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시대 유도선수 출신 김무옥 역, 이혁재

  


야인시대에서 열연하고 있는 이혁재(김무옥 역)

10주째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SBS ‘야인시대’. 이혁재가 나 오면 화면이 꽉 들어찬다. 워낙에 큰 얼굴(MBC 공채 시험을 볼 때 심 사위원이었던 PD들은 그의 얼굴 크기 때문에 합격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탓도 있지만 부리부리한 눈과 치켜 올라간 눈매, 조폭들보다 더 살벌하게 내뱉는 전라도 사투리가 확실한 무게감을 주기 때문이다 . 가슴을 풀어헤치고 방정맞게 라틴댄스를 추던 그의 ‘날아갈 듯한 가벼움’은 드라마에서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는 그가 진짜 조폭이 맞느냐를 놓고 내기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그가 주는 리얼리티는 기대 이상이다.

“처음에 김무옥 역을 제안받았을 때 앞이 깜깜하더라구요. 눈빛과 몸은 자신 있었는데 사투리가 영 걸리잖아요. 며칠 고민하다가 인맥 을 총동원해 목포와 천안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던 조폭들 섭외에 들 어갔습니다. 전라도가 고향인 친구들을 만나 억양이 어떤지, 말투가 어떤지도 연구했구요. 아, 힘들었습니다.” 유도선수 출신으로 쌍칼패에 몸담고 있다가 김두한의 ‘평생부하’가 되는 김무옥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덕분에 그는 날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시놉시스상으로라면 김무옥은 드라마의 초반에만 출연하는 것 으로 되어 있지만 ‘야인시대’의 제작진들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이혁재 카드’를 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SBS측으로부터 ‘ 출연료 파격 인상’이라는 보너스까지 뺐어냈다. 때로는 예쁜 여자를 보면서 침을 꼴깍 삼키는 느끼함으로, 때로는 ‘형님, 그것들을 싹 쓸어브러야 하는 것 아닙니까요?’하고 말하는 무식한 캐릭터로 그는 ‘야인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혁재의 싸움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고등학교 때 제 별명이 간디였어요. 생긴 건 사람 잡게 생겼는데 한 번도 싸움을 안 했거든요. 무폭력주의자다 해서 애들이 붙여주더 라구요. 싸움 실력은 형편없죠. 군대에서 태권도 배운 게 다니까요.

근데 이상하게 얼굴만 보고 제가 싸움을 잘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 참 이상하죠?” 그의 가파른 인기는 급기야(?) CF로까지 이어졌다. ‘야인시대’의 부천 세트장에서 촬영된 봉고프론티어 CF. 그는 ‘속도 참 넓은 형님 이 계셨지’하며 ‘주먹신화’를 추억하는 듯한 멘트를 하다가 갑자 기 돌변해 경쾌하게 라틴 댄스 스텝을 밟는다. 그리고 눈을 치켜 뜨 고 ‘그냥 먼저 가’하며 호들갑을 떤다. 이 CF는 현재 광고에 둔감 한 트럭업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저는 운명론자거든요. 근데 요즘 제가 한창 뜨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봉고 CF를 찍는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노력을 하든 하지 않든 CF가 뜨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래서 맘 편하게 찍었어요. 아침 9시부턴가 시작해서 2시쯤에 끝났으니까 거의 NG도 없이 한 방에 OK를 내버린 셈이죠.” “촬영 중 에피소드는 없었습니까?” “그게 참 웃긴 게, 뭔가 될려면 날씨도 도와주는 가봐요. 왜 마지막 부분에 제가 땅에 엎드리면서 ‘아이고 봉고 형님∼’하는 장면이 있 잖아요. 그 장면을 찍는데 갑자기 모자가 바람에 휙 날라가는 거에요 . 모자를 잡으려다가 나도 몰래 ‘아이구’하면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걸 본 스태프 분들이 엄청 재밌다고 그냥 가자고 하더라 구요.”

CF가 홈런을 날리면서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놀랄 만큼 좋아졌다. 그 의 말대로라면 예전에 나이트 클럽에 가서 뭇여성들한테 받았던 ‘혐 오스러운 거부반응’이 지금은 ‘호감형 거부반응’으로 바뀌었다는 것. ‘어머, 이혁재야!, 나 어떡해. 너무 싫어’라고 말은 하지만 여 성들의 얼굴에는 수줍음과 싫지 않은 당황스러움이 묘하게 섞여 있다 는 것이 그가 내린 분석이다.

