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칼럼] 탁월한 제자는 오직 탁월한 스승에게서 나온다!


  

태권-도에서의 이상적인 사범과 제자의 모습

'이상적인 사범'(이하 태권도 백과사전 발췌, 최홍희 저)

 

강한 장군 아래 약한 졸병이 없다는 말과 같이 탁월한 제자는 오직 탁월한 스승 밑에서만 나오는 법이다. 같은 맥락으로 세죽(작은 참대)밭에서 왕대(큰 참대)가 생길 수 없는 것처럼 자격 없는 사범 밑에서 훌륭한 제자 또한 나만겠다.

 

특히, 태권도는 정신과 기술을 함께 가르쳐야할 무도로 높은 기술과 풍부한 학식을 겸한 사범이라야 고상한 인격과 뛰어난 기술을 가진 제자를 길러낼 수 있으리라는 것은 의논할 여지가 없겠다. 이러한 사범이 되자면

 

1. 윤리와 도덕관이 투철하고

2. 자기의 인생관과 철학이 뚜렷하고

3. 교육자로서의 책임감이 높고

4. 기술 분야에서의 과학자가 되고

5. 급소에 대해 해부학자가 되고

6. 권력이나 금욕에 흔들리지 않고

7. 전 세계를 태권도로 덮겠다는 포부를 가져야 하고

8. 선배로부터는 신임을 받고 동료로부터는 신용을 얻으며, 후배로부터는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

 

상기의 항목들은 태권도 백과사전에 수록된 이상적인 사범상에 관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특히, 마지막 8번 항목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기에 매번 승급 및 승단 심사를 마친 후 수련자들에게 자주 일러주고 있다.

 

물론 수련자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과연 우리 태권도 사범들은 선배로부터 신임을 받고 동료로부터 신용을 얻고 후배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지 내 스스로도 고민하게 된다.

 

비록 아직 젊은 나이에 모든 덕목을 두루 갖추지는 못했으나 최대한 실천하고자 필자는 노력하고 있다. ITF태권도 백과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사범상은, 나뿐만 아니라 태권도, 아니 모든 무도의 올바른 지도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백과사전에 수록된 내용과는 달리, 요즘 태권도 사범님들끼리 서로 마주치게 되면 반갑게 인사하고 친목을 다지기보다, 오히려 서로 비방하고 헐뜯는 모습이 더 자주 보인다. 그럴 때마다 선배, 동료, 후배, 스승으로서의 미덕이 예전에 비해 어쩌다 이리 퇴색했는지 그저 안타깝다.

 

필요 이상으로 수요가 너무 많아졌고, 거리 제한 또한 풀어진 데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생계가 걸린 상황에서, 인근 도장 사범들은 태권도를 함께 수련하는 가족이 아니라 경쟁자, 나아가 원수가 되어 버린 것이다.

 

따라서 태권-도를 지도하는 사범이 아니라 돈을 우선 벌고자 하는 목표가 더 우선하게 되었고, 어린 수련생들이 도장에서 도복을 직접 정리하거나 신발정리를 하는 모습보다는 지도자가 나서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어느 날 모 사범님과 함께 '관장이냐 사범이냐' 의 호칭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관장이나 사범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나, 결국 우리 태권도 지도자들이 몸담고 있는 장소가 체육관이냐 도장이냐를 정의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도장과 체육관은 근본적으로 구분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ITF도장은 관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달리 생각하면 체육회에 가맹이 되어 있으니 체육관도 틀린 말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본질적으로 체육의 색채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태권도의 색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학교 체육의 필요성 때문에 도장에서 줄넘기를 가르칠 수는 있으나, 주객이 전도되어 줄넘기가 오히려 태권도장의 주 프로그램이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사범이라기보다 체육 교사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담으로 지나가는 태권도 차량에 자랑스럽게 줄넘기 1등을 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괜히 태권도 사범으로서 쓴웃음이 나온다. 정 필요하다면 태권도 수련 외 시간에 활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밟을 태)(주먹 권) 이라는 기능적인 영역과 道(길 도)라는 정신적인 영역을 가르쳐 주는 사범은 체육 교사와는 다르다. 태권(기능적인 영역)만 가르치면 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범은 아무나 사범일 수 없다.

 

누구나 쉽게 되는 사범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나 되기 어려운 사범이 되어야 비로소 가치가 생겨서 존경받게 되지 않을까? 물론 필자 역시 너무도 부족함을 느끼기에 항상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범은 수련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다시 ITF태권도 백과사전 안의 내용을 살펴보자.

아시아 대회에서 사범과 제자의 모습

사범은 수련자들에게,

 

1.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제자가 완전히 습득할 때까지 가르치는 것을 절대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2. 스승은 제자에게 바라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있다면 하루빨리 다른 사람보다 잘 배워서 자기보다 더 훌륭한 사범이 되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제자에게 더 이상 가르칠 실력이 없다고 느껴질 때에는 그로 하여금 자기보다 한 계단 더 높은 다른 사범에게 가서 배우도록 권유해야 한다.

