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 한국 온 우크라 태권 남매… 희망의 몸짓 ‘값진 도전’


  

전쟁 중 대회 출전 사실상 포기! 세계태권도연맹 도움으로 극적으로 대회에 출전해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우크라이나 태권도 품새 대표팀 예바 하브릴로바(12)와 다비드 하브릴로프(14) 남매가 극적으로 이번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2020년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의 모든 국제 이벤트가 멈춰 섰다. 태권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0 도쿄 올림픽도 1년 연기해 가까스로 개최되었지만 정상적이지 못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도 2년 4개월 여 만에 국제대회를 재개했다.

 

21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2전시관에서 ‘2022 고양 WT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막이 올랐다. 2020 덴마크 대회가 코로나로 취소돼 품새대회는 4년 만에 열렸다. 때문에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았음에도 역대 가장 많은 63개국 984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열띤 경쟁에 돌입했다.

 

대회 개막 첫날 63개국 선수단 중 매우 특별한 참가국이 출전해 큰 환영을 받았다. 바로 전쟁통 제3국을 통해 어렵게 방한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그 주인공이다.

 

유소년부 혼성과 공인품새 남녀 개인전에 참여한 예바 하브릴로바(12)와 다비드 하브릴로프(14) 남매가 유일 참여했다. 단장은 이들 남매의 아버지 루슬란 하브릴로프(43)가 동행했다.

 

애초 여섯 명의 선수단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포탄이 쉴 새 없이 쏟아져 공항이 폐쇄되어 출국이 쉽지 않았다. 코치는 징집돼 이번 대회에 동행하지 못했다. 아버지 루슬란 씨는 다자녀 가구라 징집령을 피해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예빠와 다비드 남매 이외 엄마와 막내 동생은 우크라이나 폴타바에 남아 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이들 가족 도장은 현재 집터를 잃은 현지인들의 대피소로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꿈에 그리던 세계대회에 어렵게 출전했지만, 마음이 편할리 만무한 상황이다.

 

루슬란 단장은 21일 오후 기자회견에 참석해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돼 영광이고 조직위원회에 감사드린다. 특히 참가할 수 있게 세계태권도연맹의 도움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크라 태권도 대표팀은 대부분 전쟁 때문에 모두 집을 버리고 피난을 떠났다. 선수단 코치는 이들의 집 폴타바에서 800km나 떨어진 오데사에 있다. 함께 하지 못해 화상으로 원격 훈련을 해왔다.

예바 하브릴로바(12)와 다비드 하브릴로프(14) 남매 가족 사진. 이번 대회에 아버지는 단장으로 함께 하고, 엄마와 막내는 현지에 남아 피난민과 지내고 있다 전했다. [사진 = 가족제공]

이들 남매는 부모와 함께 피난민 대피소로 장소를 내준 도장에서 피난민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전쟁으로 가족과 가까운 사람을 잃은 분들이라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한 14세 다비드는 “도장에서 청소를 하면서 피난민이 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대회 출전과 관련해서는 “전쟁 중이라 힘든 상황이었지만, 우리 실력을 증명할 기회를 얻기 위해 우리는 예전부터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싶었다”라면서 “우크라이나 사람이 우리를 보면서 태권도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노력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민족이 강하고 용맹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결선 경기에서는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보여주고 1위라는 성적을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튿날 결선 라운드에 오른 남매는 8강전에서 기대 이상 절도 넘치는 기량을 펼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상대가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점쳐진 미국팀을 맞아 아쉽게 석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아쉽지 않게 기량을 펼친 듯 승자에게 축하 인사를 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 관중들의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공인품새 유소년부 혼성전에 출전한 남매가 지도자로 참가한 아버지와 인사를 하고 있다.

혼성전에 이어 에바는 이날 여자 공인품새 유소년부에 도전했지만 결선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23일 다비다는 남자 공인품새 유소년부에 도전해 결선 라운드에 진출에 성공했다. 8강전에서 강호 대만 선수를 맞아 실수 없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지만 상대를 뛰어넘지 못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기대했던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경기 결과에 만족하면서 이번 대회 도전을 마감했다.

 

에바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자. 반드시 꿈은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참가한 여러 나라 선수단은 물론 일반 관중들도 이들 남매가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25일 국기원을 방문한 뒤 26일 출국해 다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가족 품으로 출국한다.

 

전쟁으로 삶의 터전이 폐허가 된 이들 가족은 세계 강호들과 경쟁을 통해 메달 보다 값진 꿈과 희망의 도전으로 자국민들에게 “포기하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전쟁 중 극적으로 대회에 출전한 우크라이나 자곡 선수단
공인품새 혼성전 결선에서 금강 품새를 하고 있다.
공인품새 혼성전
공인 품새 혼성전
예상 밖 참가로 국내외 언론에 큰 관심을 받은 남매가 언론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기대 했던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결과에 인정하며 함께 격려하는 우크라 선수단
전쟁 중이라 온 가족이 함께 하지 못했다. [사진 = 선수단 제공]
대회 일정을 마친 우크라 선수단이 경기장 밖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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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 - 무예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코이카(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20여년 동안 태권도 전문기자로 전 세계 65개국 이상 현지 취재.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각종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등을 진행.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사인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도 계속 현장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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