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기원장은 '9단'이 아니어도 되는가?


  

[박성진 칼럼] 국기원장의 자격, 국기원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

지난 3월 7일, ‘국기원 정관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국기원 경기장에서 열렸다. 이 공청회는 지난 1월, 국기원이 ‘국기원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국기원 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국기원의 정관 개정을 포함한 향후 국기원의 개혁 방향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공청회의 발제는 문체부 관료 출신인 김태근 국기원 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맡았고, 도장, 협회, 대학, 언론 등의 태권도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이 날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누구를 이사로 뽑고, 누구를 원장으로 뽑을 것이냐는 문제였다.

 

그런데, 이날 원장 선출과 관련해서, 필자가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주장이 태권도인이라는 사람들을 통해 터져 나왔다. 바로 국기원장의 자격에 ‘태권도 9단’이라는 기준이 포함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었다. 9단으로 국기원장의 자격 제한을 두는 것은 개정된 정관의 ‘독소조항’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일부 태권도인들은 국기원장에 9단만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것에 적극 반대했다.

 

만약 비태권도인들이 이러한 주장을 했다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태권도인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국기원장을 태권도9단으로 제한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다? 이러한 주장은 ‘태권도 유단자(유품자) 심사 범위를 태극 4장 이하로만 하자’는 주장 이후에 필자가 태권도계에서 들은 두 번째로 놀라운 주장이었다.

 

도대체 국기원은 무엇을 하는 곳이고 국기원장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국기원의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은 태권도장이다. 전 세계 태권도의 중앙 도장이다. 태권도의 표준을 제시하고 그 표준 태권도를 수련한 정도를 단증을 통해 인증하는 곳이 바로 국기원이다. 그러므로 국기원은 전 세계 209개국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태권도의 이상향'으로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국기원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국기원장은 국기원을 통해 배출된 최고단자들 중에서 덕망과 명망을 가지고 있는 사범이 선출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기원장과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들과의 차이다.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등의 상징적인 대표자는 꼭 태권도 고단자일 필요가 없지만 국기원의 대표자인 국기원장은 태권도 최고단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 국기원장실에 걸려있는 역대 국기원장들의 사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기원장은 태권도9단이어야 한다'는 이 당연한 명제가 부정되는 것은, 이미 과거의 국기원장들 중에 태권도 공인 9단이 아닌 국기원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현재 구속되어 있는 오현득 전 국기원장이다. 오현득 전 원장은 정통 태권도인이라기 보다는 직업군인 출신이었던 사람이고 태권도 단위는 5단에 불과했다. 오 전 원장은 이러한 자신의 태권도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하여 '특별심사제도'라는 꼼수를 부리려다가 태권도인들의 반발로 그 시도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가 무산되자 오 전 원장은 스스로에게 명예9단을 부여하는 해괴한 행동으로 자신의 컴플렉스를 덮고자 하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역대 국기원장 중에 9단이 아닌 사람은 오현득 전 원장만이 아니다. 이날 공청회에서 예정에 없던 장시간의 발언으로 참가자들의 빈축을 샀던 강원식 전 국기원장은 8단이다. 국기원 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이면서 이날 공청회를 끝까지 지켜봤던 이승완 전 국기원장은 5단에 불과하다. 강원식, 이승완 전 국기원장은 태권도인으로서의 명망은 오현득 전 국기원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필자는 이 두 원로가 자신들이 태권도 9단이 아닌 이유를 직접 들었던 사람으로서 그 이유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태권도 9단이 아닌 사람도 국기원장이 될 수 있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를 남겨놓은 것만은 분명하다. 태권도인들 중에서 유일무이한 태권도 10단이라는 김운용 전 국기원장 역시 수련을 통해 최고단자가 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현재의 태권도 9단들이 과연 정상적인 절차와 과정을 밟아서 승단한 것이냐라고 누군가가 반문했을 때, 이 질문에 떳떳하게 대답하지 못할 9단들이 적지 않게 있다는 것도 우리 태권도계가 가지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부끄러운 모습들이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국기원장 자격을 9단으로 제한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이유 중에는 '특정 세력이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국기원장의 자격을 9단으로 제한하려 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것을 필자도 알고 있다. 그러나 '국기원장을 9단으로 제한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사심을 가지고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 역시 필자는 알고 있다.

