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WT총재 7선 성공… 양진방 부총재 1위, 정국현 4연속 집행위원

  

세계태권도연맹, 우시 총회서 새 집행부 확정… ‘포스트 조정원 시대’ 가시화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6선 도전에 성공한 조정원 총재가 압도적 지지를 해준 회원국에 화답하고 있다.

글로벌 태권도를 이끄는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 WT)이 새로운 4년을 위한 리더십을 확정했다.

 

조정원 총재가 예상대로 6선 연임에 성공했고,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은 부총재 선거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정국현 WT 집행위원은 결선 재투표 끝에 극적으로 4연속 당선됐다.

 

WT는 23일 중국 장쑤성 우시의 월드호텔 그랜드 주나에서 열린 정기총회를 통해 총재·부총재·감사·집행위원 등 새 집행부 선거를 진행했다.

 

조정원 총재는 단독 후보로 출마해 총 149표 중 찬성 143표를 얻으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번 선거로 조 총재는 2004년 첫 취임 이후 오는 2029년까지 25년간 WT를 이끌게 됐다.

 

조 총재는 “태권도는 스포츠를 넘어 문화, 인류, 그리고 교육의 가치가 공존하는 세계적 유산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번이 마지막 임기인 만큼 WT의 제도적 완성과 미래 세대의 기반을 확실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 양진방, ATU 낙선의 아픔 딛고 부총재 1위 쾌거

부총재 선거에서 1위로 선출된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

사실 이번 총회에 가장 큰 관심은 부총재 선거에 쏠렸다.
 

4년 후 ‘포스트 조정원’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선출직으로 전환된 첫 선거였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며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6명의 후보가 맞붙은 부총재 선거에서는 한국의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이 98표를 얻어 예상 밖의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럽태권도연맹 회장 사키스 프라갈로스(그리스·96표), 모로코태권도협회장 드리스 엘 힐랄리(모로코·81표)가 각각 유럽과 아프리카 대표로 당선됐다.

 

양진방 회장은 이번 결과로 정치적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지난 7월 아시아태권도연맹(ATU) 회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며 일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WT 부총재 선거를 ‘아시아 회장–부총재 연계 전략’으로 준비했으나 낙선으로 기반이 흔들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초 그는 ATU 회장 당선을 교두보로 WT 부총재 1위를 목표로 했지만, 뜻하지 않은 낙선 이후 유럽세를 등에 업은 프라갈로스, 아프리카·아랍권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드리스, 팬암연맹의 후안 마리오 등 강력한 경쟁자들과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투표 결과가 스크린에 표시되자 양진방의 이름 옆 ‘98표’가 뜨는 순간 회의장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양진방 부총재 당선자는 “세계연맹 정관이 개정되면서 집행위원과 부총재 쿼터가 바뀌어 각 대륙과 국가 간 눈치 싸움이 심했다. 걱정도 많았고, 솔직히 자신감이 흔들리기도 했다”며 “1등으로 제 이름이 불리던 순간 여러 나라 대표단이 함께 환호해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원 총재의 마지막 4년, 레임덕 없이 흔들림 없이 완수할 수 있도록 부총재로서 보좌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절반 이하로 줄어든 집행위원 선거, 정국현 ‘87대60’ 재투표 승부

천신만고 끝에 집행위원에 선출된 정국현 집행위원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집행위원 선출 과정 또한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선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14석만을 뽑는 구조로 바뀌며 경쟁이 치열했다. 각 대륙별 남녀 1인씩 10명을 우선 선출하고, 남은 4석은 득표 상위순으로 결정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WT 집행위원 정국현과 아시아태권도연맹(ATU) 부회장 김중헌이 동반 출마했다. 정국현은 74표를 얻었으나 1차 투표에서 러시아의 아나톨리 테레호프와 동률을 이루며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김중헌은 64표를 득표해 1차 선정에서 탈락했다.

 

결국 규정에 따라 두 후보 간 결선 재투표가 진행됐고, 정국현이 87대60으로 27표 차 승리를 거두며 마지막 14번째 집행위원 자리를 차지했다.

