공략하며 초반부터 승기를 틀어쥐었다.

 

큰 점수를 노린 골루비치의 뒤차기와 기습 공격도 완벽하게 막아냈다. 몸통 공격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크게 앞선 문진호는 경기 종료 14초 전 다시 한번 강력한 오른발 내려차기를 머리에 적중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문진호의 내려차기

종반 뒤차기와 감점으로 점수를 내줬지만 이미 승부는 기울어진 뒤였다. 최종 점수 13-7. 세계선수권 챔피언을 압도한 완벽한 승리였다.

 

결승보다 극적이었던 승부는 올림픽랭킹 2위 아미르 비코프(러시아)와의 준결승이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연속 머리 공격을 허용한 문진호는 몸통과 주먹 공격으로 추격에 나섰다. 후반 상대의 몸통 공격에 고전하면서도 기다렸다는 듯 오른발 머리 공격을 되받아치며 따라붙었지만, 난타전 끝에 1회전을 13-15로 내줬다.

 

2회전부터 상대의 공격 패턴을 읽기 시작했다. 근접 몸통 공격으로 3-2 역전에 성공한 뒤 머리 공격까지 적중시켰다. 종반 상대 감점을 잇달아 끌어내며 9-4로 승리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3회전에서는 경기 종료 10초 전까지 3-4로 끌려갔다. 비코프의 앞발에 공격이 연이어 막혔지만 문진호는 멈추지 않았다. 종료 직전까지 거침없이 공격을 퍼붓던 순간 회심의 뒤차기가 몸통에 정확히 적중했다. 전광판이 7-4로 뒤집힌 극적인 버저비터였다.

 

문진호가 정상에 오른 남자 -68㎏급은 한국 태권도의 전설 이대훈이 10년 가까이 세계 정상권을 지켰던 체급이다. 그러나 이대훈이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뒤 국제대회에서 여러 선수가 간간이 우승했을 뿐, 꾸준하게 세계 정상권을 지킬 후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이 체급 본선 출전권조차 얻지 못했다. 그만큼 세계 각국의 강호가 밀집해 있고 세대교체도 빠른 체급이다.

남자 -68KG급 시상식 사진

문진호는 2025년 푸자이라오픈과 우시 그랜드슬램 예선, 방콕 그랑프리 챌린지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나이로비 21세 이하 세계선수권 은메달에 이어 올해 아시아선수권 정상까지 차지했고, 이번에는 올림픽랭킹 2위와 세계선수권 챔피언을 연달아 꺾었다.

 

이제 파란을 일으키는 신예를 넘어 세계 정상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차세대 에이스로 올라섰다. 이번 우승으로 G6급 랭킹 포인트 60점을 확보한 문진호는 올림픽랭킹 상위권으로 도약할 발판도 마련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포스트 이대훈’의 공백을 끝낼 가장 강력한 후보가 등장했다.

 

‘1년 전 결승 패배’ 완벽한 설욕…송다빈, 마지막 10초에 뒤집었다

송다빈 결승전

여자 +67㎏급에서는 올림픽랭킹 12위 송다빈이 랭킹 2위 아나스타시야 코스미체바(러시아)를 3회전 접전 끝에 2-1(7-9, 11-10, 12-7)로 꺾고 생애 첫 정규 월드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다.

 

코스미체바는 준결승에서 이 체급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사라 샤리(벨기에)를 2-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오른 강자다. 송다빈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이기도 했다.

 

송다빈은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무주 그랑프리 챌린지에서 결승까지 올랐지만 코스미체바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1년 만에 같은 무대의 정규 그랑프리 결승에서 다시 만난 두 선수의 승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했다.

 

1회전 송다빈은 자신의 몸통 공격을 오른발 내려차기로 되받아친 상대에게 머리를 허용하며 먼저 3점을 내줬다. 곧바로 오른발 몸통 공격으로 2점을 만회하고 왼발 몸통까지 성공시키며 역전했지만, 머리 공격을 주고받은 난타전 끝에 종료 직전 다시 머리를 허용해 7-9로 석패했다.

 

2회전에는 코스미체바가 오른발, 송다빈이 왼발을 앞세워 치열한 탐색전을 펼쳤다. 송다빈이 왼발 몸통으로 선취점을 올리자 상대도 곧바로 오른발 몸통으로 맞받았다.

 

송다빈은 왼발 머리 공격을 적중시키고 몸통 공격까지 연달아 성공하며 9-5로 앞서갔다. 종반 한계선 밖으로 나가 감점을 받고 몸통 공격까지 허용해 9-8까지 쫓겼다. 종료 직전 다시 몸통을 주고받는 숨 막히는 공방이 이어졌지만 11-10으로 한 점 차 승리를 지키며 승부를 마지막 3회전으로 끌고 갔다.

