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 비극적인 난민 생활 속 태권도로 새 꿈․희망 얻은 태권청년 고타니


  

첫 세계태권도선수권에 출전한 아즈락 난민 캠프 예흐야 알 고타니와의 인터

예흐야 알 고타니(19, WT 난민 선수단)가 세계태권도연맹(WT) 창립 50주년 기념 '바쿠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난민'을 우리는 어떻게 읽을까? '어려운(難) 사람들(民)'이라는 직관적 의미로 읽고도 '꺼리게 되는(難) 사람들(民)'이라는 중의성을 항상 품게 되지 않는가 궁금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는 ▲난민의 정의, 지위 정지요건 및 배제요건 ▲비호국에서의 법적 지위, 권리와 의무,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UNHCR의 감독 및 체약국의 의무 등 크게 세 가지 난민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들 주제를 살펴보면 '난민'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지만 인정된다는 제약된 범위로 옭죄는 듯하다. 기본적 삶 조차도 충족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지위를 인정한다는 모순적 존재가 바로 난민의 지위다. 마치 그들을 21세기에 같은 지구촌을 살아가는 인류 구성원에서 슬며시 밀어내는듯한 저항감마저 느껴진다.

 

이들 조약의 주제들은 난민을 어떻게 수용하고, 관리할지만을 논하는 듯하다. 그들의 사회 진출과 경력 활용 및 도약, 수용한 사회에서 단계적 융화를 고민하려는 흔적 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난민의 지위를 부여받은 이들을 마치 일부 관련국 또는 선진국들이 책임져야 할 만년 골칫거리로만 끌어안고, 외면한다면 상황은 결코 개선되지 않는다.

 

바로 어제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이들이 오늘의 난민이 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가졌던 꿈, 희망, 미래가 한 순간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되려 크나 큰 상실감에 그들의 삶의 욕구가 자극되고 새로운 기회에 누구보다 감사하며, 기뻐할 줄 안다. 그러나 난민에게 그러한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박탈된 기회, 억압된 신체와 마음의 자유는 그들이 범죄를 일으키게 만드는 계기요,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세계태권도연맹(WT) 조정원 총재가 지난 2022년 10월, 요르단의 아즈락 난민 캠프 태권도박애재단(THF) 센터를 방문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보장된 기회를 약속하고, 응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도 최선의 선택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사회와 난민 사안은 현실감이 상당히 동떨어졌다고도 느끼리라 예상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난민 사안에 있어 매우 진보하고 선구적인 지원 및 보장된 기회를 제공해 국제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대한민국의 국기(國伎) 태권도가 그 주역이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과 태권도박애재단(THF)은 지난 2015년부터 태권도를 통한 난민 지원 및 기회 제공에 힘써왔다.

 

난민 캠프에 THF 센터를 개설하고, 난민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하며, 그들이 훈련할 기회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제공 및 보장한다. 처음에 이런 태권도의 행보를 듣자면 고개를 갸우뚱하리라. 당장에 삶의 터전과 심지어 가족마저도 잃은 이들에게 동방의 낯선 무예인 태권도를 수련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과연 큰 도움이 될까?

 

우리는 그 의문의 답을 당사자에게 직접 들어봤다. 예흐야 알 고타니(Yehya Al Ghotani)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규모의 요르단 아즈락(Azraq) 난민 캠프에서 난민선수단 소속으로 WT 창립 50주년 기념 '바쿠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이하, 세계선수권)'에 참가했다. 대회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지난 28일(현지시간)에 도착한 고타니 선수와 국내 언론은 약 1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지난 30일에 진행했다.

예흐야 알 고타니(19, WT 난민 선수단)가 지난 30일에 국내 언론들과 인터뷰를 나눴다.

우선 고타니가 난민으로서 생활하며 태권도 수련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의 소감을 물어봤다.

 

"처음 태권도를 만나 건 2017년 무렵이다. 아즈락 캠프의 태권도장에 친구가 먼저 등록했고, 수련을 구경해보라고 해서 찾아갔다. 수련을 참관하고 사범님에게 등록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난민 캠프에서의 태권도 수련이 어떠한 변화와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는지도 이야기했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태권도는 나를 다른 차원으로 이끌었다. 더욱 강해지고, 더욱 명철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학교에서도 긍정적으로 생활하기 시작했다. 태권도는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그를 통해 더욱 절제된 생활을 시작했다. 나 자신이 한 단계 도약한 느낌이었다."

 

올해로 만 19세의 고타니는 8살이 되던 2011년에 고향 시리아를 떠나 요르단의 아즈락 난민 캠프로 이주했다. 14세가 되던 해에 처음 태권도를 접한 그는 말 그대로 태권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에 시작한 태권도 수련은 그에게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지만, 정규 수련시간이 끝나고나서도 고타니는 홀로 수련을 계속했다. 수련은 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8개월만에 검은띠 초단을 따면서 아즈락 난민 캠프 출신 사상 두 번째 유단자가 되었다.

 

"검은띠를 받고 나서 삶이 완전히 달라진 기분이었다. 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부여됐다는 생각에 더욱 자신감이 커졌다."

 

고타니는 2018년부터 THF 아즈락 팀 소속으로 주니어 대회를 출전하기 시작했다. 2019년과 2020년까지 매년 세계태권도 난민 선수단 자격으로 주니어 대회에 출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올해부터는 더욱 적극적으로 연달아 시니어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올해에만 네 차례 태권도 국제대회에 출전한 그는 드디어 꿈의 무대 중 하나인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게 되었다.

