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버추얼 태권도; 세계선수권 폐막… 주도국 싱가포르 압도적 실력 과시


  

한국, 박성빈 유일하게 결승 진출해 은! 이규민-엄소현 동메달 수확

싱가포르 선수가 능숙하게 버추얼 태권도 경기를 압도하며 대회 주요 부문을 모두 휩쓸었다.

태권도 경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 올 ‘버추얼 태권도’가 세계선수권대회로 성황리 막을 내렸다.

 

17일 싱가포르 OCBC 아레나 스포츠 허브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제1회 세계태권도버추얼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다. 16일부터 이틀 동안 전 세계 23개국에서 12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버추얼 태권도’는 디지털 융합 스포츠 태권도의 새로운 미래와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은 박성빈(우석대, 21)이 이번대회에서 유일하게 16~35세 청년 남자부 결승에 진출해 강호 싱가포르의 저스틴 페와 대결을 펼쳤다. 1회전에서는 중반까지 머리 공격과 방향 전환을 통해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으나, 후반에 실점을 허용하며 1승을 내줬다. 2회전에서는 오른발 내려차기와 연타 공격으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지만, 중반에 ‘스턴’에 걸리며 KO패를 당해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4강전에서는 아제르바이잔의 엘미르 이스마일로프를 상대로 2-0으로 승리했다. 1회전을 승리로 가져간 후 2회전에서는 왼쪽 방향으로 회전하는 전략적인 머리 공격을 구사해 KO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청년 개인전 남자부 결승전 박성빈(우)이 싱가포르 저스틴 페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국내 버추얼 시리즈와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무패 행진을 기록했던 기대주 이규민(한성고)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엘미르 이스마일로프를 상대로 1회전에서 오른발 머리 공격과 연속 나래차기로 기선을 제압, 일찌감치 KO승을 거두며 승기를 잡았다. 이어진 2회전에서도 오른발 내려차기 선제 공격을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상대를 스턴 상태에 빠뜨렸고, 하이킥을 작렬시켜 또 한 번 KO승을 거두며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앞서 준결승에서는 전날 청년 혼성부 준결승에서 패배를 안겼던 싱가포르의 저스틴 페를 상대로 강렬한 경기를 펼쳤으나 1-2로 아쉽게 역전패로 져 결승행이 좌절됐다. 저스틴 페는 이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유독 이날 이규민 경기에 자주 등장한 '스턴(Stun)'은 버추얼 태권도 경기에서 강한 타격이나 연속 공격을 받은 선수가 일시적으로 움직임이 제한되는 경기 룰 중 하나이다. 스턴에 걸리면, 방어나 반격이 어려워지며, 상대의 데미지 하나로 한순간에 KO를 당할 수 있게 된다.

 

36세 이상 성인 혼성부 경기는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이영모(39세, 나래차기 금호태권도장)와 현직 경찰인 조민기(38세, 함양경찰서)가 국가대표로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이색적인 직업을 가진 선수들로서 버추얼 태권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이영모는 4강전에서 싱가포르의 리퐁 탄과 접전을 벌였으나 1-2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 1회전에서는 나래차기와 연타 공격을 펼쳤으나 유효득점에 실패해 근소하게 졌다. 2회전에서는 적극적인 공세로 상대를 스턴 상태에 몰아 역전승을 거뒀으나, 3회전에서 체력 소진으로 인해 상대의 반격을 허용하며 아쉽게 승리를 놓쳤다.

 

조민기는 8강에서 미국의 앤젤리토 옹과 접전을 펼쳤으나 1-2로 패했다. 1회전에서 접전을 벌인 끝에 근소한 차로 패했지만, 2회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3회전에서도 팽팽한 접전을 벌인 끝에 아쉽게 패하며 메달 획득이 좌절됐다.

 

36세 이상 혼성부에서는 특히, 리퐁 탄과 브라이언 페(청년 남자부 우승자 저스틴 페의 아버지)의 혼성 대결이 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브라이언 페는 결승전에서 리퐁 탄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며 부자(父子) 챔피언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브라이언은 1회전에서 노련한 거리 조절로 1승을 따냈다. 2회전에서는 강력한 내려차기로 앞서갔으나 리퐁의 역전으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3회전에서는 브라이언이 경기장을 능숙하게 활용하며 발과 주먹의 결정타로 KO승을 거두어 2-1로 승리, 부자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완성했다.

 

16~35세 청년 여자부에 출전한 엄소현(16세, 상지여고)과 양경은(17세, 중앙여고)은 선전했으나 아쉽게도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이 부문 우승은 싱가포르의 절대강자 자이 웨이 탄이 결승에서 단짝이면서도 숙명의 라이벌 셰리 얍을 3라운드 접전 끝에 2-1로 간신히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10명의 국가대표 선수단을 파견해 박성빈의 은메달 1개와 이규민과 엄소현의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아쉬운 결과였지만, 지난 9월 태권도원에서 열린 버추얼 태권도 국제대회에서 노메달이라는 고배를 마셨던 기억이 선수단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에 대한 도전과 노력은 이전의 아쉬움을 딛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경기장에서는 금메달을 놓쳤지만, 최선을 다한 한국 선수들의 노력과 결연한 의지가 돋보였다.  