 

전임 국기원장은 왜 지금 감옥에 가 있는가? 여러 잘못들 중에서 가장 큰 잘못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국기원 이사회를 소수의 이사들만으로 구성하여 독단적으로 국기원을 운영하며 전횡을 일삼아온 것이 아니던가? 바로 이러한 것들을 적폐라고 부른다. 이러한 적폐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필자는 국기원장은 국기원의 상징적 대표자로서 존재하고, 행정의 대표자로서는 '국회 사무총장' 정도의 권위와 책임을 가지는 '사무총장' 제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즉 CEO로서의 사무총장 제도다. 이 사무총장은 당연히 태권도인이 맡을 필요가 없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에서 전문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 중에서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공모하고 선발하면 된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여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 비유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국기원은 태권도 수련의 정도, 즉 단증을 발급하는 기관이다. 그 단증 발급 기관의 대표자가 본인도 보유하고 있지 못한 단증을 발급한다는 것은 난센스도 이만 저만한 난센스가 아니다. 국기원 스스로가 국기원 단증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국기원의 단증을 존중하겠는가? 태권도 4단 이후의 태권도인들에게 5단, 6단, 나아가서 9단까지 올라가야 할 당위성을 국기원은 무엇을 통해 주장할 것인가?

 

국기원장이 태권도 9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국기원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다. 이미 훼손될 대로 훼손된 국기원의 정체성과 이미지이지만 그 잘못된 것들을 개선하고 정상화하자는 것이 작금의 국기원 개혁의 방향이 아니던가? 국기원의 개혁의 방향은 태권도 단의 권위를 바로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글. 인사이드태권도 = 박성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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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숨나온이

    그날 공청회에서 모두 짜고 왔을까요? 한결같이 모두 9단을 독소조항이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왜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할까요? 꼭 누군가를 원장을 추대하고 싶은데 그 분께서 9단이 못되셨나보지요? 그날 보니 조직적으로 서로 앞다퉈서 발언권을 얻어가면서 9단 반대론을 펼치서더군요? 그러지 마세요. 9단이 9단답지 못한분들 많습니다.

    2019-03-22 12:56: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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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시우보

    현재 태권도사범, 수련생으로써 단증의 의미는 무엇인가? 국기원을 통해 무분별하게 퍼진 단증, 불필요한 행정으로 범벅이된 사범교육, 분별력 없는 단증이 현 주소이다.

    필자도 현5단이며, 나이로 인해서 단증을 지원할 수 없다. 실력의 문제인가? 나이가 어린것이 잘못인가?더욱이 태권도사범으로써 단증에 대한 자긍심이 없다는것이 더욱 문제이다.

    그렇다! 젋은 태권도인들이 9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 모두가 알고, 스스로들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단증을 돈으로 보지않고, 수련의 성과와 자긍심을 주지않는 현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9단으로만 지정하는 정관개정은 반대한다. 또한,일선 도장에서 지도하시는 사범님들도 승품단심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9-03-22 11:29:53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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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

    태권도 승급 심사는 힌띠 초급자부터 고단의 이르기까지 지도하신 사범님들의 심사로 승급하게 되는것이 정상 입니다
    승단 심사도 체육관 사범님들의 승단심사 실행 또는 협회등의 승단심사 추천권한을 체육관 사범님들의 고유권한 입니다.
    심사는 상위 고단자가 저단학생등을 심사하거나 추천하는것과 같은 내용으로, ~~~~ 국기원단증 발급하는 원장은 반듯이
    현역 9단사범님의 권한으로, 원장은 현역 9단으로 피선거권을 부여하는 정관개정 필수입니다. 퇴역한 9단은 현재 지도하는
    사범님들의 어려운 사항을 알지 못하여 행정의 착오가 발생해도 감독역활등을 제대로 할수 없습니다. 현재 해외 승단신청의 고충을 알고 게시면 해결해 주세요. 질의해도 답변 없는것이 현 국기원 집행부 입니다. 태권도를 모르시는분들은 함부로 말
    하지 말고 조심해서 말씀 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60년 보다 많은 태권도지도 경험있는자의 글 입니다. 감사 합니다.

