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가 승인한 ‘태권도 오픈대회’… 이대로 괜찮은가?
발행일자 : 2014-02-25 22:29:30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경기장 안전사고 적신호… WTF 오픈대회 재정비 필요
태권도 경기장이 위험하다. 심장질환이 있는 선수가 경기 도중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다. 그럴 뿐만 아니라 실력 차이로 머리에 큰 타격을 입고 의식을 잃은 선수에 대한 현장 응급처치가 적절치 않은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이집트 룩소르에서 개최된 ‘2014 룩소르 오픈 국제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2009 유럽청소년선수권 금메달리스트로 차기 2016 리우올림픽 기대주인 터키의 아크발리크 세이탄(Akbalik Seyithan, 21)이 남자 -63kg급에 출전해 슬로베니아 선수와 경기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F) 필립 부에도 경기위원장(프랑스)은 <무카스>와 인터뷰를 통해 “심장에 무리가 갈 만한 타격을 받지 않았다. 마지막 3회전에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주심도 의사였고, 영국대표팀에서도 의사가 지원되었고 현장에 의사만 6명이 되었다. 응급처치를 받으며 인근 룩소르국제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대회를 총괄한 이집트태권도협회 아흐마드 훌리 회장(WTF 부총재, 아프리카연맹 회장) 역시도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우리는 그 선수가 소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 젊고 유능한 선수가 이번처럼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선수들의 건강상태와 부상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을 목격한 제삼자 입장의 영국 태권도대표팀(GB TKD) 게리 홀 총감독 역시 <무카스>와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에서 만나 “참으로 비극적인 사고였다. 유럽주니어챔피언까지 지낸 유능한 선수였는데 뜻밖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것에 우리 선수단 모두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면서도 “분명 그 선수는 2년 전에 심장질환으로 의사가 운동하면 안 된다고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안다. 그런 선수를 계속 출전시키고 출전을 허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있은 지 일주일. 아랍 에미리트 푸자이라에서 열린 ‘제2회 푸자이라 오픈 국제태권도선수권대회’ 첫날. 오후 청소년부 여자 -55kg급 예선에서 UAE Al Ain Club 소속 가밀라(Gamila, 14세)가 상대에게 머리 공격을 당하고 한참 후 쓰러졌다. 비디오 분석 결과 머리를 맞은 후 주심의 갈려 선언 후 경기장 중앙으로 이동하다 앞으로 쓰러졌다.
문제는 그다음. 의식을 잃은 선수에 대한 응급처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장에 대기한 의료진이 인공 산소호흡기를 가동했지만 뒤따른 응급처치가 엉성했다. 심지어 의식을 잃은 선수를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우려고 시도를 했다. 보다 못해 기자가 의식을 잃은 사람을 함부로 움직여서 안 된다고 극구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의식이 없는 선수는 결국 의자에 앉힌 채 경기장 밖으로 옮겨졌다. ‘들것’이 아닌 의자에 앉힌 것 차체만 보더라도 위험천만해 보였다.
응급차는 15분이 지나서야 응급차가 도착했다. 그제야 선수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이 선수는 병원에서 의식이 깨어나 곧바로 퇴원했다. 호텔에서 만난 이 선수는 “실력이 부족해 KO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어떻게 쓰러졌는지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한 충격을 받은 선수를 의식이 깨어났다고 해서 곧바로 퇴원시키는 것 또한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지켜본 필립 부에도 심판위원장과 샤킬 쉘밧 심판위원장(스웨덴)은 놀란 표정으로 사고 경위를 알아보기 급했다. 며칠 전 경기장에서 선수가 심장마비로 죽음을 경험하였기에 놀라움이 클 수밖에. 빠른 응급처치와 긴급후송이 원활하게 잘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대회 관계자들에게 빠른 조치를 요구했다.
룩소르 오픈 선수 사망사고, 반드시 교훈이 돼야
이번 룩소르 선수 사망을 계기로 WTF의 오픈대회를 비롯한 모든 경기대회의 안전사고와 선수들의 건강체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교훈을 안게 되었다.
