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장사 공성배의 모래판] ‘늦은 샅바 걸이 씨름’


  

씨름 자료 발굴 및 복원 보존을 통해 후속 세대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씨름인들의 과제!

씨름을 하는 자세는 다양하다. 선조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왼씨름’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씨름을 해 왔다.

 

경기도와 전라도에서는 ‘오른 씨름’, 충청도에서는 ‘띠씨름(통씨름)’, 평안도에서는 ‘된 샅바 걸이 씨름’과 ‘망걸이 씨름’, 함경도에서는 ‘늦은 샅바 걸이 씨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역 별로 한 가지의 씨름 방식만을 고집해 온 것은 아니다. 다양한 유형의 씨름방식을 겸해서 해왔기 때문에 지역에 특정 지워 ‘왼씨름’은 이북과 경상도 지역이라기 보다는 지역에서 선호한 씨름의 특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씨름 형태의 다양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 된 것은 2015년 대한씨름협회 연구위원회에서 ‘씨름진흥 기본계획 연구용역(용인대 산학협력단)’을 진행하면서다.

 

이 기본계획에는 2016년부터 씨름원형 자료를 수집하고, 2017년에는 씨름의 원형보존위원회를 설치하며, 자료발굴을 통해 2018년에는 씨름의 원형을 복원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에 이 사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씨름의 진흥사업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연구진들은 판단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아직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왼씨름’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진 현실에서 ‘오른씨름’과 ‘띠씨름’을 복원하는 것은 크게 문제 될 게 없으나, 북한 지역의 ‘된 샅바 걸이 씨름’과 ‘늦은 샅바 걸이 씨름’ 등은 연구자들조차 샅바를 어떻게 착용하는지 모르고 있어 복원 과정이 쉽지 않음을 예상했다.

 

또 ‘통씨름’은 1927년 ‘제1회 전조선씨름대회’ 규정 제24조에 ‘샅바는 오른 다리에 사용하고, 자세는 오른 어깨를 맞대는 것’이라 하여 ‘띠씨름’이 ‘통씨름’과 같은 것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혼란을 부추기는 일도 있었다.

 

결국, 1929년 조선씨름협회는 ‘왼씨름’이라 해야 할 것을 ‘통씨름’이라고 한 잘못된 용어 정의를 인지하고 ‘통씨름’ 규정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1937년 ‘제10대 전조선씨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나윤출(1963년)의 저서 <조선 씨름>에서 ‘통씨름’은 ‘띠씨름’과 같은 것으로 설명하고 있어 ‘통씨름’을 복원하는 데도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망걸이씨름’은 1993년 ‘연변93장사씨름대회’ 때 고증한 사진 자료가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문제는 ‘된 샅바 걸이 씨름’과 ‘늦은 샅바 걸이 씨름’이다. 

 

1963년 나윤출의 <조선씨름>에는 된 ‘샅바 걸이 씨름’과 ‘늦은 샅바 걸이 씨름’ 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여 구분하고 있다. 

 

   - 된 샅바 걸이 씨름 : 1m 정도 길이의 샅바를 틀어 꼬아 상대의 오른 다리에 걸고 상대의 샅바를 자기의 왼팔에 완벽하게 건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손과 샅바를 낀 왼손을 맞잡고 씨름하는 형태를 말한다.”

 

- 늦은 샅바 걸이 씨름 : 함경도지역에서 즐기는 경기방식으로 오른 다리에 맨 1m 정도 길이의 다리 샅바를 왼팔로 끼어 잡고 진행하는 씨름이다. ‘늦은 샅바 걸이 씨름’은 비교적 기술이 다양하며, ‘된 샅바의 망걸이씨름’보다 힘의 제약을 적게 받는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내용만으로는 두 씨름의 원형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함경도 원산 출신으로 추정되는 기산 김준근의 ‘각희’와 ‘시름허고’, ‘단오에 시름허고’라는 주제의 그림 작품에서   ‘늦은 샅바 걸이 씨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김준근은 자신의 고향에서 즐기던 씨름을 자신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 상당히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다리 샅바를 잡은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으로  ‘된 샅바 걸이 씨름’이 원형도 충분히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좌) 김준근의 각희 출처: 독일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 / (우) 김준근의 시름허고 출처: 숭실대학교 기독교박물관
김준근의 단오에 시름허고 1891~1894년 작품 출처: 독일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

그리고 한국전쟁 중에 1951년 6월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서 촬영한 북한군 포로들이 하는 씨름 사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사진을 보면 허리 샅바는 잡지 않고 다리 샅바만 잡고 씨름하는 모습이 ‘늦은 샅바 걸이 씨름’임을 알 수 있다.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의 씨름 장면(출처: 연합뉴스)

‘된 샅바걸이 씨름’과 ‘늦은 샅바걸이 씨름’의 공통점은 허리샅바를 잡지 않는다는 점이다. 샅바를 이용한 독특한 씨름법이다. 다리를 잡고 있거나, 상대 겨드랑이를 걸쳐 등 쪽에 손을 올리고 있다. 

 

씨름의 형태는 왜 이리 다양한 것일까? 이러한 다양성은 해당지역의 문화와 경쟁을 위한 다양한 게임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 때문이다. 따라서 씨름이 지니고 있는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씨름 자료를 발굴하고 이를 복원해 보존하고 후속세대들에게 전수하는 것은 씨름인들의 과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 공성배 교수는 1990년부터 LG증권씨름단에서 민속 씨름선수로 활약했으며선수시절 3차례 금강장사 정상에 올랐다前 대한씨름협회 상임이사이며現 용인대 무도스포츠학과 교수한국스포츠사회학회 이사그리고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를 맡고 있다.

 

[글. 공성배 교수 = 용인대학교 ㅣ press@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성배 #씨름 #금강장사 #늦은샅바 #걸이씨름 #씨름역사 #왼시름 #띠씨름 #된샅바걸이씨름 #망걸이씨름 #늦은샅바걸이씨름 #유네스코 #모래판 #조선씨름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