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사건 재조명... 태권도계 폭력은 사라졌을까?


  

[권영기의 마샬아츠 인사이드] 지도자 혼돈의 시대, 지도자가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지도문화

 

 

체육계에서 지도를 구실삼아 반복된 폭력, 폭언을 견디다 못한 젊은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희생됐다.

 

지난달 26일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였던 故 최숙현 선수가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마지막 호소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엘리트 스포츠 인구가 가장 많은 태권도계를 돌아보게 되었다. 과거 태권도계도 이번 사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지도를 구실삼아 벌어졌던 추악했던 사건들이 무궁무진하다.

 

'추악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사건이 너무 많다.

 

대표적으로 선수의 진학을 좌지우지하게 만드는 메달 값 문제이다. 엘리트 태권도 선수가 넘쳐나던 시절 대회를 나가기 위해 팀 내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했다. 일부 학교에선 마치 관행인 양 대회를 나가기 위해서 지도자에게 금품을 상납해야 했다. 한술 더 떠 나아가 메달을 따기 위해선 돈을 더 줘야 하고 메달 색에 따라 추가 금품을 더 내야 한다.

 

명분도 좋다. 메달을 따기 위해 심판을 접대해 판정에 이득을 취하는 일명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진학이 걸려 있을 땐 더 심하다. 이름 값 높은 대학에 가려면 또 돈을 내야 한다. 여기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성적은 좋지만, 금품 상납을 하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본인보다 성적이 좋지 못해도 돈을 많이 낸 선수가 좋은 학교에 간다.

지도라는 명목하에 행해지는 폭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직접 목격했던 끔찍한 폭행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지도자가 금강 품새에서 나오는 바탕손치기를 무방비 상태의 선수 안면을 향해 무차별적 폭행을 가했던 모습이다. 기숙사 방이 온통 피로 가득했고 얼굴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때린 이유는 팀 내 연예를 금지했는데 서로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두 선수는 성인이었다. 휴대폰 검사를 해 연락한 내용을 보고 무차별적 폭행을 감행한 것이다. 마치 소설 속에 나오 법한 이야기 같지만, 필자가 실제 목격한 내용 들이다. 

이 밖에도 절대적인 지도자의 힘으로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여학생 기숙사에 커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활을 하는 지도자도 있었다. 상상 초월이다. 결국 그 지도자는 성폭력 문제로 지도자 생활을 그만뒀다.

 

시간이 흐르고 현재는 대부분 태권도팀 지도자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져 폭력이나 성폭력, 금품수수 사건 등 이 근절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사실일까?

 

긍정적이지 만은 않다. 분명 어딘가에선 예전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믿고 싶은 마음이다.

 

여러 루트를 통해 수소문을 해봤다. 위와 같은 문제가 있는 팀을 찾기는 힘들었다. 지도자들은 요즘 정부에서 하는 학생들에게 이루어지는 폭력 예방 교육이나 지도자 교육, 신고센터가 운영되고 있어 예방효과가 크다고 이야기한다.

 

요즘은 오히려 지도자가 선수들 눈치를 본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학부모는 더하다. 선수단 운영을 오롯이 지도자에게 맡기던 때와 달리 여러 부분에 관여해 방향성을 흩트려 놓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권위가 예전과 다른 것은 분명하다.

 

일각에선 선수들의 인권이 보호되는 만큼 팀 내 기강에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의견이 있다. 운동팀에는 어느 정도의 규율과 기강이 있어야 한다. 특히 투기 종목인 태권도는 부상의 위험도가 높아 항상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세대교체'된 지도자도 선수시절 대부분 맞으면서 운동을 배워왔던 터라 구타 없이 팀의 기강을 잡고 투지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라 현재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만들고 나름의 노하우를 찾고 공부하는 중이라고 봐야겠다.

 

우리나라 태권도의 미래 방향성을 생각해볼 때 최고의 선수이자 태권도 최대스타인 이대훈 선수의 훈련방식을 높게 평가한다. 이대훈 선수를 교육하는 지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스로 무리한 훈련을 할까봐 오히려 운동을 말린다고 한다.

 

어떠한 압박을 넣지 않는데도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 훈련한다. 지도자는 지도자의 순기능인 선수의 정신력 관리, 몸 관리, 상대 선수 분석등 에 힘을 쏟으면 된다.

 

'코치, 감독이 무서워서 운동하는 선수'들의 목표 의식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이대훈 선수와 함께 선수촌에서 훈련하던 김태훈, 장준 선수도 이런 문화와 정신을 본받고 배워 한 단계 높은 선수로 도약할 수 있었다.

 

물론 이대훈 선수처럼 스스로 목표 의식으로 훈련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신체나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 많은 어린 선수들에게는 스스로 이러한 단계까지 도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방향을 제시해줄 지도자의 역량이 너무나 중요하다.

 

지도자들이 바뀌고 공부해야 할 때이다. 강압이 아닌 선수들이 스스로 목표의식을 찾아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엘리트 태권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 봤다.