    2019-03-22 08:47:32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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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인

    페널중 도장출신 두분이 나오신듯 한데
    발언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대중(민초관장)의 힘을 얻으시려는 듯 합니다.
    두분다 대단한분들입니다. 두분 모두 도장활성화에 큰 힘이되었고 더불어 레드오션을
    형성하지 않았나.. 하지만 의도는 그것이 나이었음을 압니다. 단지 겉만 흉내 냈던
    민초관장들의 잘못이지요. 두분중 한분이 민초관장을 대변해서 원의 전반적인
    업무(사무총장)를 해주었음 합니다. 그 중에 그래도 활성화하는데 학부모를 대하는 것에 연구한
    사람말고 교육에 연구한 사람이 도장에대한 교육 커리큐럼에대한 방향제시를
    잘해주지 않을까

    2019-03-22 03:41:43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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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인

    내가 사범연수때 국기원 외부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이규형 사범님과 누군지 모르지만 여러인사들과 마주쳤을때
    왠지 인사는 해야될듯 해서 고개만 까딱 숙였는데
    그 중에 다른분들은 눈한번 쳐다보고 무시했는데
    이규형 사범님이 너그러운 웃음으로 90도 인사로 받아주셔서 단 몇초지만
    "겸손" 이란것을 배웠습니다.
    국기원장 자리가 꼭 대통령처럼 정치를 잘해야합니까? 업무를 잘해야 합니까?
    국기원은 정치판이 아닙니다.
    단지 일선 도장을 대표하는 중앙도장입니다.
    태권도산업화요? 세계화요?
    지금 태권도판이 꿈나무를 돈으로 보는 개판인데
    이것부터 바로 잡고 세계화를 꿈꿔야죠
    나만 부끄러운 것인가요?

    2019-03-22 02:09:37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무도인

    한 가지 궁금한것이 있는데
    예전에 이규형사범님이 국기원장 자리에 계셨던걸로 아는데
    왜 내려오시게 되었었나요?
    정확한 내막을 아시는분??

    2019-03-21 17:30:42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내막

      오 아무개가 괴롭혀서 그렇게 된 걸로 압니다.

      2019-03-21 18:54:55 수정 삭제 신고

      0
  • 오하이오

    안녕하세요!
    저도 지난번 공청회를 모두 보았습니다. 서로다른 주장을 하는 분들의 의견에 결코 틀린부분만 있는것은 아니었다고 생각 하면서 9단만이 국기원 원장을 해야한다는 당위성을 참석한 분들이 반대대는 분들보다 논리있게 발표하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9단분들 ( 조직에 깊이 관여하는분) 의 그동안 태권도인들에게 충분이 인정받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 생각해보아야 할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레서 저는 9단이면서 태권도에 직접관련있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학식또한 일정부분 총족된 분이여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으면 합니다. 기자분 께서 사무 총장이 전체 기술적운영은 전문가 로서 집행 운영 하면 되다고 하셨지만 국기원 원장이 상식과 학식 덕목이 없다면 사무총장의 꼭도각시 혹은 사무총장의 영특한 운영에 장애물이 될수도 있기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국기원 원장의 업무 범위를 대외 할동 및 단증 발급 사인만 으로 정할수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쪽록 많은 태권도 지식인들의 관심과 참여로 앞으로 국기원 시범단이 이번에 미국에서 훌륭한 시범으로 세계에 국기원의 위상을 알리는 성과 처럼 태권도 본부로서 더욱 발전될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벌리 미국에서 관심을 드려봅니다.
    국기원 화이팅!!!

    2019-03-21 01:16:51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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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맞습니다. 만약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시험을 주관하고 감독하고 면허를 발급하는 이가 이가 운전면허가 없거나 운전을 잘 모르는 운전미숙자라면 말이 되겠습니까?그런 사람이 준 면허를 가지고 도로 주행을 한다면 어떤 혼란이 생기겠습니까?
    9단, 태권도계에서 오랜 세월을 묵혀 쌓이는 경력 그거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됩니다.

    2019-03-21 00:37:09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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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인

    9단이 아니어도 된다는 주장하는 이들은 그 이유를 좀 더 논리적으로 설득시켜야합니다.
    9단이 아니어도 된다고함은 9단중에는 국기원장이 될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이하의 단중에서 그보다 월등한 사람들이 있어서 제한의 폭을 넓히자는 것인지?
    9단중에 국기원장으로서 존경받을만한 인물이 있다면 아래 단에서 뽑을 필요가 있을까?
    필요에 의해서라면. 혹은 누군가 자리에 대한 욕심으로 6단 ~ 9단을 주장을 하고 있다면.
    또다시 오현득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다.
    지금! 9단에서도 충분히 존경받을 분들이 있습니다.
    제한의 폭을 넓히는 것은 문제가 아닌것을 더욱 복잡한 문제를 야기 하는 것입니다.

    2019-03-20 18:25:02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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