3. 스승은 항상 본보기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하며 제자를 속이는 일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4. 스승은 훌륭한 인격과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이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만약 물욕에 끌리면 그 순간부터 제자의 존경심을 잃게 될 것이다. 하물며 오로지 영리를 목적으로 순진한 사람을 온갖 교묘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 입관시킨다거나 다른 사람을 수련생으로 받기 위해 있는 사람을 스스로 나가게끔 하는 등의 사기 행위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5.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않게 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교육해야 하는데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제자를 속여서는 안 된다.

6. 도장 내외를 막론하고 제자로 하여금 대인 접촉을 자주 가지게 함으로써 출세의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7. 제자로 하여금 될 수 있는 대로 다른 도장이나 사범을 방문하도록 하여 견문을 높이게 해야 한다. 만일 이것을 억제 한다면 그는 곧 자기의 부족한 기술을 감추는 것에 불과하며 나아가서는 수련생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8. 모든 제자를 평등하게 대해야 하며 만일 잘못했을 때에는 가차 없이 책망하되 절대로 대중 앞에서 해서는 안 된다.

9. 제자의 질문에 대하여 모르는 것은 솔직히 모른다고 하고 연구해서 다음에 대답해 줄 것을 약속해야지 체면을 지키기 위해 엉뚱한 답변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제자로 하여금 질문을 하도록 장려해야지 억제해서는 안 된다.

10. 수련생에게 사적 심부름은 고사하고 도장 수리나 청소 등의 잡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

11. 사범은 수련생의 물품을 탐내거나 어떠한 일에도 수련생을 이용해서는 절대로 안되고 오로지 훌륭한 기술과 정신을 가르치는데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12. 제자로부터 신뢰를 저버리는 처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제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범의 위신을 손상시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럼 반대로 제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자는

 

1. 배우는 것을 절대로 싫어해서는 안 되며 이해될 때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곧 기술연마의 비결이라 하겠다.

2. 태권도를 위해서는 희생되어도 좋다는 마음을 가지고 사범의 의도에 따라 시범이나 후배 지도 등 태권도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면 자발적으로 헌신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자기는 회비를 내고 배우는 것이므로 할당된 시간에 수련만 하면 그만이라는 타산적 생각을 가진다면 틀림없이 동료들로부터 고립되어 결국 도장을 그만 두게 된다.

3. 후배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하며 선배와 선의의 경쟁심을 가져야 하되 훌륭한 선배나 동료를 보면 그를 본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4. 사범에게는 항상 성실해야 하며 태권도나 사범 또는 사범의 교육방법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특히 사범을 뒤에서 비난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5. 사범으로부터 배운 기술은 어떤 것이든 쓸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계속 연습해야 한다.

6. 태권도 수련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태권도나 사범에게 직접 반영 되는 것이므로 도장 밖에서도 훌륭한 무도인으로서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7. 다른 도장이나 사범으로부터 배운 기술은 소속사범의 승인을 받기 전에는 함부로 도장에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기술이 만약 아무런 이론적 근거도 없는 잡술일 때에 동료 혹은 후배들에게 적지 않은 해를 주게 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설사 정확한 것이라 해도 그는 본의 아니게 소속 사범을 무시하고 도장 규율과 교육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 때문이다.

8. 사범과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일단 사범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기회를 봐서 건의해야지 즉석에서 불손한 태도로 지적해서는 안 된다.

9. 기술에 대해 항상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10. 사범에 대해 절대 배신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물론 현실에 맞추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원론적으로 본다면 가장 이상적인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본다면, 필자는 도장 내에서 나조차도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 모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늘 수련자들에게 이야기해왔다.

 

그러므로 기술뿐 아니라 인격의 도야를 통한, 올바른 태권도인이 되기 위해, 태권도 백과사전에 명시된 올바른 사범과 제자의 모습을 비추어 노력하는 모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혹시 본인이 지도자라거나 혹은 수련자의 신분으로 태권도와 연관되어 계신다면,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보고 다듬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이만 글을 맺는다.

 

태권.

 

[ 글 = 유승희 사범 ㅣ pride65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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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희
현) 사단법인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사무총장
현)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중앙도장 지도사범

2017 ITF코리아오픈국제페스티벌&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2017 ITF일본 도쿄 챔피언쉽 대한민국 선수단 단장
2018 ITF아르헨티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대한민국 대표단장 및 수석코치
#유승희 #칼럼 #ITF #태권도 #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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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범

    배우는 학생은 많아도, 스승의 길을 따르는 제자는 소수요.

    가르치는 사범은 많아도, 따르고자 하는 참된 스승은 찾기가 쉽지 않죠.

    나부터 좋은 제자, 참된 스승이 되도록 노력 해야겠죠.

    무더위 건강 잘 챙기세요~

    2022-07-20 19:00:55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ㅇㅇ

    사범님 40대신걸로 아는데 40대면 젊은건 아니지않나요;;

    2019-06-16 01:08:26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유승희

      그런가요?^^;;

      2019-06-18 13:14:19 수정 삭제 신고

      0
    • ㅇㅇ

      30대부터 기성세대라고 한다더군요 하물며 사범님은 40대이신데....
      물론 액면가는 젊으시긴합니다 ㅋㅋ ^^

      2019-06-21 21:04:06 수정 삭제 신고

      0
  • 김중균

    태권!!

    2019-06-13 16:26:13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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