 

주니어 선수권대회 참가부터 벌써 일곱 차례나 WT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외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그러나 대회 참가를 위해 요르단을 출국해 개최국가에 입국하기까지의 과정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WT와 아제르바이잔태권도협회의 끈질긴 노력 끝에 비자를 받게 되었다.

 

"바쿠까지 오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여권 승인에만 4개월이 걸렸다. 요르단 정부로부터 출국하고 돌아오겠다는 서약을 승인받기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정말 힘들었다. 세계선수권 출전 초청을 받았어도 출국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참가는 불가능하다. 세계선수권 참가 선수단 가운데 난민 선수단이 가장 마지막에 도착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미리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며 경기도 준비해야 하지만 비자 발급 일정이 변경되면서 비행 일정 또한 변동되었다."

 

하지만 태권도가 있기에 고타니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최근 더 높고, 큰 꿈을 꾸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 토마스 바흐, IOC)의 난민 장학생으로 선발되면서 언젠가는 올림픽 출전도 가능하리라는 꿈을 꾸게 된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난민 장학생으로 선정된 예흐야 알 고타니(19, WT 난민 선수단)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물론 나의 꿈은 올림픽 태권도 무대에 서는 것이다. 올림픽 출전 엔트리에 최종 선발되어 2024 파리 올림픽에 가는 기회를 잡기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모든 훌륭한 선수들의 경기를 전부 지켜보고 있다. 이대훈 선수가 나의 롤모델이다. 이대훈 선수처럼 경기하고 싶어 그를 따라하기도 했다. 그는 겸손하기까지 해서 더욱 좋아한다."

 

부모님과 고타니 본인 포함 6인의 형제자매, 총 여덟 명의 대가족이 2대의 카라반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고타니가 세계선수권에 참가한다는 소식에 가족들의 반응도 남달랐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나의 꿈이었다. 대회에 초청받았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가족들 모두 정말 자랑스러워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마지막 질문은 질문보다는 한 가지 부탁을 해보았다. 2023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고타니가 2008년 시리아를 탈출하던 고타니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고타니! 포기하지마. 그리고 무엇이든 기회가 된다면 배우고 또 배워!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은 항상 너의 옆에 있어. 열심히 노력하고, 배우고, 공부하다보면 언젠가 바로 앞에 마주한 장벽을 허물고 넘어가게 될거야!"

국내 언론들과 인터뷰를 끝낸 예흐야 알 고타니(19, WT 난민 선수단)가 '바쿠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포스터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태권도는 고타니의 삶을 바꿨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난민의 삶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태권도의 난민 지원 및 기회 보장 제공 사업은 태권도뿐만 아니라 IOC가 강조하는 '평화' 메시지에도 부합하는 움직임이다. 여타 올림픽 종목들과 올림픽 진출을 꾀하는 종목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이날 기자가 만났던 고타니의 인상과 눈빛은 너무나 선하고 순수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짧은 아랍어 인사말을 건내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 30일 예흐야 알 고타니(19, WT 난민 선수단)가 조정원 WT 총재로부터 '바쿠 2023 WT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의 공식 전자 호구 업체 KPNP의 전자 호구 세트와 경기복을 전달받고 있다.

특히 이날 고타니는 조정원 WT 총재로부터 이번 세계선수권의 공식 전자 호구 업체인 KPNP의 전자 호구 세트와 경기복을 전달받았다.

 

6월 1일 고타니는 남자 -63kg에 출전하여 64강전 경기를 가졌다. 상대는 카를로스 나바로라오(멕시코)로 2016 리오 올림픽 4위, 2016 바쿠 그랑프리 금메달, 2017 무주 세계선수권 동메달 등의 경력을 가진 실력자였다.

 

1라운드에서 0-12의 점수를 기록하며 나바로라오에게 첫 라운드를 내주었다. 2라운드에서는 중반까지 6-4의 점수를 기록하며 고타니가 우세했으나 경기 후반에서 6-11로 역전 당함과 동시에 해당 라운드에서만 5회의 감점이 누적되면서 결국 고타니의 도전은 아쉽게도 64강전에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예흐야 알 고타니(WT 난민 선수단, 청)가 남자 -63kg급 64강전에서 맞붙은 강자 카를로스 나바로라오(멕시코, 홍)에게 발차기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와 절심함이 있다. 하지만 고타니는 일반적인 선수들 그 이상의 이야기와 절심함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먼저 들었던 입장에서 그의 아쉬운 표정에 더욱 가슴 아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꿈과 희망, 미래가 여기서 멈추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의 도전과 경험이 그를 더 높은 꿈으로 이끄는 마중물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특히 2라운드에서는 짧게 나마 점수 우위를 점했기에 세계정상급 무대에서도 전략을 잘 꾸린다면 충분히 1승을 거둘 수 있겠다는 희망도 보았을 것이다. 

 

태권도로 시작된 그의 꿈과 희망이 쌓이고 쌓여서 미래에는 더욱 많은 예흐야 알 고타니가 더욱 다양한 종목에서 나오길 바란다.


[무카스미디어 = 아제르바이잔 바쿠 - 권석무 기자 ㅣ sukmo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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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무 기자
무카스미디어 MMA, 주짓수, 무예 분야 전문기자.
브라질리언 주짓수, MMA, 극진공수도, 킥복싱, 레슬링 등 다양한 무예 수련.
사람 몸을 공부하기 위해 물리치료학을 전공. 
무예 고문헌 수집 및 번역 복간본 작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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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가치

    태권의길! 태권도의힘!무도의힘!
    미래태권도의꿈이다!
    이것이 태권도역사다!

    2023-06-12 18:54:55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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