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영 칼럼] 태권도 시범 장비,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태랑학회 신선영의 시범이야기] 시범 장비 철학에 관한 이야기

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는 시범 '장비'다!

 

겨루기 선수는 보호구가 필요하다.

 

품새는 특별히 준비해야 할 물품이 없을 듯하다.

시범은 준비물이 매우 많다. 

클래스 있는 단체일수록 시범의 높은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장비를 사용한다.

준비되는 장비들만 봐도 단체의 시범 수준을 엿볼 수 있다.

 

송판, 판미트, 바닥격파대, 장애물격파대, 테니스공, 각종 소품, 안전 매트 등등

물품 용어도 천차만별로 존재하며 각 팀이 개성 있게 부른다.

 

송판은 보드! 판미트는 '빵판'이라 부르기도 하고, 장애물 격파대는 '장대', 기역자, 사선대 등 아주 다양한 이름들이 있다. 본인이 대표로 있는 단체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송판, 00송판, 판미트, 위력대, 격파대 등

 

이 용어들은 공식 명칭이 아니다. 본 단체에서 부르는 것을 참고로 이야기한다. 재질도 아주 다양하다. 송판도 나무 원산지에 따라 강도와 소리가 다르며, 부상 방지용으로 수수깡 같은 소재의 송판도 있다.

 

위력격파를 위해 송판을 겹치면 '떡송판'이라 부르고, 9m 송판은 일반 송판, 1.2m 송판은 아버지 송판, 2cm 송판은 할아버지 송판이라고 부른다. 테니스공의 경우 반을 잘라서 안에 종잇조각을 넣기도 하는데 그것을 '꽃공'이라고 한다.

 

판미트도 연습용으로 큼지막한 제품도 있고 송판 사이즈와 같은 판미트도 있는데 모두 부드러운 고무로 되어 있으며, 도장에 따라서는 바닥에 사용되는 조립 매트를 잘라 사용하기도 한다.

 

바닥 위력격파대는 업체에서 전용으로 만들어 판매해서 구매가 가능하지만 급한 경우 송판을 테이프로 감아 겹쳐 사용하기도 한다. 환경에 따라 벽돌이 있으면 그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장애물격파대도 업체에서 조립식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 그렇다고 엄청 고가도 아니다. 적당한 수준 같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장애물이나 고난도 격파를 주로 하지 않는 도장은 잘 구비하지 않는다. 재질도 다양하다. 플라스틱 파이프를 가공하여 쓰기도 하고, 나무를 타카로 박아 만들어 쓰기도 하며, 팀별로 형편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이처럼 시범은 장비가 압도적으로 많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단체는 특히나 장비가 더욱더 많다. 또한, 공연 등에 필요한 도복과 의상류가 추가된다.

 

음악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USB나 휴대폰에 항상 넣어 다녀야 하고, 전용 노트북을 사용해 정확한 플레이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장비차가 지원해야 할 정도로 많기도 하다.

시범의 질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격파 물품 등으로 인한 부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깨진 송판의 파편으로 인한 상처나 찰과상 그리고 자상 같이 찢어지는 사고!

시범밥을 어느 정도 먹은 친구들의 발등을 보라. 여기저기 송판에 찢어진 자국이 영광의 상처처럼 자리 잡고 있다.

 

장비로 인한 부상 중 다음은 장애물 격파대를 사용할 때 생기는 부상이다. 미관상 또는 편리함으로 고가의 격파대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팀이 점점 많다. 대학팀은 대부분 강철 재질의 격파대를 사용한다. 보통 3개의 세트가 한 가방에 들어있으며, 조립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길이와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참 편리하게 만들어졌다. 문제는 재질이다.

 

필자의 단체는 업체에서 구매한 격파대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범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나무 각목과 송판을 재단해 제작하여 사용한다.

 

해외 시범은 항공기를 이용해야 하므로 불가피하게 강철 조립 격파대를 사용한다. 여간 불안한게 아니다.

 

'왜 불안하지?'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단체가 나무격파대만 쓰는 이유를 공개한다. 

