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열세 살 동갑내기... 포화 딛고 사라예보서 승리의 발차기!

  

2023 사라예보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 사흘 차, 우크라이나 남녀 168cm 이하급서 은메달 2개 수확

우크라이나 수도 키우이에서 포탄 속에서 훈련을 해온 열 세 살 동갑내기 키릴 쿠즈네이초프(좌)와 폴리나 투프치(우)가 '사라예보 2023 WT 세계태권도유소년선수권대회' 남녀 168cm 이하급 은메달을 수확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쟁 포화 속 불굴의 태권도 정신으로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우크라이나 열세 살 동갑내기 남녀 선수가 나란히 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남녀 168cm 이하급에 출전한 키릴 쿠즈네이초프와 폴리나 투프치가 그 주인공이다.

 

우크라이나 태권도 선수단은 30일(현지시각)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힐스호텔 아레나에서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 주최로 열린 ‘사라예보 2023 WT 세계유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대회 사흘 차에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두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전쟁 이후 피난을 가지 않고 현재까지 크고 작은 포탄이 수시로 터지는 수도 키우이에서 훈련을 해오고 있다. 이번 대회도 전쟁 포화를 뚫고 결전지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왔다.

키릴 쿠즈네이초프(청)가 지난 대회 우승자이자 대회 MVP를 차지한 실력파 선수와 결승에서 맞붙고 있다.

각국 강호를 호쾌한 발차기로 연이어 제치고 결승에 오른 남자 168cm 이하(43~59kg)급 키릴 쿠즈니에초프는 결승에서 지난 대회 -41kg급 우승자로 MVP까지 거머쥔 실력파인 멕시코 기예르모 마누엘 코르테스를 상대로 선전 했으나 라운드 점수 0-2(8-13, 9-13)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키릴은 아쉬움도 잠시 우승자인 기예르모가 우승 세리모니를 할 때까지 기다린 후 승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후 빈 경기장에 들어섰다. 본인이 준비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휘날리며 자축했다. 관중석에서는 격려 박수를 보냈다.

 

키릴은 “세계대회에 처음 출전해 좋은 경험을 했다. 목표로 했던 금메달은 아니지만 값진 은메달을 획득해 기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훈련과 대회 출전에 힘이 되어준 가족과 코치, 동료 선수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결승에 오른 여자 168cm 이하(43~59kg)급 폴리나 투프치는 결승에서 이란 로잔 소우피를 상대로 날카로운 머리 공격을 앞세워 금메달을 목전에 앞두고 역전패당해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1회전 초반 경기 시작과 함께 넘어져 감점으로 실점 후 연거푸 몸통 득점까지 내주며 승기를 내준 폴리나는 후반 깊은 몸통 돌려차기에 이어 날카로운 머리 공격을 성공시키며 5대4 역전에 성공했다.

폴리나 투프치(홍)가 결승에서 강호 이란 로잔 소우피를 상대로 머리 공격을 하고 있다. 

1승을 먼저 따내며 기세가 오른 폴리나는 2회전 연속 감점을 받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몸통 득점과 머리 득점까지 허용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후반 몸통과 머리 공격을 성공시키며 추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8대11 뒤지던 상황에서 감점 5개가 누적돼 감점패로 끝났다.

 

원점 승부에 나선 3회전. 시작과 함께 상대의 발 빠른 머리 공격에 안면을 내준 데 이어 몸통 득점까지 내주며 점수 차는 크게 벌어졌다. 뒷심을 발휘해 추격에 나섰으나 체력에 한계가 찾아왔다. 오히려 중심을 잃고 감점까지 받으며 1-7로 무릎을 꿇었다.

 

1승을 먼저 따낸 후 2회전을 연속 내주며 쓰라린 역전패 당한 아쉬움과 전쟁 중 고국에 금메달을 안겨주고자 했던 서운함에 한동안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기대 이상 선전한 그에게 코치와 관중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폴리나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쳐 보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폴리나는 “금메달 못 딴 건 너무 아쉽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를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승리자이다. 앞으로 더 어려운 환경이 계속 이어지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 선언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전쟁으로 18개월째 진행 중이다.

 

전쟁 이후 막대한 피해로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태권도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인접국인 폴란드와 주변 제3국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 직후 어려운 경제적인 여건 속에서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남녀 각 10체급 중 남자부는 10체급 전체, 여자부는 6체급 등 총 16명이 출전했다. 지도자 5명을 포함해 총 21명이 출전했다. 일부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훈련하지만, 대부분 독일과 스페인, 폴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개인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표팀 나자리 코티아쉬 총감독은 “우리는 매우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대부분 위험 지역이라 대부분 유럽 여러 나라에 흩어져 개인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두 선수의 시상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쟁 이후 최고 성적을 낸 것에 대해 “우리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까지 왔다. 목표한 금메달은 아니지만 너무나 값진 두 개의 은메달을 획득했다. 너무 행복하고 이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우리 선수들이 정말 어려운 환경과 위험한 상황 속에서 훈련 해 온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승리자이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대회가 하루 더 남았다. 우리는 더 큰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긴장을 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선수단이 이곳까지 오기까지 많은 국가와 여러 사람들이 지원과 후원, 격려가 있었다. 그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키릴 쿠즈네이초프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폴리나 투프치가 결승전이 끝난 후 코치와 함께 국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대회 폐막까지 하루를 남겨둔 우크라이나는 전쟁 직후 WT가 직접 주최한 세계선수권대회(유소년, 청소년, 성인)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소피아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65kg 이상급 데이비드 훌 리가 동메달을 획득하고, 연이어 열린 소피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서 남자 -45kg급 마넨코프 막심, 여자 -49kg급 예카테리나 코멘코, -63kg급 율리아나 쿠츠 등 남녀 3체급에서 동메달 3개를 획득한 바 있다.

 

한편, 한국 유소년 선수단은 대회 이틀째까지 경량 체급에 강세를 나타 냈다. 남자부가 금1, 동2개로 카자흐스탄(금1,은2,동1)에 이어 2위, 여자부는 금2개 동2개로 종합 선두로 선전 중이었다. 하지만, 사흘 차 중량급으로 바뀌면서 남녀 5체급 모두 예선에서 져 추가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무카스미디어 =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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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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