 

* 미래 엘리트 태권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독자님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고 싶습니다. 댓글이나 메일로 다양한 글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본 칼럼을 쓴 권영기 기자는 <무카스미디어> 취재기자 이다. 태권도 경기인 출신으로 엘리트 태권도 대학까지 졸업했다. 2011년 무카스에 입사하여 미디어팀과 기획팀과 교육팀 등 전반적인 무술 산업 분야를 두루 경험하였다. <편집자 주>


[무카스미디어 = 권영기 기자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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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기
무카스미디어 기자.

태권도 경기인 출신, 태권도 사범, 태권도선수 지도, 
킥복싱, 주짓수, 합기도 수련
무술인의 마음을 경험으로 이해하는
#태권도폭력 #성폭행 #최숙현 #태권도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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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끼리끼리 지들끼리, 폭력뿐만이 문제가 아닐걸요~?

    2020-07-31 23:40:57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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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인

    자 이제 슬슬 숨겨졌던 일들이 댓글로 들어나나요???

    벌받을 사람 벌 받아야지 태권도계가 발전합니다. 새로운 판을 짜야합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비겁한 것인가요?
    잘못된것을 보고도 눈감아주는것이 비겁한 것입니다.
    세상에 들어내 주세요!! 숨겨졌던 만행들을 말해주세요!

    2020-07-30 20:05:04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무예계

    무예계 지도자 자격검증 제도및기관설치 필요
    각단체 무자격 지도자 실태조사 및 인성.성폭행방지교육의무화및 각무예단체 사단법인 제정비 문제단체 법인취소등 법재화추진 사회사건사고단체 실태조사 정부기관 각단체 개별인성.유아.청소년지도자교육과정 의무화및 교육과정 법재화

    2020-07-30 19:22:38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무예사이비실태

      지도자인성교육검증
      서울시 마포구 성산2동에서 술에 취한 해동검도 사범(박모 씨, 21, 해동검도 4단)이 부인과 통화를 하면서 욕설을 하던 행인 이모 씨(41)가 자신을 욕하는 줄 알고 진검을 휘둘러서 이모씨의 팔을 잘라버린 (정확히는 오른쪽 손목과 왼팔을 자르고 머리와 복부에 20cm가량의 상처를 입힘.) 사건이 있었다. 이후 박모 씨는 해외로 도주하려다가 9일 경찰에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되었다. 워낙 임팩트가 컸던 사건이라 일명 '해동검도 월아천충사건' 이라고 불리면서 해동검도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이 사건에는 애프터 스토리가 있는데, 검도사범 박모 씨는 평소부터 자기과시욕과 피해망상이 심각하여 평소에 자동차에 진검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주변에 벨만한 것이 있으면 아무거나 베고다닌다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한다. 결국 정신병으로 판결났고, 팔을 절단당한 이모 씨의 부인과 합의금으로 합의를 보았는데, 그 부인은 합의금을 받자마자 잠적했다고 한다.

      이모씨는 팔의 봉합수술까지는 했는데 신경이 전부 죽었고, 그게 다시 썩어들어가서 결국 다시 절단했다고 한다. 양팔을 절단당하고도 합의금으로 합의를 보려 한 이유는 이모씨의 생계가 매우 안 좋았기 때문인데, 아내가 합의금 갖고 도망간데다 자식 둘을 혼자 키워야 하니 참으로 안습.
      그리고 한 해동검도 계열 관장이 자신의 여제자가 남자친구와 교제하다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그 남자를 도장으로 불러 훈계를 하다 진검을 뽑아 배를 찌르고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참고로 여제자와 남친은 둘다 당시 17세 미성년자였다.

      2020-07-30 19:30:25 수정 삭제 신고

      0
  • 지도자

    태권도계 폭행 사건 작년 소년체전 합동훈련중 벌어진 폭행사건 세종시 소재 00중학교 태권도부 실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인권위원회,세종시교육청,세종시 체육회는 전체 전수조사해서 더이상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가해자 들은 지금 죄값도 치르지 않고 아직도 아이들 지도 하고있습니다..

    2020-07-30 18:22:08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무도인

    기사 GOOD !!
    기사라기보다 눈치보지 않고 태권도계를 향한 올바른 쓴소리.
    이런기사 좋아요.

    2020-07-30 15:32:39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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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수조사실시

    밑에 글에 추가로 써봅니다.
    물의를 빚은자들이 현재 모 클럽 팀 감독.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는 피해선수들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2020-07-30 13:38:3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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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인

    세종시 작년 소년체전 합동훈련시 머리박기 ,욕설,협박이 난무하게 이뤄지고 머리박기및욕설 동영상이 있는데도 인권위원회및 검찰에서 수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재조사를 통해 밝혀야 합니다 ㅠㅠㅠ 피해자만 30명에 달합니다

    2020-07-30 13:02:53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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