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PTA 칼럼] 스포츠 의학을 아시나요? 태권도계가 직면한 현실


  

태권도 종목 현장의 스포츠 의학 인식 현황

스포츠의학은 운동선수의 상해을 치료하고, 부상을 예방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 학문이다. 의학이 발전하는 것처럼 스포츠의학 분야도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으로 이의 범위와 역할이 점점 확장되며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 속에서 필자는 태권도, 레슬링, 럭비, 펜싱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을 전담하여 재활치료와 피지컬 트레이닝, 스포츠테이핑을 하는 AT(Athletic Trainer)로 많은 선수들을 만나왔다. 그 과정 속에서 느껴왔던 태권도 선수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통증의 잘못된 인식으로부터 시작된 문제점

운동선수라면 우리 모두가 일명 ‘악바리 정신’에 대해 들으며 자라왔을 것이다. 또한 “너만 아프냐, 통증 없는 사람이 어딨어”, “원래 다 아프면서 운동하는 거야”라는 말을 수 없이 듣곤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통증이 있다고 말하면, 따가운 시선과 함께 통증을 참고 운동을 해왔다. 그렇게 점차 ‘통증은 운동하면 당연히 오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갔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상황 모두 스포츠의학의 발전 중인 현재까지도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통증이 있는 선수들은 모두 본 운동을 제외시키고, 치료에 전념해야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 속에서 팀을 지도하고, 도장을 운영하는 지도자의 입장에선 충분히 혼란스러울 고민거리다.

 

그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본 운동을 아예 쉬고 치료에만 전념하라는 것이 아니다. 먼저 통증을 인지하고, 전문적인 의료진과 선수트레이너를 통하여 정확한 판단과 그에 맞는 트레이닝을 본 운동과 병행한다면 그 선수는 충분히 통증을 케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태권도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로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다.

 

동일한 질환으로 통증의 정도가 같은, 비슷한 실력의 A 선수와 B 선수가 있다. A 선수는 원인 모를 통증을 참으며 본 운동에 전념하였다. B 선수는 통증을 감지하고, 전문적인 진단과 트레이닝을 받으며 본 운동을 병행하였다고 가정한다.

 

시합 당일, A 선수와 B 선수의 시합 결과는 단정짓기 어려우나, 현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인 경기력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A 선수는 B 선수와 비교하였을 때, 원인 모를 통증의 빈도와 정도가 더 높을 확률이 있다. B 선수도 마찬가지로 통증이 있을 수 있으나, 본인의 통증에 적합한 스트레칭과 스포츠 테이핑을 처방받아 본인이 통증을 케어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처럼 ‘통증은 운동하면 당연히 오는 것이므로 참고 해야 한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고, 결국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태권도 선수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

AT로서 다양한 스포츠 종목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해보면, 대다수의 선수들이 의료진에게 들었던 과거 병력과 현재의 정확한 질환명, 본인의 상태에 대하여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또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통하여 본인의 질환에 맞는 테이핑을 직접 할 수 있는 모습도 흔히 보였다.

 

그 배경을 살펴보니, 축구, 배구, 럭비와 같이 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대부분 물리치료사, 운동처방사가 함께하여 전문적인 관리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스포츠 의학의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감독, 코치진, 선수들 모두 의과학적인 전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현장에 적극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이들은 의과학적인 스포츠 트레이닝을 적절히 활용하여 본 운동의 효율성을 높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와 다르게, 태권도 현장에서는 몇몇 실업팀을 제외하고는 스포츠의학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다. 따라서 선수들은 효과적인 트레이닝을 직접 경험할 수 없었기에 통증에 대한 무감각함과 함께 전문적인 트레이닝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는 악순환 되어 태권도 선수에게 만성적인 통증, 부상의 위험성 증가, 심리적 불안감과 스트레스 등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스포츠 의학에 관한 인식의 차이가 가져온 결과

불과 몇 년 전, 겨루기를 제외한 품새, 자유품새, 시범 정식 경기에서는 테이핑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스포츠 테이핑의 사용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는 모든 종목 통틀어 유일하게 태권도에서만 해당되는 일이다.

 

다른 스포츠종목에서는 적극적인 스포츠테이핑은 기본이며, 테이프에 광고까지 넣어 스포츠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태권도 정식 경기에서는 C-tape가 관절의 불안정성을 잡아 부상을 방지함에도 보이면 안된다는 규정으로 인해 피부색에 가까운 살구색 키네시오테이프를 그 위에 한번 더 하여 가려야만 한다.

 

선수의 큰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스포츠 테이프가 악세서리로 치부되어 그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태권도 종목에서도 기존 통증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며, 적극적인 스포츠의학의 활용으로 선수의 경기력 향상과 부상 방지를 통해 선수들과 지도진 모두에게 이로운 영향이 갔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권도에서 스포츠의학에 대한 인식은 곧 우리나라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스포츠의학에 대한 인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글. 김혜준(WTPTA 교육이사/ 전 한맘플러스재활의학과의원 선수재활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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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주

    잘 보고 갑니다!

    2021-03-16 14:20: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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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권태

    작은 부상이 결국에는 큰부상으로 이어집니다. 각 팀의 지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봤으면 합니다.

    2021-03-15 21:53:28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배하은

    잘 보고 갑니다!

    2021-03-15 19:41:36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최민아

    유용한 내용이네요

    2021-03-15 18:58:54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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