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의 태권도 다시 묻다①] 태권도는 어떻게 '발차기의 무예'가 되었나
발행일자 : 2026-09-28 12:33:51
[국기원연구소 임태희 소장 / taeheejm@naver.com]

광복 이후 가라테와 기술적 뿌리 공유… 1960년대 전면 접촉 겨루기 도입이 분기점

'발차기의 무예'를 수련 단계별로 체계화할 교육 표준 필요
태권도가 '발차기의 무예'가 된 것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라, 초기 무예의 공통 기반 위에서 겨루기라는 실전 환경이 발차기를 키워 온 결과다.
오늘날 세계인에게 태권도를 대표하는 기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발차기'를 떠올릴 것이다.
빠른 돌려차기와 뒤차기, 뒤후려차기는 물론 회전과 도약을 이용한 다양한 발차기는 태권도를 다른 무예와 구별하게 하는 대표적인 기술이자 세계인이 기억하는 태권도의 이미지가 되었다. 그러나 태권도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발차기의 무예'였던 것은 아니다.
광복 이후 형성된 초기 태권도의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서로 다른 무예로 인식되는 태권도와 일본 가라테가 초기에는 기술적으로 상당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Moenig, Cho와 Kwak(2014)은 1945년부터 1970년까지 발간된 초기 한국 무예 문헌의 기술 내용을 분석하여 초기 태권도 형성 과정에서 일본 가라테, 특히 쇼토칸 가라테의 영향을 확인하였다. 또한 김영선(2014)은 1959년 육군사관학교 『태권도 교본』과 최홍희의 초기 교본을 분석하여 기본 구성과 형(型) 등 여러 부분에서 당시 공수도 기술 체계의 영향을 확인하면서도, 자유대련을 중시한 단급 심사와 발차기 영역에서는 차별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하였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이후다. 태권도는 기존의 기술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특히 발차기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점차 독자적인 기술적 특성을 만들어 갔다.
김상복(2009)은 최홍희의 『태권도 교본』에 나타난 발차기를 가라테 교본과 비교하여 1950년대 중반 무렵 이미 태권도에서 발차기의 기술적 중요성이 커졌으며, 공격과 방어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특징이 나타났다고 분석하였다.
1960년대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Moenig(2011)은 초기 태권도와 가라테의 문헌 및 관련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 두 무예의 훈련과 기술이 1960년대까지 상당히 유사했지만, 1960년대 전면 접촉 방식의 겨루기가 도입되면서 태권도 기술이 가라테와 본격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왜 겨루기가 중요했을까.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것과 실제로 움직이는 상대를 차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가만히 서서 공격을 기다리지 않는다. 거리가 계속 변하고 공격 시점도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상대보다 빠르게 거리를 좁혀야 하고, 때로는 물러나면서 차야 하며, 상대의 공격을 피하거나 받아차고 다시 공격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차기는 단순한 하나의 동작에서 벗어나 높이, 속도, 회전, 이동, 거리, 타이밍 그리고 연결의 기술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태권도 발차기의 중요한 역사적 배경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가라테에는 높은 발차기가 없었고 태권도가 높은 발차기를 만들었다"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가라테에도 다양한 차기 기술이 존재했다. 중요한 차이는 태권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차기의 비중과 종류, 그리고 실제 겨루기에서의 활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현대 태권도에서는 높은 차기, 회전 차기, 도약 차기뿐 아니라 빠른 발을 이용한 공격, 연속차기, 이동하면서 차기, 받아차기 등 다양한 형태의 발기술이 발전하였다.
특히 경기 규칙과 보호 장비의 변화 역시 이러한 기술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 태권도 경기의 보호 장비와 규칙 변화를 연구한 Moenig, Cho와 Song(2012) 역시 전면 접촉 겨루기의 도입이 현대 태권도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태권도의 오늘날 모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초기 무예의 공통된 기술적 기반 위에서 발차기의 비중을 확대하고, 겨루기라는 실전적 환경 속에서 거리와 이동, 속도와 타이밍, 회전과 연결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세계가 태권도를 '발차기의 무예'로 기억하고 있고, 태권도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적으로 독특한 발차기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면, 우리는 이러한 기술을 수련자에게 얼마나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는가.
1품·1단에서 배워야 하는 발차기와 4단에서 배워야 하는 발차기는 무엇이 다른가. 6단, 7단, 8단, 9단으로 올라갈수록 발차기와 겨루기 기술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 그리고 도장에서 배우는 발차기와 품·단 심사에서 평가하는 기술은 서로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새로운 발차기를 몇 개 추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태권도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만들어 온 소중한 기술적 자산을 개별 차기에서 연결 차기로, 연결 차기에서 상대와 함께하는 겨루기 기술로 체계화하고, 수련자의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드는 문제다.
태권도가 어떻게 '발차기의 무예'가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태권도가 앞으로 무엇을 발전시키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계속…)
참고문헌
김상복(2009). 「최홍희(1960) 『태권도 교본』의 발차기 기법에 대한 역사적 해석」, 『한국사회체육학회지』, 37, 53-62.
김영선(2014). 「최초의 태권도 교본에 관한 연구」, 『국기원 태권도연구』, 5(2), 1-24.
Moenig, U. (2011). "The Evolution of Kicking Techniques in Taekwondo." Revista de Artes Marciales Asiáticas, 6(1), 117-140.
Moenig, U., Cho, S., & Kwak, T. (2014). "Evidence of Taekwondo's Roots in Karate: An Analysis of the Technical Content of Early Taekwondo Literature." Korea Journal, 54(2), 150-178.
Moenig, U., Cho, S., & Song, H. (2012). "The Modifications of Protective Gear, Rules and Regulations During Taekwondo's Evolution — From its Obscure Origins to the Olympics."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History of Sport, 29(9), 1363-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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