 

현재 시범 중 격파대는 필수품이라고 생각한다. 강철 격파대는 매우 편리하지만, 일단 무게가 무거워 들고 있기가 버겁다. 또한, 격파자가 실수로 격파대를 차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때 나무격파대는 같이 격파되거나 부서져 버려서 격파자를 보호해 준다.

 

하지만 강철격파대는 격파자가 실수로 가격을 했을 때 고스란히 격파자에게 충격이 가해진다.발등 골절, 발가락 골절, 발이 찢어지기도 한다.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마치 자동차 범퍼가 너무 단단하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운전자가 상해를 입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실제 레이스 경기중 F1의 전설 아일톤세나가 실수로 코너에서 펜스를 들이받았다. 차량은 거의 망가지지 않았지만 세나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이후 F1경기 머신의 규정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필자의 단체는 격파대로 인한 큰 사고는 단 한번도 없었다. 물론 불편한 점도 많다. 격파대를 매일 수리해야 한다. 못을 박고 타카를 쏴야 하며, 테이프를 감아야 하는 보수작업이 필요하고 강철 조립격파대처럼 분리하여 접어 휴대성을 높일 수 없어 한번 초청시범을 가면 20~30개씩 매고 가야한다.

 

그래도 제자들의 안전이 우선이다. 불편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태권도 지도자에게 제자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특히, 시범은 개인전이 없는 관계로 한 명, 한 명이 매우 중요하며 더불어 가야 한다. 이처럼 물품에 이름이나 별칭을 붙여보자. 애착도가 상승할 것이다. 아니면 이번 기회에 물품 하나에도 철학을 넣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운이 좋아서 다치지 않기를 바라기보다 사전에 사고를 막을 수 있고, 예방 교육이 가능하다면 장비사용법이나 주의사항을 교육하여 부상 없는 행복한 시범이 되길 바란다.

 

 

[글 = 신선영 총관장 | 태랑학회ㅣ ssy18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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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
태랑태권도 총관장
태랑학회 대표
태어로즈 영웅단 총단장
태무협회 부회장
한국교육학회 부회장
#신선영 #태랑학회 #칼럼 #시범 #장비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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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빙

    태권도 시범이란 종목에 격파를 하는데 다른곳은 무겁고 단단한 쇠로 장대를 만드는데 태랑은 격파도 중요하지만 격파자 까지 배려해 나무로 장대를 만들어 격파자의 안전과 심리를 생각 하시는거 같아요 너무 멋지고 신기해요!

    2019-07-17 16:25:41 신고

    답글 0
  • 세바스찬

    이야....정말 다양하게도 불리우네요 ㅎㅎㅎㅎ시범이라는 종목..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신기한 세계같습니다..!

    2019-05-24 00:46:49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짝거

    세계 태권도한마당 대회에서 태랑의 축하시범을
    본적있습니다. 시범도 감동이 될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 감동은 이러한 철저한 준비를 통해 만들어지는듯
    하네요^^

    2019-05-23 22:59:24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태권도

    제자들을 향한 진심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칼럼에 담겨있는 철학도 멋지시네요

    2019-05-23 21:22:09 신고

    답글 0
  • 다섯

    제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글에 고스란히 들어가있는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로써..
    제자들과 시범을 할때 더욱 제자들의 안전에 신경써서 준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좋은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2019-05-23 18:43:21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스피드매니아

    시범의 퀄리티보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항상 칼럼보며 인생을 배우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2019-05-22 22:12:29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설븽

    이 모든 것이 자그마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르침과 가르치기 위한 모든 것에 철학이 있으며 , 대회장을 오고 갈 때도 이동이 편리한 물품을 사용하기 보단 제자들의 안전을 생각하여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소한 것 마저 생각을 한다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2019-05-22 19:29:30 신고

    답글 0
  • 엄공

    시범팀들이 많아지고 시범단이 활성화 되면서 시범장비들도 개성을 갖춰가는 추세네요. 편리함보다 아이들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시는게 인상 깊습니다.

    2019-05-22 18:16:42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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