 

버추얼 태권도 개발국이자 주도국인 싱가포르는 5개 부문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등 전 부문에서 압도적인 메달을 휩쓸며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필리핀은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 인도가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한국은 이번 세계대회 개최를 앞두고 국제 경쟁력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올해부터 버추얼 태권도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버추얼태권도 역시 주도국이 되기 위한 목표로 올해 6회에 걸쳐 'KTA 버추얼 태권도 챌린지 시리즈'를 개최하고, 대회 입상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경남 창녕에서 이번 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를 최종 선발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사용된 버추얼 태권도 시스템은 국내에서 사용한 장비보다 한 단계 향상된 시스템으로 적용돼 적응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태권도연맹(WT) 조정원 총재는 "e스포츠 올림픽 창설을 앞두고 버추얼 태권도가 독립적인 세계대회로 개최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며 "현재 기술과 운영 측면에서 미숙함이 있을 수 있지만, 태권도의 미래를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총재는 "더욱 완성도 높은 버추얼 태권도의 진화를 위해 곧 기술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WT는 내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e스포츠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선수층 확대와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국제대회와 연계하고, 별도의 그랑프리 시리즈 개최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

 


대회 부문별 입상자

 

1일차

  1. 유소년 혼성부
    • 금메달: 자비스 얍 (싱가포르)
    • 은메달: 알렉산더 코르 지 카이 (싱가포르)
    • 동메달: 야다브 테제스 (인도)
  2. 청년 혼성부
    • 금메달: 자이카 안젤리카 산티아고 (필리핀)
    • 은메달: 저스틴 페 (싱가포르)
    • 동메달 :엄소현(한국)

2일차 

  1. 청년 남자 개인부
    • 금메달: 저스틴 페 (싱가포르)
    • 은메달: 박성빈 (한국)
    • 동메달: 이규민 (한국)
  2. 청년 여자 개인부
    • 금메달: 자이 웨이 탄 (싱가포르)
    • 은메달: 셰리 얍 (싱가포르)
    • 동메달: 자이카 안젤리카 산티아고 (필리핀)
  3. 36세 이상 성인 혼성부
    • 금메달: 브라이언 페 (싱가포르)
    • 은메달: 리퐁 탄 (싱가포르)
    • 동메달: 포 링 고 (싱가포르)

 

국가별 메달 집계

  1. 싱가포르
    • 금메달: 4개
    • 은메달: 3개
    • 동메달: 1개
  2. 필리핀
    • 금메달: 1개
    • 은메달: 0개
    • 동메달: 1개
  3. 대한민국
    • 금메달: 0개
    • 은메달: 1개
    • 동메달: 2개
  4. 인도
    • 금메달: 0개
    • 은메달: 0개
    • 동메달: 1개

 

버추얼 태권도 주요 경기 방식 및 주요 정보

 

경기 방식:

  • 가상 현실(VR) 기술과 모션 트래킹 사용: 선수들은 VR 헤드셋과 모션 트래킹 장치를 착용하며, 상체와 무릎, 종아리 등에 다섯 개의 동작 인식 센서를 부착하여 가상 상대와 실시간으로 대결.
  • 경기장 크기: 사방 4미터의 정사각형 가상 경기장에서 경기가 진행.
  • 스턴(Stun) 규칙: 특정 기술이나 연속 공격으로 상대가 일시적으로 움직일 수 없거나 반응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규칙이 적용됩니다. 스턴 상태에서는 상대가 추가 공격을 받을 수 있어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침.
  • 경기 진행: 경기는 3전 2선승제로 라운드별로 진행되며, 라운드당 제한 시간은 최대 60초. 상대방의 파워 게이지를 소진시키거나 더 많은 게이지를 보유한 선수가 승리.
  • 심판 구성: 주심 1명, 부심 2명, 경기감독관(Game Master) 1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심판 개입을 최소화하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 판정 시스템이 적용.

참가연령별 부문 구성: (총 3개 연령, 5개 부문)

  1. 13~15세 유소년 혼성부
  2. 16~35세 청년 남자 개인전
  3. 16~35세 청년 여자 개인전
  4. 16~35세 청년 혼성부
  5. 36세 이상 성인 혼성부

주요 감점 사항: (라운드별 감점 3개 = 라운드 자동패배)

  • 기술 부정확성: 규정에 맞지 않는 기술을 구사하거나 불완전한 공격을 지속하는 경우.
  • 경기장 이탈: 경기를 진행하면서 의도적으로 경기장 바깥으로 이탈하는 경우.
  • 부적절한 센서 접촉: 경기 중 의도적으로 센서 부위를 터치하거나 조이스틱 등을 조작하여 판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

버추얼 태권도는 디지털 기술과 전통 태권도의 결합으로 새로운 경기 포맷을 제공하며, 다양한 연령층과 성별의 선수가 혼합하여 경쟁하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관중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제공.

 

[무카스미디어 = 싱가포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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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 - 무예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코이카(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20여년 동안 태권도 전문기자로 전 세계 65개국 이상 현지 취재.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각종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등을 진행.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사인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도 계속 현장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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