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월드태권도GP 첫날 한국 김유진 은메달·홍효림 동메달

  

3년 만에 그랑프리 시리즈 재개, 2028 LA올림픽 랭킹 레이스 본격화… 51개국 255명 경쟁

김유진(홍)이 결승에서 머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향한 본격적인 랭킹 경쟁이 로마에서 시작됐다. 고대 로마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포로 이탈리코 경기장은 첫날부터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5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로마 2026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1' 첫날 여자 -57kg·-67kg, 남자 -80kg 3체급 경기가 치러졌다.

 

한국은 여자 -57kg급 간판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은메달, 여자 -67kg급 기대주 홍효림(용인대) 동메달을 수확했다. 기대했던 우승은 다음 시리즈를 기약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랭킹 2위)인 김유진은 지난해 우시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긴 이 체급 올림픽랭킹 1위 브라질의 마리아 클라라 파체코와 다시 맞섰다. 무대는 달라졌지만 상대는 같았다. 설욕의 기회였다.

 

신장에서도 앞서고 움직임도 충분히 해볼만 했다. 그러나 파체코는 신장의 열세를 감각적인 기술로 맞섰다. 1회전부터 파체코의 페이스였다. 김유진이 오른발 공격으로 흐름을 잡으려 했지만 파체코가 한발 빨랐다. 기습 몸통을 연거푸 내주며 2대 6으로 뒤졌다.

 

분위기를 바꿔야 했던 2회전, 주무기 오른발 몸통과 머리 공격이 번번이 빗나갔다. 그 빈틈을 파체코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몸통에 이어 머리 기술까지 허용하며 2대 14. 경기장의 무게 중심은 상대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0대2 완패, 조금은 결과가 아쉬운 은메달이었다.

 

결승 전 준결승은 달랐다. 김유진은 캐나다 엘라 브루스터를 상대로 1회전 몸통 선취점을 뽑은 뒤 흐름을 놓치지 않고 후반 추가 득점으로 가볍게 따냈다. 2회전 몸통 점수를 먼저 내줬으나 곧 만회했다. 주특기 머리 공격이 적중하며 승기를 잡았고, 7대 2로 여유 있게 마무리하며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여자 -67kg급 올림픽랭킹 33위 홍효림은 이날 예선부터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을 치러야 했다. 랭킹 수치가 말해주듯 쉬운 경기는 단 한 판도 없었다. 그럼에도 고비마다 끈질기게 버티며 준결승까지 올랐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던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이 체급 올림픽-세계 랭킹 1위 헝가리 비비아나 마통이었다.

 

1회전 시작과 함께 비비아나의 기습 몸통이 쏟아졌다. 연거푸 허용하며 중반 이미 2대 8로 밀리는 와중에 한계선 밖으로 밀려나며 감점까지 받았다. 홍효림도 물러서지 않았다. 몸통을 잇달아 성공하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지만 후반 머리까지 허용하며 12대 16으로 1회전을 내줬다.

 

2회전은 더 가혹했다. 시작부터 비비아나의 오른발 앞발이 거세게 몰아쳤다. 기습 머리 반격을 노렸지만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갔다. 중반 0대4 몸통을 주고받으며 간격을 좁혀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4대10으로 무너지며 동메달에 머물렀다.

 

홍효림을 꺾은 비비아나는 결승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파리 올림픽 결승에서 이미 한 차례 제압한 랭킹 7위 세르비아의 알렉산드라 페리시치를 2대 0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이 체급 절대강자임을 다시 한번 각인 시켰다.

 

남자 -80kg급에서는 경기장을 뒤흔드는 이변이 터졌다. 주인공은 랭킹 37위 스페인의 후안 안토니오. 준결승에서 최고의 테크니션 랭킹 3위 미국의 씨제이 니콜라스를 꺾은 것도 놀라웠지만, 결승에서는 랭킹 1위이자 지난해 WT 올해의 남자선수로 선정된 브라질의 엔히케 마르케스 로드리게스 페르난데스마저 압도적으로 제압했다. 세계 최강자를 연달아 무너뜨린 후안 안토니오의 우승에 포로 이탈리코 경기장이 들썩였다.

 

이번 대회는 WT G-6급으로 체급별 올림픽랭킹 상위 28명과 지난해 샬럿 그랑프리 챌린지 상위 3명, 개최국 쿼터 1명 등 체급별 최대 32명이 출전한다. 51개국 255명의 선수와 난민팀이 참가했다.

 

국가별 체급당 최대 2명까지 출전 가능하며, 그랑프리 챌린지 통과자는 국가별 쿼터와 별개로 1명이 추가될 수 있다. 지난해 샬럿 그랑프리 챌린지 메달리스트 22명도 출전권을 얻어 로마 무대에 합류했다.

 

그랑프리 시리즈는 우승 시 랭킹 포인트 60점이 부여되는 WT 최고 수준의 시리즈 대회다. 2023년 맨체스터 파이널 이후 3년 만의 재개로 2028 LA올림픽을 향한 본격적인 포인트 레이스가 시작됐다. 시상은 금메달 5,000달러, 은메달 3,000달러, 동메달 1,000달러이며 WT 세계랭킹과 올림픽 랭킹 포인트가 동시에 반영된다.

 

한국은 대회 2일차인 6일 여자 +67kg급 송다빈(울산광역시체육회)·윤도희(삼성에스원), 남자 -68kg급 장준(한국가스공사)·성유현(삼성에스원)·정우혁(한국체대), +80kg급 강상현(울산광역시체육회) 등이 출전한다.

 

한편 이날 본선 경기에 앞서 WT 태권도 시범단이 이탈리아 치아오 시범단(Ciao)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현지 관중에게 태권도 시범 공연을 펼쳐 대회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무카스미디어 = 이탈리아 로마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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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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