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록의 江湖이야기>무공 묘사에는 리얼리티 살려야

  


무협소설의 주인공을 보면 대개 20대, 약관의 나이다. 어릴 때부터 약초로 세수를 하고 밥 대신 희귀영약을 삼시세끼 먹었다 해도 약관의 나이라는 것은 하나의 공을 이루기에는 아무래도 어린나이다. 약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은 상상할 수 없는 굉장한 힘을 가진다.

예를 들어 밥과 술을 먹을 수 있는 객잔(客棧)에 주인공이 들어갔다고 치자. 대개는 주인공에게 시비를 거는 건달들이 있다. 주인공 주위에 있던 묘령의 여자에게 수작을 걸든, 주인공을 직접 건드리든, 얘기는 주인공과 건달들이 한 판 힘대결을 벌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럴 때 대부분의 건달들은 숫자에 상관없이 주인공의 가벼운 손동작 한두 번에 바닥을 뒹굴거나 계단을 나가 떨어지게 된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부호가 생긴다. 건달들은 시비를 걸기 전에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말들을한다.

“상산(湘山)의 다섯 호랑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단 말이냐?”또는 “섬서(陝西)를 떨어 울리는 모모 위인들의 위명을…” 운운하며 자신들의 별호를 댄다.

이 말은 자신들이 시장판이 아니라 무림에서 굴러먹던 자들이란 암시를 풍긴다. 무림에서 굴러먹기 위해선 무술을 익히지 않을수 없다. 한 번 무술계에 뛰어들게 되면 평생을 무술에 관련된정보를 수집하고 수시로 연마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이들 또한 무술에 꽤 공을 들인 처지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관의 나이에 불과한 주인공이 휘두르는 손바람 한두 동작에 이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지고 만다. 이렇게 되면 주인공이 뛰어나다는 얘기는 되지만 상대적으로 건달들은 삼류로 전락하고 만다.

무협소설이 앞으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여기 있다. 주인공은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 인물이기 때문에 특별히 강해야 할 이유는 있다. 그것을 위해 작가들은 머리를 싸매고 주인공이 만나게될 기연(奇緣), 무공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위와 같은 장면에서 만날 삼류무사들에 대한 고민도같이 해주어야 한다.

그들도 무술을 익혔다. 그들도 강호에서 칼을 휘두르고 살았으며, 그와 같은 인생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저잣거리의 삼류무술을 오랫동안 익혔다 해도 어느정도 세월이 지나면 제법 공을 쌓게 되는 것이고, 적어도 주인공의 손바람 한 번에 나가 떨어질 정도는 아니게 되는 것이다. 삼류무사의 인생에 쌓인 세월의 무게를 인정하고, 주인공과 그들의 싸움에서 벌어질 여러 변수(變數)에 그 무게를 얹어야 한다. 그래야 리얼리티가 있는 장면이 탄생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익히는 무술도 보면, 절벽에서 떨어지든, 심산유곡에서 줍든 오래된 비급이란 것을 얻게 되는데 보통은 백년이요, 천년전 무술까지 나온다. 아무리 봉건시대라 해도 백년과 천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무술의 발전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면 신빙성을 갖출 수 없다.

주인공의 옷 안주머니에서 한도 끝도 없이 나오는 은자(銀子)도문제다. 분명히 직업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행협(行俠) 중에 끝없이 돈을 쓰고 그 돈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아무리 절륜한 무술을 일신에 지닌 고수라 해도 밥은 먹어야 하고 잠은 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어떤 과정으로얻게 되는지에 대해선 별로 고민이 없다.

설득력이 없는 문화는 지지기반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고 있는 무협소설계를 위한 작은 고언(苦言)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무협소설 #야설록 #강호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寒雪

    ....무협

    2003-05-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무협팬

    동감합니다~

    하긴 요즘 어린애들 읽을 수준의 무협뿐 어른들이 작품이다 싶은 글은 정말 찾기 힘들죠.