송다빈이 3회전 7-7 긴박한 상황에서 왼발 머리 공격을 완벽히 성공시키며 승부의 반전을 찾았다.

3회전에서도 먼저 몸통을 내줬다. 왼발로 끈질기게 압박해 2-2 동점을 만든 송다빈은 40초를 남기고 머리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곧바로 머리를 허용해 5-5가 됐다. 20초를 남기고 다시 몸통을 내주며 5-7로 끌려갔다.

 

그러나 마지막 10초, 송다빈의 집중력과 승부욕이 폭발했다. 몸통 공격으로 동점을 만든 뒤 곧바로 머리까지 적중시키며 순식간에 승부를 뒤집었다. 이어 다급해진 상대의 뒤차기 시도를 커트로 끊어내며 균형을 무너뜨렸고, 감점까지 끌어내 12-7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지난해 무주 그랑프리 챌린지 결승에서 패배를 안겼던 상대를 1년 뒤 정규 그랑프리 결승에서 꺾은 완벽한 설욕이었다. 자신보다 올림픽랭킹이 10계단 높은 난적을 상대로 기술뿐 아니라 승부처에서의 집중력과 강한 승부욕까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우승이었다.

 

송다빈은 2021년 베이루트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2022년 코리아오픈 동메달, 2023년 캐나다오픈 우승과 US오픈 동메달을 차지하며 국제 경험을 쌓았다. 2024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67KG급 시상식 사진

지난해에는 라인루르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정상에 올랐고 무주 그랑프리 챌린지 은메달, 방콕 그랑프리 챌린지 동메달을 따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정규 그랑프리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매번 정상 문턱에서 멈춰 섰던 송다빈은 마침내 안방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쌓아온 경험에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욕을 더하며 여자 중량급의 새로운 정상권 주자로 도약했다.

 

그랑프리 본선 시리즈 시작과 시작된 2028 LA 올림픽 생존 경쟁

 

한국은 이번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로 마쳤다. 

 

첫날 남자 -58㎏급에서 배준서가 우승하고 박태준이 은메달, 서은수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둘째 날에는 여자 -57㎏급 김유진이 은메달, 여자 -67㎏급 곽민주가 동메달을 추가했다. 마지막 날 문진호와 송다빈이 나란히 정상에 오르며 안방 대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남자 -58㎏급에서는 맏형 배준서가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준과 올림픽랭킹 1위 서은수를 연달아 꺾으며 국내 경쟁 구도를 뒤흔들었다. 마지막 날에는 문진호와 송다빈이 생애 첫 정규 그랑프리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는 단순한 국제대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6월 로마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무주 대회에 이어 오는 10월 파리 그랑프리, 11월 아스타나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2028 LA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본격적인 랭킹 레이스가 펼쳐진다.

 

현재 각 체급 상위권 선수들의 올림픽랭킹 점수 차가 크지 않아 G6급 그랑프리 우승으로 받는 60점은 순위를 크게 뒤바꿀 수 있다. 세계 선수들과의 경쟁뿐 아니라 한 국가 안에서 벌어지는 내부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그랑프리 시리즈에는 올림픽랭킹을 기준으로 선발된 28명과 지난해 그랑프리 챌린지 메달리스트 3명, 개최국 추천 선수 1명 등 체급별 32명이 출전했다. 개최국은 추가 출전권을 활용할 수 있지만 랭킹 포인트는 국가별 체급당 성적 상위 두 명에게만 주어진다.

 

남자 -58㎏급에서 한국이 배준서와 박태준, 서은수까지 시상대 세 자리를 모두 차지했지만 랭킹 포인트는 성적이 높은 배준서와 박태준만 받는다. 세계 경쟁을 통과하고도 다시 국내 순위까지 지켜야 하는 냉혹한 구조다.

 

무주에서 확인된 새로운 경쟁력은 분명했다. 문진호는 세계 정상급 강호들을 연달아 꺾으며 ‘포스트 이대훈’의 가장 유력한 주자로 떠올랐다. 송다빈은 1년 전의 결승 패배를 되갚으며 여자 중량급의 새로운 희망으로 도약했다.

 

그랑프리 시리즈의 부활과 함께 LA 올림픽을 향한 긴 여정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무주에서 확보한 자신감과 랭킹 포인트가 내달 파리를 시작으로 11월 아스타나로 이어지면서 내년까지 2028년 LA 무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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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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