 

이로써 그는 2013년 푸에블라 총회 첫 당선 이후 4연속 WT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정국현은 선수 시절 세계선수권 4연패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선수로서 4연패, 행정가로서 4선 완성”이라는 공언을 실제로 이뤄냈다.

 

이번 집행위원 선거에서는 대륙별로 아프리카의 에구에 파르두자(지부티·83표)와 샤아반 모하메드(이집트·65표), 아시아의 알자유디 아흐메드 함단(UAE·93표)과 모와드 하드와(사우디아라비아·80표), 유럽의 슬라브초 비네프(불가리아·90표)와 안나 바살로(몰타·65표),
오세아니아의 로렌 번즈(호주·46표)와 마헤르 마가블레(뉴질랜드·81표), 팬아메리카의 마리아 로사리오 보렐로(도미니카공화국·46표)와 김인선(미국·90표)이 각각 당선됐다.

 

이후 상위 득표자 4명으로 앙젤로 시토(이탈리아·87표), 메틴 사힌(튀르키예·84표), 리처드 제이 워릭(미국·78표), 정국현(대한민국·74표)이 추가로 선출됐다.

 

여성 집행위원 중 최다 득표자인 에구에 파르두자(지부티·83표)는 규정에 따라 여성 부총재로 자동 승격됐다.


또한 미국의 김인선(90표)은 팬암 지역 최다 득표로 3연속 집행위원에 성공했다.
한국은 정국현과 함께 WT 리더십 내 핵심 축으로 다시 자리했다.

 

■ “변해야 산다”… 조정원 총재, 25년 리더십의 철학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조정원 총재

조정원 총재는 이날 총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6선 연임을 “책임의 무게”로 표현했다.

 

“앞으로 4년이면 25년째가 된다. 원래 총재는 임기 제한이 없었지만, 내가 직접 2021년 WT 총회에서 ‘총재·부총재·집행위원은 만 80세 이상은 출마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남들은 자승자박이라 하지만,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

 

그는 IOC 전 위원장 토마스 바흐의 말을 인용하며 “변하지 않으면 변하게 될 것이다. 태권도도 마찬가지다. 무도가 아닌 스포츠 태권도는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총재가 예고한 변화는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LA올림픽에서는 복장부터 경기 방식, 규정까지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먼저 2027년 아스타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선을 보일 예정이며, 이는 태권도가 외면받지 않기 위한 변화다.”

 

그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남녀 4체급씩 총 8개의 금메달이 유지돼 왔다. 이제는 체급 자체가 늘어야 할 때다”며 “IOC와 협의 중이며, 2032 브리즈번올림픽에서 남녀 각 6체급, 총 12체급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WT, 변화와 세대교체의 4년… 그리고 ‘포스트 조정원’

23일 중국 우시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정기총회

WT는 이번 총회에서 총재 1명, 부총재 3명, 감사 1명, 집행위원 14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리더십 체계를 확정했다.


레위니옹(Réunion)과 생피에르 미클롱(Saint Pierre & Miquelon)이 준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WT는 215개국(+난민팀)으로 확대됐다. 이는 탁구(227개국), 배구(218개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회원국을 보유한 국제경기연맹이다.

 

또한 이날 총회에서는 머리기술 비디오판독 폐지, 주먹 반자동 득점 도입, 직관적인 득점 체계 개편 등 2028 LA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규칙 대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며 제도적 변화의 시동을 걸었다.


IOC 커스티 코번트리 위원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WT는 스포츠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인류의 연대와 존중을 상징하는 단체”라며 24일부터 열리는 2025 우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의 성공을 기원했다.

 

조정원 총재는 21년간 WT를 이끌어온 한국인 국제경기연맹(IF) 수장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이끌 양진방 부총재와 정국현 집행위원 등이 동반 선출로 한국은 다시 WT 중심 리더십의 핵심 축으로 자리했다.

 

세계 태권도는 이제 2028 LA올림픽과 2032 브리즈번 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변화의 10년’을 향해 새롭게 나아가고 있다.

 

[무카스미디어 = 중국 우시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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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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