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인 소개로 미국행?... 성공할 수 있을까?


  

박호진 변호사의 미국 진출 바로알기 Q&A -13편

Q.

저는 대전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류사범이라고 합니다. 저와 제 동생은 학교는 다르지만, 둘 다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했고, 현재는 도장 3곳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동생과 기회가 되면 미국에 가서 도장 사업을 해 보자는 얘기를 하곤 했었는데, 작년 여름휴가 때부터 본격적으로 동생과 의기투합이 되어 미국에 가는 문제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둘이 한 번에 미국에 건너가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우선 제가 먼저 가서 안정을 찾게 되면 그때 동생네 가족이 건너오는 것으로 하고, 그 사이에 동생은 서서히 한국에 있는 도장들을 정리하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에, 대학 때 친했던 친구가 자기 사촌형이 미국에서 도장사업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고, 도장을 계속 늘려 가고 있어서 저에게 그 형님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친구의 사촌 형님과 전화로 의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형님이 마침 미국에서 도장 3호점을 내려고 준비 중이고, 제가 그 3호점을 내는 비용을 부담한다면 그 형님께서 도장 차리는 것부터 커리큘럼과 마케팅은 물론 처음 몇 년 동안 운영까지 모두 맡아서 해주시고 대신 저에게 매 달 얼마의 수익금을 보장해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일종의 위탁경영 방식으로 도장을 운영하는 것인데 제가 처음 미국에 가서 낯선 상황에서는 저에게도 좋은 방법이 될 거라고 했고, 저는 미국으로 갈 때 E-2 비자를 받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저희 가족 영주권도 모두 그 형님이 알아서 해 주신다고 했습니다.

 

친한 친구의 형님이기도 하고 첫 통화 때부터 미국 도장사업에 상당한 노하우를 가진 분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동생과 의논한 끝에 그 형님의 제안에 동의하고 일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3호점 자리로 봐 두신 곳이 있는데 건물주하고 좋은 딜이 되서 그 자리를 놓치기 전에 바로 계약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셔서, 제가 아직 미국 현지에 가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선 착수금 5만 불, 그리고 한 달 후에 잔금 5만 불을 그 형님에게로 송금을 하였습니다. 착수금을 보내기 며칠 전에는 그 형님이 보내신 위탁경영 계약서에 싸인을 해서 돌려보내 드리기도 했습니다.

 

첫 착수금을 보낸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때 제가 처음 미국으로 가서 그 형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형님은 좋은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도착한 다음 날 그 형님과 함께 3호점 자리를 가 보았는데, 도장 자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도장이 들어갈 상가에 1시간 넘게 머물렀는데 상가가 전혀 활성화되지 않아 보였고, 주차장에서 도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상당히 불편해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천장이 낮아서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도장 내부에서 적어도 높이가 필요한 시범연습은 할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찜찜한 마음으로 그 형님에게 다른 곳으로 하면 안 되는건지 넌지시 물었더니, 벌써 계약이 되서 그럴 수는 없다고 하시면서 도장 인테리어를 끝내고 간판까지 걸고 나면 훨씬 나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학교들이 많아서 학교와 학생들 상대로 마케팅만 잘하면 대박이 날 수 있는 자리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어릴 때 선수생활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마침 그 근처에서 도장을 하고 있어서 미국에 도착한 지 4일째 되는 날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미국에 온 지 만 3년 정도 됐는데 자기 도장도 잘 되고 있고 몇 달 전에 미국 영주권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비자 문제가 제일 중요하니까 꼭 변호사와 상담을 받아 보라고 하면서 자기의 영주권을 받아 준 변호사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고 그 변호사와 상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의 상황 설명을 모두 들은 변호사는 E-2 비자를 받으려면 도장을 차리는 데 드는 돈이 어디서 나온 건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그 돈이 친구의 사촌형에게 간 것은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그 형님을 다시 만났을 때 변호사와 상담 받은 얘기를 했더니 그 형님 말씀이 제가 받을 비자는 그냥 E-2 비자가 아니라 E-2 직원비자라고 하면서 자기가 벌써 다 알아 봤는데 비자 받는데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제 도장 자리도 마음에 들지 않고, 비자 문제도 찜찜한 채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제대로 상황 설명을 드렸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제가 궁금한 점들은 이렇습니다.