“제가 여자들이 대게 싫어하는 캐릭터거든요. 대학교 때부터 미팅에 나가면 절 다 싫어했어요. 개그맨 이혁재라고 해도 다들 흠칫 하는데 그때는 오죽 했겠어요? 그리고 또 저를 좋아하면 어디 그 여자들이 정상입니까? 완전 환자지! 근데 전 그렇게 무시당하는 게 기분 좋아 요. 절 거부하는 여자들도 다 별로거든요. 우리 와이프보다 못생긴 여자들이 인상을 찌푸리면 저도 속으로 그래요. ‘어우~ 야, 너도 별 로∼야!” 그는 ‘연기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코미디언’으로 대접받고 있지만 ‘야인시대’가 끝나면 연기를 계속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 이유는 1999년으로 올라간다.

KBS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에서 차력사로 얼굴을 알린 그는 M BC 공채 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그가 선택한 전략은 라틴 댄스. 머리 는 올백으로 빗어 넘기고 외투는 반짝이는 밤무대복으로 코디했다.

와이셔츠의 단추를 2∼3개 풀어헤쳐 가슴털을 보이게 한 것은 기본.

그리고 말 한마디 없이 라틴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시험장의 분위기 는 순식간에 뒤집어 졌다. 한 심사위원은 ‘쟤 신들린 거 아냐?’라 고 말했다.

“나중에 안 얘긴데 그 때 심사위원들이 저를 뽑으면 안 된다고 하셨 대요. 시청자들이 거부반응을 보일 게 분명하고 얼굴이 너무 커서 카 메라 앵글 잡기도 힘들다고. 딱 한 사람 저를 뽑자고 했는데 그 사람 이 바로 이화여대 영상학부 주철환 교수입니다. 교수님이 나중에 그 러시더라구요. ‘앞으로 너보다 나쁜 외향적 조건의 코미디언이 나오 느냐 안 나오느냐는 니 하기 달렸다.’ 그 때 결심했습니다. 코미디 언으로 확실하게 성공해 윤정수 씨나 저 같은 사람들이 브라운관을 주름잡게 하겠다고요.” 그는 지금 곧 아빠가 될 생각에 기분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신부의 출산일이 11월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들이면 좋겠다.

그래야 빨리 키워서 같이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할 수 있지 않겠냐?” 고 너스레를 떤다.

사실, 올해 초 그가 초등학교 교사인 심경애(26) 씨와 결혼식을 올린 다고 발표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말을 농담인 줄로만 알았 다. 당시 이혁재가 수많은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엽기적인 행각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는 툭하면 가슴을 풀어헤쳤고 급기야 여성 패 널의 손까지 잡아 끌어 가슴의 털을 만지게 하는 ‘만행’까지 범했 다. 그런 사람에게 어떤 여성이 ‘이성적인 감정’을 느낄까 하는 것 이 일반인들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웃기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화법이 직설적 이고 논리 정연해 달변가인 듯한 느낌마저 풍긴다. 한국 코미디가 나 아가야 할 방향, 코미디언으로서 자신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확실한 밑그림을 가지고 있다. 그가 IQ 155에, 방송국 예능 PD들로부터 ‘똑 똑한 MC’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연예인은 하나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확실한 직업적인 마인드를 갖고 높은 퀄리티(Quality)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코미디언인 제가 연기 쪽으로 외도를 한 것도 다 이 때문이에요. 코미디를 저급하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코미디언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결국 저는 ‘야인시대 ’를 통해서 코미디언도 연기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제 후배들이 그러한 어드밴티지(Advantage)를 충분히 이용했으면 좋겠습 니다.” 직업적인 의식뿐만 아니라 그는 매사에 철두철미한 것을 좋아한다.

사나이로 태어난 이상 원대한 꿈을 한 번은 제대로 펼쳐야 하지 않느 냐고 믿는 사람이 그다. 실제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대통령이 되고 싶어 서예를 배우고(연초가 되면 대통령이 화선지에 붓글씨를 써주는 것이 보기 좋아서), 라틴 댄스를 수강했다(영국 여왕을 맞을 때 대통 령이 사교댄스도 못 추면 창피할 것 같아서). 군사정권이었던 시절 대통령이 되는 길은 육군사관학교밖에 없다고 생각해 지원했다가 떨 어진 경험도 있다.

그의 아내인 심경애 씨는 이혁재의 이러한 배포와 남성다움, 그리고 믿음직스러움을 좋아한다. 그래서 남편이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어떤 옷을 입는지에는 관심이 없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쉴 새없이 궁금해 한다. 이혁재의 마음을 더욱 끄는 건 아내가 절대 ‘ 난 당신이 느끼해’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점. 그런 아내가 너무 고마워 이혁재는 밤마다 발 마사지로 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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