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물음을 구할 스승이 있다는 것은?

  


추석, 형님 내외분이 오시고 가족끼리 모여 아침과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포천의 저수지로 아버지, 형님, 그리고 나, 삼부자가 낚시를 갔습니다.

형님과는 근 10년 만에 가는 낚시라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형님은 낚시의 초보이기 때문에 낚시터에 다다르자 나는 형님의 옆에 자리를 잡은 후, 낚시대를 형님의 자리에 설치해주고 찌의 부력을 맞추어 수심을 체크하여 낚시 대를 펼쳤습니다.

형님 옆에서 떡밥을 개어주고, 미끼 다는 법을 알려주고, 스윙하는 법을 시범보입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3,2칸 대의 낚시대가 초보자에게는 너무 긴 모양입니다. 형님은 최대한 멀리 스윙한다고 한 것이 바로 코앞에 떨어집니다.

옆에서 보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웃기기도 합니다.

결국 형님은 피라미 2마리를 잡았습니다.

삼부자가 잡은 것은 겨우 모래무지 몇 마리와 피라미였지만, 한 냄비거리는 되었기 때문에 집으로 가져가 매운탕을 해먹기로 합니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삼부자가 대화를 합니다. 형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기공(氣功)은 수련을 하면 할 수 록 깊이를 알 수가 없어, 선생님에게 물어보지 않고는 깨우쳐지지가 않는다!”

형님은 기공(氣功) ‘기(氣)를 다스리는 수련’을 서울에서 인천까지 15년을 왕복하며한 스승을 모시고 지금까지 끊임없이 수련해 오고 있습니다.

형님의 대답에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형님은 이미 깨우쳤지만 정작 자신은 자신이 깨우쳤다는 사실을 모를 뿐입니다.”

옆에 조수석에 타고 있는 아버지에게 나의 대답에 대한 동조를 구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버지?”

아버지도 한 말씀 하십니다.

“자신이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스승을 찾는다. 그래서 발전하는 것이다.”

나의 머릿속에는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20년 가까이를 공권유술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가끔, “내가 외국에서 외래무술을 도입하거나 또는 그 무술을 수련한다면, 이미 기술체계와 프로그램 그리고 시스템 기타 시합의 훈련방법이나 규정들이 완성된 것이므로 오로지 그 무술만을 매진 할 수 있을 텐데.”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어째든 나는 공권유술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해 새롭게 이론을 정립하고 다른 무술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술체계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비참했던 것은 공권유술에 대해서 대답을 구할 스승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공권유술을 수련하면서 공권유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나는 끊임없이 자문을 합니다. 아무리 스스로 물음에 답해도 “공권유술(空拳柔術)”의 본질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발차기를 잘 한다고, 와술기법이 좋다고 또는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이 훌륭하더라도 그것은 그냥 테크닉이지 그것 자체만으로는 공권유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벽에 부딪쳐 골이 부셔져도 그것을 알 수 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진정한 공권유술의 완성을 위해서라면 손가락을 불에 지져 열 손가락 중 네 개의 손가락만 남는다고 해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내가 낸 결론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였습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공권유술 수련에 임했습니다. 그러나차속에서 말한 형님의 질문은 나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답을 했지만, 나의 답에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 것은 내가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며칠전, 공권유술에 처음 입문한 하얀띠가 수련을 해야 하는 심무본(尋武本)“메치기에서 와술로 넘어가는 콤비네이션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놓은 기법”을 되짚으며 수련을 해보았습니다. 심무본을 할 때마다 심무본 하나를 터득하고 깨우치기까지 평생을 걸려도 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사)대한공권유술협회의 업무를 볼 때는 협회의 대표로써 회장의 직함으로 일을 합니다. 그리고 도장에서 사무를 볼 때는 관장의 직함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사범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공권유술 7단이라는 단수는 공권유술의 사범으로써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공권유술의 기술체계를 확립하고 원리를 정립하고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해도 그래서 공권유술의 창시자라고 해도 공권유술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정진뿐입니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 내가 공권유술 도복을 벗는 그 순간만이라도 “공권유술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스승의 가르침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느끼고 계신지요?

저의 형님이 서울과 인천을 15년 동안 왕복하며 물음을 구할 스승이 있다는 것은 차라리 축복일 것입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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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 #공권유술 #스승 #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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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인

    해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새롭게 창작 했다 해도 과거에 있었던 것의 응용과 발전 이고 누구나 잠재된
    생각이죠. 하지만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 가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2013-11-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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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선관장

    예전에 합기도 하셨다고 하신것 같은데? 합기도 스승님 찾아 가세요~

    2013-11-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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