우선 이번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한 세이탄의 사고가 재연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초 선수등록 또는 경기 출전 전에 ‘메디컬 체크(의료검진)’를 의무화해야 한다. 지병이 있거나 부상으로 치료 중인 선수가 무리하게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미리 방지해야 한다.
또한 경기규칙에 ‘메디컬 서스펜션(medical suspension)’의 제도를 강력한 의무화해야 한다.이 제도는 UFC와 같은 격투 종목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기 어려운 선수에게 일정기간 출전을 제한조치다. 더 큰 부상과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미연에 방지하는 제도다.
이러한 제도의 필요성에 필립 부에도 경기위원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어려운 점이 많으나 더 비극적인 일이 없도록 강력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고에 대한 정확한 리포트를 작성해 사후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설명한 두 사고의 공통점은 WTF가 승인한 ‘오픈대회’이다. 이러한 대회는 약 30여개가 넘는다. 대회마다 WTF는 기술대표(TD)를 파견한다. 경기규칙과 대표자회의 운영방식 등을 모두 총괄한다.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실상은 전혀 다르다. 현지 사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WTF에서 규정하는 대로 경기장이 세팅 상태, 대표자 회의, 경기 일정, 경기 시간, 심판 배정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과 승인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지 문화와 내부 사정에 따라 규정에 어긋나도 유연하게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이번 푸자이라 오픈대회의 경우는 아랍 에미리트 태권도 발전과 가라테-태권도협회 분리를 위한 중요한 대회라고 하지만, 국제오픈대회를 치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갖추지 못하고 오로지 ‘돈’만 가지고 있었다. 대회 이틀 앞두고 임시 경기장을 사막 한가운데 설치하였고, 화장실은 임시화장실로 대체해 선수단의 편의를 전혀 고려치 않았다.
‘동네 대회’ 수준 오픈대회 더는 방치해서는 안 돼…
오픈대회 승인, 엄격한 잣대로 기술위원회와 집행위원회 승인사항 돼야
이러한 문제점은 WTF의 국제오픈대회의 명확한 ‘승인 규정’과 ‘대회 체크 매뉴얼’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올림픽 핵심종목다운 엄격한 기준대로 경기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오픈대회 승인사항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되어야 한다. 무분별한 승인으로 경기의 질은 떨어지고, 랭킹 포인트가 필요한 선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회를 출전하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앞으로 WTF 오픈대회는 사전 기술위원회에서 현장 실사와 대면 평가, 기술 평가 등 태권도 오픈대회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요건과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승인 여부를 가리고 이차적으로 집행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승인해야 한다.
이미 승인된 대회라도 매뉴얼 체크에 모두 OK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 개막 승인을 ‘유보’하고, 심할 때는 경기 당일이라도 ‘취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 도중 문제가 생긴다면 즉각 ‘중단’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대회가 끝난 후에는 TD가 작성한 최종 리포트를 근거로 차기 대회 재승인 여부를 가리고 랭킹 포인트 승급 여부도 가리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누구라도 이해할 만한 규정과 데이터도 없이 제멋대로 대회 승인과 승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심장마비 사망사고가 일어난 룩소르 오픈은 이전에 단 한 번도 개최된 적이 없는 처녀대회임에도 G-2급 대회로 치러졌다. 이 등급은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 US오픈과 동급이다. 종주국을 대표하는 코리아오픈마저도 지난해부터 G-2로 가산점이 한 단계 승급됐다.
WTF가 이번 안전사고를 계기로 오픈대회의 관리 감독을 비롯한 운영체계를 어떻게 바로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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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대로 쓰셨습니다. 무분별한 오픈 허가 속에서 실력이 턱 없이 부족한 선수들이 나오고 그러다 보니 KO 도 많습니다. 큰일 나기 전에 관리 감독해야 할것 입니다.
그리고 좀 제대로 된 시합장에서 오픈 허가를 하세요.. 돈만 보지 마시고...2014-03-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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