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방, ATU 낙선 충격 딛고 세계무대 정상에… WT 부총재 1위 당선 ‘반전 드라마’
발행일자 : 2025-10-23 19:44:24
수정일자 : 2025-10-23 19:45:55
[한혜진 / press@mookas.com]


지난 7월 쿠칭서의 뼈아픈 패배 후 3개월 만에 세계연맹 98표 압도적 1위… “조정원 총재 마지막 4년,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린 아시아태권도연맹(ATU) 회장 선거에 도전했던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은 자신 있던 선거에서 뜻밖의 패배를 맛봤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했던 만큼 충격도 컸다. 그는 “정치적 부담보다 스스로에게 더 실망스러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양진방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절치부심했다. 스스로의 전략을 냉정히 분석하고, 한 걸음 물러서 세계무대 복귀를 준비했다. 그리고 세 달 만에, 그는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 WT) 부총재 1위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23일 중국 장쑤성 우시 월드호텔 그랜드 주나에서 열린 WT 정기총회에서 양진방 회장은 총 6명의 후보가 출마한 부총재 선거에서 98표를 얻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사키스 프라갈로스(그리스·96표), 드리스 엘 힐랄리(모로코·81표)가 각각 유럽과 아프리카 대표로 선출됐다. 아시아연맹 낙선 이후 불과 석 달 만에 세계무대 최고 득표를 거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이었다. 아시아연맹 선거 패배로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각국 대표단과의 관계를 새로 다졌다.
WT 정관이 개정돼 집행위원·부총재 쿼터가 변경되면서 각 대륙 간 경쟁 구도가 복잡해진 상황에서도 양 회장은 국제적 균형 감각과 실무력을 앞세워 표심을 다시 잡았다.
투표 결과가 스크린에 공개되는 순간, ‘98표’ 숫자가 뜨자 회의장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양진방의 이름 옆 ‘1st’라는 표시가 선명히 박혔다.
그는 “정관 개정으로 각 대륙과 국가 간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걱정도 많았고, 솔직히 자신감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런데 1등으로 이름이 불리던 순간 여러 나라 대표단이 환호했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양진방 부총재 당선자는 “조정원 총재의 마지막 4년, 레임덕 없이 흔들림 없이 완수할 수 있도록 보좌하겠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실질적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또 “이전 선거는 연대 중심의 구조였지만 이번엔 완전히 달랐다. 찍어주는 선거가 아니라, 안 찍히지 않기 위한 선거였다. 진짜 신뢰로 표를 얻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WT 부총재 선거는 8년 만에 부활한 ‘선출직 부총재 제도’로 치러졌다. 이전까지 5대륙연맹 회장이 자동으로 부총재를 맡았지만, 지난해 WT 춘천 총회에서 IOC 굿거버넌스 권고에 따라 직선제로 정관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부총재의 위상은 각국 협회의 지지를 직접 받는 ‘정치적 대표’로 강화됐다.
양진방의 1위 당선은 한국 태권도의 국제 위상 회복을 넘어, WT 내부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그는 아시아연맹 낙선의 상처를 성장의 발판으로 바꾸고, ‘실패는 곧 변화의 시작’임을 증명했다.
“이번 선거는 나 개인보다 태권도 전체의 변화를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태권도는 이제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문화와 철학이 함께 움직이는 세계의 언어다. 앞으로 4년, WT 안에서 그 가치를 더 깊게 만들겠다.”
우시 총회장을 나서던 양진방 부총재의 표정에는 긴 여정을 끝낸 사람의 안도와, 다시 시작하는 리더의 결의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무카스미디어 = 중국 우시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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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