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간선제 폐지… 대한체육회, 직선제 전면 도입
발행일자 : 2025-11-27 16:06:14
[한혜진 / press@mookas.com]

이재명 대통령 "중임까지 제한해야" 당부, 산하 67개 단체 연쇄 개편

대한체육회가 지난 70여 년 이어져 온 간선제 회장 선거 방식을 폐지하고 투표권을 회원 모두에게 부여하는 '직선제'로 전격 전환했다. 체육계 전반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은 26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13층에서 '제9차 이사회'를 열고 체육단체장 선거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주요 내용은 직선제 도입, 모바일·온라인 투표 도입, 후보자 자격요건 강화 등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 11일 제49회 국무회의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체육단체 정치적 중립성과 혁신방안'을 보고하며 직선제와 온라인 투표 도입의 필요성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최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정부는 체육단체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직접 관리 감독에 제한이 있었다"며 "권한 남용과 불투명한 운영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체육계 특유의 상명하복식 권위주의와 폐쇄적인 문화가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보고했다.
이어 "자기 세력을 구축해 사실상 종신제처럼 권력을 누린다는 비난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회장 선거도 소수의 선거인단이 뽑는 간선제가 아니라 직선제로 온라인 투표가 가능하도록 바꿔 현장 선수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해 "엄청나게 혁신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갔다. "두 번 연속하고, 쉬었다가 다시 하는 것은 가능하다. 총 임기 기간도 제한해야 하지 않느냐"며 연임뿐 아니라 중임까지 제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를 시작으로 시도체육회 및 종목단체장도 단계적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대한체육회의 정관 개정이 이뤄지면 산하 시도체육회 17곳과 가맹 종목단체 67개가 모두 '모법'에 따라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체육계 전체의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이유다.
직선제 도입은 투표권의 전면 확대를 의미한다. 대한체육회는 민주주의 선거 4대 원칙인 보통·평등·직접·비밀 투표에 근거해 경기인등록시스템에 등록된 모든 구성원에게 1인 1표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제42대 회장 선거 당시 대의원 2천244명만 투표했지만, 직선제가 실현되면 등록 경기인 32만8000명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146배가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 선거에서도 대의원의 53.8%만 투표에 참여했다. 선거인단이 146배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과연 50% 이상의 참여율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온라인 투표 시스템이 구축되더라도 현장 경기인들의 실질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각 종목단체는 직선제 투표권을 줄 '회원'의 정의부터 새로 내려야 한다. 축구처럼 등록 경기인 수가 월등히 많은 종목은 대표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일부 종목은 등록 경기인 수가 월등하게 많기 때문에 대표성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이 부분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태권도도 마찬가지다. 연중 국내 수련생만 100만 명에 달하고, 경기 선수·지도자·사범·심판·임원 등을 합치면 10만 명 규모다. 단순 수련생까지 투표권을 주는 것은 한계가 있고, 국기원 추천으로 공인 단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국기원에 등록된 KPS멤버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에 대해 100% 투표권을 줄 것인지, 또는 현행처럼 경기단체라는 이유로 경기인 등록자만 인정할 것인지 등 선거권 범위 설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각 종목단체는 회원 자격과 투표권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온라인 투표 시스템 구축과 경기인등록시스템 정비도 시급하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온라인 투표를 확대하려면 기술적 안정성과 보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각 종목단체는 투표 자격, 회원 범위, 선거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청렴·반부패·윤리·인권경영 기능을 총괄하는 '청렴윤리팀' 신설을 담은 직제규정 개정안도 의결했다. 회원종목단체 대회 운영 시 안전관리 조치를 의무화하고, 비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회원종목단체 사무처 전반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지도·감독 권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한 회원종목단체 규정 개정안도 함께 의결했다.
대한체육회는 회원종목단체, 회원시도체육회, 현장 지도자와 선수 등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반영해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제42대 집행부 이사 사임, 제42대 집행부 부회장 및 이사 선임, 전주하계올림픽 유치 추진 관련 전문가 자문경과, 2025 국제종합경기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파견 결과, 대한민국체육인재개발원 개원, 대한체육회장 등 선거제도개선안 등 6건의 보고사항도 함께 접수됐다.
권영인 한국여자축구연맹 이사가 사임하고, 서동원 분당바른세상병원 대표원장이 부회장으로, 강용범 대한골프협회 생활체육위원장 등이 새 이사로 선임됐다.
체육계는 반세기 이상 이어진 간선제와 폐쇄적 선거 문화를 벗어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직선제와 온라인 투표가 안착되면 체육계 권력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뀐다. 현장 선수와 지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소수 선거인단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체육계 민주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우려도 공존한다. 비인기 종목은 그렇지 않아도 회장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직선제 도입으로 더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투표권자가 많은 종목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편가르기와 내부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도 개선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세밀한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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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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