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태권도 '국기' 이상의 인기 비결...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태권도'로 메달 수확!
발행일자 : 2024-05-10 15:22:52
[한혜진 / press@mookas.com]
올림픽 참가 36년 만에 2016 리우 올림픽서 태권도로 첫 메달=금메달!
2016년 8월 19일 금요일(요르단 현지시각). 이날은 이슬람 국가인 요르단의 기도하는 휴일날이다. 금요일 기도가 끝날 무렵 무슬림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모스크에 기쁨의 함성이 터졌다.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경기장에서 요르단의 한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이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선수가 이변을 일으키며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우리나라 금메달 0순위였던 이대훈을 8강에서 꺾고 그 기세로 남자 -68kg급 우승을 차지한 아흐마드 아부가우쉬 (Abu Ghoush)가 그 주인공이다.
아부가우쉬 금메달은 요르단을 들썩이게 했다. 올림픽에 첫 출전한 1980 모스크바 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최초의 메달을 ‘금메달’로 조국에 안겼기 때문이다. 당시만해도 태권도는 대중화 되기 전이다. 그러나 자국 선수의 올림픽 결선 진출에 요르단 온 국민이 태권도 경기를 시청했고, 아부가우쉬를 응원했다. 마지막 우승이 확정된 순간 요르단 거리 곳곳은 국민들의 열광의 도가니였다.
당시 아부가우쉬는 "나는 태권도로 요르단 스포츠의 전체적인 것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었다. 온 세상이 요르단 국가를 들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림픽 무대에서 첫 메달을 금메달를 획득해 국민영웅이 된 아부가우쉬는 금의환향 했고, 국왕이 직접 환대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요르단 내 태권도 인기가 날로 높아졌다. 유럽과 중동 특성상 클럽 중심 태권도 보급하던 요르단이 이후로 태권도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90% 이상 무슬림 국가임에도 스포츠 참여에 보수적인 여성들도 태권도 참여율이 매우 높아졌다.
이어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남자 -80kg급 살레흐 엘 샤르바티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2회 연속 태권도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해 요르단 최고의 효자 종목이 됐다. 오는 2024 파리 올림픽 본선에 요르단 전 종목에서 6명이 출전하는데, 이중 태권도가 4명, 복싱 1명, 체조 1명으로 3회 연속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정부 차원에서도 태권도는 매우 각별해졌다. 요르단 정부에서는 태권도를 ‘국기’와 다름 없는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요르단태권도협회장은 현 압둘라 2세 사촌동생인 라시드 빈 하산 왕자가 맡고 있다. 왕실의 핵심이 종목 단체장을 맡는다는 것은 그만큼 태권도가 이 나라에서 중요하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요르단 태권도 대표팀는 재정난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냈음에도 국가 재정 상태로 마지막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전지훈련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때 WT는 글로벌 파트너 부영그룹과 함께 'WT 2016 부영 드림 프로그램'을 개최해 요르단과 네팔, 캄보디아 등 9명의 선수를 국내로 초청해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실업팀과 주요 대학팀, 국가대표 태릉선수촌에서 특별훈련 기회를 제공했다. 또 경주 코리아오픈국제선수권 출전으로 경기력을 확인하는 기회까지 제공했다.
요르단 올림픽위원회 페이샬 알 후세인 회장(왕자, IOC 집행위원)은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를 맞이해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태권도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올림픽 준비 센터를 구축하게 됐다. 요르단이 올림픽에서 총 3개의 메달을 획득했는데, 이중 2개가 태권도 종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2024 파리 올림픽에는 태권도를 포함한 세 종목에서 6명의 요르단 선수가 예선을 통과했다.태권도가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하고 있다.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 암만 시내 중심에 위치한 요르단올림픽위원회 본부 입구에는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부가우쉬의 금메달과 당시 착용했던 도복과 검은띠가 큰 액자에 사인과 함께 명예의 벽(wall of fame)에 장식되어 있다.
그 안으로는 올림픽 훈련센터 태권도 훈련장이 마련돼 있다. 큰 실내체육관에서 올림픽 대비 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IOC 올림픽 난민팀으로 선정된 시리아 난민캠프 출신의 태권도 남자 -68kg급 야히야 알 고타니(Yehya Al Ghotani, 20)도 요르단 정부 지원으로 함께 훈련중이었다.
요르단태권도협회 라시드 빈 하산 회장은 WT 조정원 총재를 비롯한 방문객에게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획득해 정부 차원에서 호텔급 훈련장, 웨이트장, 의료센터, 기숙사 등 올림픽 준비센터를 올림픽관에 내에 별도로 마련해 각별하게 지원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그는 “리우 올림픽에서 아부가우쉬의 역사적인 성과와 도쿄 2020의 살레흐 엘 샤르바티가 은메달 획득으로 태권도 위상이 매우 높다. 특히 태권도박애재단과 함께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 보호구역인 아즈락 난민캠프에도 지원하고 있다. 태권도의 인도적 활동에 대한 태권도의 헌신에 동참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태권도가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 3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이다. 1994년 9월 4일 파리 IOC 총회에서 태권도를 2000 시드니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 판정시비와 박진감 부족 등으로 퇴출 위기를 맞았으나 고강도 손질로 2012 런던 올림픽부터 올림픽 핵심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이 아니었다면 요르단이 아직도 금메달을 배출하지 못 할수도 있다. 또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요르단은 여전히 태권도 불모지 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20 도쿄 올림픽기간 <뉴욕타임즈>는 “태권도가 메달 획득이 어려웠던 스포츠 약소국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대서특필 했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 채택된 이후로 요르단을 비롯해 12개 이상 국가가 올림픽 출전 이래 첫 메달을 태권도 종목에서 획득했다. 여타 스포츠 중 값비싼 장비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수련할 수 있는게 큰 장점이며, 스포츠 약소국에게 태권도는 메달 획득이 가능한 희망의 종목으로 확인돼 대다수 국가의 태권도는 전략종목으로 집중 지원을 받고 있다.
요르단에 태권도 보급은 최초 후세인 알 하산(Hussein al Hassan) 및 대만 해군과의 협력 을 통해 1973부터 시작됐다. 1979년 요르단태권도협회가 공식 출범해 올림픽 메달 획득 등으로 꾸준히 수련생이 증가되고 있다. 한국인 이태인 사범이 30여년 간 현지 태권도 보급에 크게 기여 했다.
현재는 요르단 전 지역 250여개의 태권도 도장이 운영 중에 있고, 군부대, 경찰, 대학 등 많은 기관으로 확대되고있다. 주로 수도 암만 및 북부 지역에서 태권도가 활성화 되어 있는 편이다. 여전히 남부 지방에는 태권도 저변이 미흡한 상태이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요르단 정부 요청에 의해 2010년부터 국기원 해외파견 사범을 파견하고 있다. 2021년 현 이철권 파견사범이 파견되어 요르단 대사관과 협력해 요르단 정보부 왕실 근위대와 군부대 등에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다. 더불어 요르단 대학교와 대표팀 훈련 지도에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기 태권도가 8천킬로미터나 떨어진 무슬림 아랍국가 요르단에 태권도로 꽃을 피우면서 시리아 난민에게까지 꿈과 희망이 되고, 더불어 한류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태권도의 강력한 문화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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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 - 무예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코이카(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20여년 동안 태권도 전문기자로 전 세계 65개국 이상 현지 취재.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각종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등을 진행.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사인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도 계속 현장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