    차라리 김용껄 다시한번 훑어보는게 훨씬 낳을 정도니 문제 심각함다..

    어찌됐든 ??님 말에 한표던짐~~!!

    짝짝짝~~!!!!

    2003-05-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

    이글쓴 무협소설가인가 하는분말대로하면 우리나라고 어디고간에 무협이란 이름을 달고
    별희안한 이야기들만 난무할듯싶은데 심도라..
    보통의 무협소설들이 평이한 이야기구조를 갖는데는 무협이란 형식과 내용이 본래 중국땅
    떵어리에서 건너왔고 지금의 무협소설가들이 보고 자란책들이 김용이니 와룡생이니 하는
    중국작가들인데다 사상적기반이 중원의 한나라, 청나라 , 명나라인 중국인데다 이런 시
    기들을 시대적인 바탕으로 삼는데 과연 이글쓴분말대로 시간의 무게를 인정하고 변수를
    넣는다는것이 리얼리티가 있다는데 동의 할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중국은 우리 나라보다 훨씬일직 유교의 도가 자리잡은 아니 탄생한 나라입니다. 사제간
    의 엄격한 격식은 이분이 말할 만큼 자신이 배운것에 임의로 다른 것을 더하는 행동은 스
    승에 대한 배신이라고 까지도 여길정도로 엄한 경우도 많이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꼬투
    리를 집어봐야 끝도 없을 거 같아서 이만 줄이려 하지만서도 이것만은 알아두셔야합니다.
    무협을 사랑하시는 분인듯한 나나세님의 리플... 님이 정말 무협을 사랑한다면 이런 글
    에 동조하는것은 역으로 무협의 사장을 초래하는 것일겁니다. 지금 우리나라 무협출판물
    을 보십쇼.진지함이나 굵은 선을 그려내는 이는 가뭄에 콩나듯하고 환타지에 무협에 짬뽕
    을 시켜서 달짝지근한말로 중고등학생이나 유혹하는 수준낮은 글들이 판을 치는 세상입니
    다. 무협도 일종의 환타지라 볼수있습니다. 허구를 중심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선.. 하지
    만 무협은 환타지와 다른 코드로 다가설 장르임이 분명하고 환타지 또한 서양방식의 글
    이 존재합니다. 단순히 기발한 소재만을 찾는데 급급한 우리나라작가들이 대안으로 삼은
    게 환타지와의 교접일뿐입니다.

    사대주의자도 아니고 우리나라를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창작일을 하는입장에서 솔직히 이글을 쓴 무협작가인가 하는분의 좁은 식
    견에 탄식할뿐 우리나라 무협이란게 과연 뿌리는 지키고 아름다운 가지를 뻗는것인지 당
    혹스럽습니다. 천년동안 내려온 무술의 형이 전과 후가 다름이 없다는것...그것만으로도
    깊은 뜻을 내포함을 왜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형의 변화가 다양하고 화려해
    지는것이 무공의 강함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런지...오히려 정제되고 단련된 하나의 완성
    형이기에 변화를 필요로하지 않는지는 생각해볼수 없는지 말입니다.
    제생각엔 아무리 봐도 무협소설가인가 하는 기고자는 글을 쓰는 일을 하는 분이 아닌것만
    큼은 확실히 알겠네요.
    아니 글을 쓰고 있다면 얼른 팬을 부러뜨리고 생업을 찾으셔야할듯..

    2003-05-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나나세

    엄한 기사라니요...

    무협 매니아로서 ...짦지만 매우 좋은 기사입니다...

    이런류의 심도 있는 글은 환영입니다.

    2003-05-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

    왜 이런글이 무토의 전체기사에 올라있는지 심히 의심스럽군요.
    mooto 기자단의 글은 점점뜸해지는데 반해서 엄한글들만 올라오네..
    뭔가 문제가 있나요?

    하긴..월급받고하는일도 아닌데 무리할수있남..ㅋㅋㅋ

    2003-05-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