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 영화] '더원'vs'매트릭스

  



<> VS1 스토리...“현실이 아닌 또 다른 공간” 혹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지금 우주는 또 다른 세계의 한 조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영화 ‘맨 인 블랙’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어떤 종족(?)이 구슬치기할 때나 쓰는 구슬 속 한 점에 불과하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꿈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자도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멋진 말을 남기지 않았던가. 현실이 꿈일 수 있고 꿈이 현실일 수 있다. ‘더 원’과 ‘매트릭스’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공간을 제시한다. ‘매트릭스’는 알려진 데로 기계가 만들어낸 가상공간에서 인간이 통제를 받는다는 상상력에서 시작한다. 현실은 2199년이고 기계가 만들어낸 ‘매트릭스’에 의해 인간은 1999년에 살고 있다.

그럼 ‘더원’을 보자. 이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외에도 많은 우주가 존재하고 있다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미국의 우주학자는 이 가설을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 가설이라고 명했다고 한다. 어쨌든영화 속에 우주는 여러개다. 문제는 그 다수의 우주는 서로 넘나들 수 없고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우주에 한 명씩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매트릭스’는 조작된 삶에서 의식을 깬 인간이 고도의 지능을 가진 기계와 싸움을 벌인다. 그렇다면 ‘더 원’에서는 어떤 대결이 펼쳐질까. 영화는 여러명인 ‘나’를 서로 격돌시킨다. 주인공 율라우는 우주와 또다른 우주의 연결통로인 ‘양자 터널’을 통과하며 125개의 우주에 살고있는 ‘나’ 중 123명을 죽인다. 제목처럼 오직 하나(The One)가 되기 위해서다.

마지막 남은 한명은 LA에 살고 있는 게이브라는 경찰. 판박이인 율라우와 게이브는 규율을 깬 싸움을 벌인다. SF영화인 ‘더 원’과 ‘매트릭스’의 공통점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사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연변에서도 화성이나 목성 따위는 SF소설에도 쓰지 않는 공간이다. 그동안알지 못했던 미지의 공간이어야 “저거 SF영화에 쓰면 딱이겠군만”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기계가만들어 낸 세상이라면, 혹은 또 다른 우주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 VS2 주연배우...“양면성을 가진 동서양의 배우” ‘매트릭스2’는 한동안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다.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주연배우가 누구인가 이다. 강력한 후보 중 한명이었던 이연걸은 ‘더 원’을 선택하고 ‘매트릭스2’를 포기했다.

‘더 원’은 이연걸식의 ‘매트릭스’ 연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는 미국적이지 않은 풍모를 지닌 배우다. 그래서 그가 ‘매트릭스’에서 무술하는 모습은 ‘매트릭스’의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할리우드 배우이면서도 동양적인 색채를 지닌 배우. 흔치 않기에 값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연걸은? 이제 그는 분명 할리우드 배우다. 동양인의 피가 흐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연걸은 ‘더 원’에서 한술 더 뜬다. 선한 ‘나’와 악한 ‘나’를 동시에 연기하기 때문에 상반된 이중성을 극렬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것은 액션배우답게 무술로서 표출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두명의 ‘나’인 율라우와 게이브의 숨막히는 대결.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두명의 무술에는 차이가 있다. 그것을 조금 더 멋있는 말로 ‘형의권’과 ‘팔괘장’이라고 부른다. ‘형의권’은 직선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단발에 파괴하는 파워에 힘을 실은 무술이고, ‘팔괘장’은 원을 그리는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하고 주로발동작을 사용하는 무술이다.



<> VS3 특수효과...“와이어액션은 기본, 수준이 문제” SF영화에서 최대 관건은 역시 특수효과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을 두면 쓰겠는가. 일단 ‘매트릭스’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현란한 동양 무술과 할리우드 특수효과의 만남. 그것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더욱이 주인공은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고 벽까지 능수능란하게 탄다. 특히 정지된 시점을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기법은 입을 딱 벌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매트릭스’ 이후 와이어기법은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주된 특수효과 기법이 됐다. 많은 동양의 영화인들이 할리우드로 진출했고 할리우드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원했기 때문이다.

‘더 원’을 이연걸이 출연하는 최초의 할리우드 SF영화라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와이어액션을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더 원’은 높은 만족감을 느끼게 해 줄 만큼 독특한 와이어액션을 선보인다. 그럼 총알은 어떠한가. 당연히 우리의 주인공 율라우는 빗발치는 총알 세례에도 꿋꿋이 살아남는다. ‘매트릭스’의 ‘그’처럼 날아가는 총알을 잡지는 않지만 그의 내공은 비견될만하다. 하지만 ‘더 원’의 특수효과가 와이어액션과 날아가는 총알을 표현하는데 그쳤다면 차라리 ‘매트릭스’를 한번 더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영화가 특수효과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은 라스트 20분 이연걸과 또다른 이연걸의 격투신에서 찾을 수 있다. 제작진의 심혈을 기울인 노력과 정밀한 계산에 의해 빛을 발하는 액션신은 완벽한 편집까지 더해져 마치 실제 두명의 이연걸이 격투를 벌이는 착각을 일으킨다.

두명의 이연걸을 만들기 위해서 제작진은 거리와 힘, 몸의 방향 등 모든것을 계산해야 했다. 또 이연걸의 상대를 맡아야 했던 스턴트맨은 ‘블루 스크린’ 기법을 위해 얼굴에 푸른 마스크를 뒤집어쓴 채 촬영에 임했다. 좀더 깊숙이 그 과정을 살펴보자.

마스크를 쓴 채 스턴트맨이 ‘MRI기계’ 앞에서 점프하면 ‘3D버전’은 이를 컴퓨터에 저장시킨다. 그 컴퓨터는 머리의 동작들을 추정하여 제공한다. 이 데이터를 사용하여 수치를 잡아내고 그 다음 이연걸의 얼굴을 ‘CGI버전’으로 만들어낸다. 이렇게 해서 이연걸의 보조개와 눈동자가 일치하는 또 다른 얼굴이 생겨났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특수효과가 홍콩의 무술감독이 없었다면 그림의 떡이었다는 점.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는 이연걸 주연 영화에서 주로 활약한 원화평을 할리우드로 초청했다. ‘더 원’은 홍콩의 베테랑 무술감독 원규를 선택했다. 엄청난 특수효과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별볼일 없었다는 사실. 할리우드 특수효과의 발전이 홍콩의 영화전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더원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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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ㅁㅁㄴㅁ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02-02-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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