1. 저와 제 와이프, 그리고 아이가 E-2 비자를 받는데 문제가 없을까요?

2. 미국에 계신 형님께서 영주권도 모두 알아서 해 주신다고 했는데, 저 같은 상황에서 영주권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3.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자리를 잡고 나면 제 동생과 가족이 미국으로 건너 올 계획입니다. 제가 할 도장이 자리를 잡으면 동생은 우선 제 도장에서 같이 일을 하다가 준비가 되면 동생 명의의 도장을 열려고 합니다. 동생은 어떤 비자를 받아서 미국에 올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박호진 변호사

A.

류 사범님, 안녕하세요. 박호진 변호사입니다.

 

질문과 함께 첨부하여 주신 ‘위탁경영계약서’와 관련된 부분에 관한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그 계약서는, 류 사범님께서 자신 소유도장의 경영을 친구 분의 사촌 형님인 최관장님 개인에게 맡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계약서에는 해당 도장이 법적으로 류 사범님의 소유로 되어 있는지가 나타나있지 않습니다.

 

‘위탁경영’이라는 것은 회사의 경영을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것이므로, 그 제목만으로 류 사범님께서 그 도장에 어떤 권한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류 사범님이 그 도장의 소유주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먼저 이 부분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미국 사업체의 소유권을 입증하는 서류에 관해서 간단히 말씀을 드리면, 미국 내에 있는 태권도장들은 회사로 설립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에는 회사의 소유지분을 류 사범님이 가지고 계시다는 ‘주식증서’ 같은 서류가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일부 도장들은 회사로 설립 되어있지 않고 개인 사업자로 되어있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또한, ‘3호점’ 도장이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당사자 즉 임차인이 누구인지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 도장이 류 사범님 소유라면 임대차계약에는 류 사범님께서 사인을 하셔야 합니다. 간혹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또한, 계약서라는 것은 계약의 양 당사자가 합의한 것을 문자로 기록하여 만일 훗날 그 내용에 관하여 서로 다툼이 생기면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를 판단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는 최대한 선명하게 작성해 계약당사자 쌍방이 서로 다른 해석이 생길 여지를 최대한 적게 해야 하는데 첨부하여 보내주신 위탁 경영계약서는 일반인들이 구두로 말을 할 때 쓰는 두루뭉술한 표현들을 적당히 옮겨놓은 수준으로 쓰여 세세한 부분에 대해 두 분이 정확히 어떻게 하기로 합의한 것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모든 사람이 법적인 부분에 민감한 미국에서 사업을 하실 때에는 적어도 계약서만큼은 그 분야의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작성하시고 계약서 안에 류 사범님께서 의도하시는 내용이 충분히 정확하게 담겼는지를 설명 받으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류 사범님께서는 E-2 직원 비자를 받으실 계획이라고 하셨는데요, 이민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E-2 직원 비자는 류 사범님께서 미국 도장의 직원으로 일하시려고 할 때 받을 수 있는 비자입니다. 즉, 류 사범님이 ‘3호점’ 도장의 주인이라면 그 도장에서 일하기 위해 E-2 직원 비자를 받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류 사범님께서는 ‘3호점’ 도장의 직원 사범이 아니라 총 10만 달러를 투자하여 류 사범님의 도장을 차려서 운영하실 계획이시므로, 류 사범님에게 가장 적합한 비자는 E-2 직원 비자가 아니라 E-2 투자자 비자입니다.

 

하지만, 류 사범님의 질문을 읽어보면 E-2 투자자 비자를 받기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E-2 투자자 비자를 승인 받기 위해서는 류 사범님의 투자 자금은 ‘3호점’ 도장의 사업용 은행계좌 또는 류 사범님 개인의 미국 내 은행계좌로 들어와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류 사범님의 투자금인 10만달러가 최 관장님의 개인 계좌로 옮겨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E-2 투자자 비자를 신청하는 것과 관련해서 최 관장님은 전혀 관련이 없는 분이므로 류 사범님의 투자 자금이 최 관장님의 계좌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심각한 문제점은 E-2 투자자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자인 류 사범님께서 그 도장을 직접 운영하실 계획이라야만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보내주신 계약서에 따르면 해당 도장을 최 관장님에게 ‘맡겨 운영한다’고 되어있으므로, 이 위탁 경영계약서가 있는 한 류 사범님은 E-2 투자자 비자를 승인 받으실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류 사범님께서 최 관장님과 진행하신 사업추진 구도는 계약 법적으로도, 이민법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속히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셔서 두 분께서 당초에 목표하고 의도 하셨던 결과를 얻으실 수 있도록 일을 정리하고 수습하고 새롭게 구도를 잡아 추진하실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1번 질문은 위의 설명으로 갈음합니다.

 

 

2번 질문에서 주신 영주권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면, 류 사범님께서 E-2 투자자 비자를 받아 미국으로 오신다면 ‘3호점’ 도장으로부터는 영주권 스폰서를 받으실 수 없습니다. ‘3호점’ 도장이 류 사범님 소유의 사업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른 태권도장으로부터 영주권 스폰서를 받을 방도를 알아보셔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3번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립니다.

 

동생분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먼저 어떤 비자로 미국에 들어오실지 관하여 전문 변호사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STA를 승인 받고 무비자로 미국에 들어온다면 미국 내에서 다른 비자로 바꾸실 수도 없고 영주권 취득도 불가합니다. 합법적인 비자를 받아 미국에 들어오셔야만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살면서 필요하면 비자도 미국 안에서 바꾸고 영주권도 취득하실 수 있습니다.

 

동생분께서 미국에 오셔서 류 사범님의 도장에서 함께 일 할 계획이시라면, 먼저 E-2 직원비자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앞서서 잠깐 설명 드린 바와 같이, E-2 직원비자를 받으려면 동생분이 일할 도장의 직원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고용주와 직원이 서로 형제지간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두 분 사이에 진정한 의미의 고용주-직원관계가 있지 않다고 의심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한 의심에 기초하여 동생분의 E-2 직원 비자신청을 거절하게 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그 외에 동생분께서 받으실 수 있는 다른 취업비자를 검토해 보기 위해서는 동생 분의 태권도 관련 경력을 상세하게 검토해봐야 합니다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동생분께서 류 사범님 도장에서 일을 하실 계획이신한은 다른 종류의 취업 비자들도 모두 E-2 직원비자의 경우와 같은 이유로 거절당할 위험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현재 류 사범님과 동생분의 상황이 복잡하고 문제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먼저 류 사범님의 계약 문제와 비자관련 문제에 관한 정리 및 수습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을 해가시고, 해결 방안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고 나면 훗날 동생분이 사용하실 비자에 관한 부분도 함께 염두에 두면서 전체적인 계획을 수정하셔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태권도 사범님으로서 미국에 도장을 차리는 것은 여러 가지 복잡한 법적인 문제를 수반합니다. 그러므로 계획을 세우는 초기단계부터 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셔서 계획을 세우고 진행해감으로써 불필요한 시간과 돈낭비를 미리 막고 피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빗겨가실 것을 권합니다.

 

 

박호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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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진 변호사는 성균관대 법과대학과 비즐리 로스쿨 출신의 뉴욕주 변호사로 현재 뉴저지 포트리시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뉴저지로 옮기기 전에는 맨하탄 소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위치한 로펌에서 이민법 변호사로 활동했다. 미주 최대 웹커뮤니티 헤이코리안 닷컴을 통해 10년 가까이 무료 법률상담을 제공해 오고 있다. 현재는 태권도 사범의 미국 진출을 위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콘 컨설팅의 고문변호사로도 활동 중이다. 

 

[글 = 박호진 변호사ㅣ lawyer@beaconi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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