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이야기] 화랑 사다함(斯多含)

  

정현축의 국선도 이야기 18


신라 활 쏘는 토우

화랑 사다함은 풍모가 청수하고 지기가 방정(方正)하며 묘량(妙梁)의 풍모를 크게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낭도들이 많이 따랐으니, 나이 16세에 신라 제5대 풍월주가 되었다.

제4대 풍월주인 이화랑(二花郞)은 어린 사다함을 총애하고 아껴, 진흥왕의 어머니인 지소태후(只召太后)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사다함은 나이가 아직 어린데도 스스로 낭도들을 거느렸으니, 자못 ‘국선(國仙)’이라고 이를만 합니다.”

그러자 지소태후가 사다함을 궁중에 불러 음식을 내리며 사람들을 거느리는 방법을 물으니, 사다함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사람 사랑하옵기를 제 몸같이 할 따름입니다.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좋다고 하는 것뿐입니다.”

그러자 지소태후는 사다함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여, 진흥왕에게 말해 귀당비장(貴幢裨將)을 삼았다. 귀당비장은 궁중을 지키는 일이니, 그 낭도(郎徒) 1천 명도 사다함을 따라 충성을 다하였다.

사다함(斯多含)이 12살 때, 제4대 풍월주 이화랑은 격검에 능한 문노(文弩)에게 사다함을 가르치게 하였다. 그러자 문노 왈, “검은 곧 한 사람을 대적하는 것인데, 어찌 고귀한 사람이 알 필요가 있겠습니까?”

“한 사람을 대적하지 않으면, 어찌 능히 만인을 대적할 수 있겠는가? 이 아이는 호협(豪俠)을 좋아하니, 비록 무리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 적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니 네가 그를 보호하라.”

골품이 낮았던 문노는 사다함이 진골 출신임을 의식하여 ‘고귀한 사람’이 거칠게 검을 배울 필요가 있겠냐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풍월주 이화랑의 명령으로 문노는 사다함에게 검을 가르치고 보호하였다. 사다함은 밖으로는 굳세고 안으로는 어질었으며, 우애가 돈독하고 효성이 지극하였다.

사다함의 어머니 금진이 홀로 되어 색(色)에 방탕하였다. 이에 자책하는 어머니를 사다함은따뜻이 위로하였다. “만인이 짝이 있는데, 어머니만 홀로 정해진 짝이 없어야 되겠습니까?”

이 무렵 무관랑(武官郞)은 사다함이 나이는 적으나 의(義)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와 귀의하였다.
“공자(公子)는 실로 옛날의 신릉(信陵)과 맹상(孟嘗)입니다. 기꺼이 섬기기를 원합니다.”
“제가 어찌 감히 거느리겠습니까?”
사다함은 이렇게 말하며, 무관랑과 목숨을 같이 하는 벗이 되기를 약속하였다.

진흥왕 23년(561년), 대가야의 수만대병이 신라를 쳐들어왔다. 이에 사다함은 선봉이 될 것을 자청하였으나, 진흥왕은 사다함이 아직 어리기에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사다함은 사사로이 낭도들을 거느리고 종군하여 전쟁터로 달려 나갔으니, 사다함의 나이 16세였다.


천마도


사다함과 낭도들은 칼을 품고 적진으로 달려 들어가 가야군을 대파하였고, 큰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자 진흥왕은 사다함의 공을 높이 사서 사로잡은 가야인 300명을 노비로 하사하였다.

그러나 사다함은 그 노비들을 모두 양인으로 풀어주었다. 하사받은 토지도 모두 부하들에게 나눠 주고, 자신의 몫으로는 알천 불모지만을 약간 남기며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면 사람으로 하여금 족히 근면하게 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관랑이 죽었다. 애통함에 빠진 사다함 역시 여위고 병들어 무관랑이 죽은 지 7일 만에 따라 죽었으니, 사다함의 나이 17세였다.

그러나 사다함을 애통함에 빠지게 한 것은 비단 무관랑의 죽음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미실과의 문제도 있었다.

본래 사다함과 미실은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미실은 진흥왕의 어머니 지소태후의 명령으로 세종전군(世宗殿郡)에게 시집을 갔다. 세종전군은 지소태후의 아들이었고, 세종전군이 미실을 원했기 때문에 지소태후가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그런데 아들 세종전군이 미실에게 푹 빠지게 되자, 지소태후는 미실을 궁 밖으로 내쳤다. 여기에는 진골정통인 지소태후와 대원신통인 미실 가문과의 알력 문제가 있었다. 미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다함에게 다시 돌아와 그동안 못다한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세종전군이 미실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 병들어 눕자, 지소태후는 할 수 없이 미실을 다시 궁으로 불러들였다. 이에 사다함은 또 다시 미실을 잃게 되고, 향가〈청조가(靑鳥歌)〉를 지으며 슬퍼하였다.

파랑새야 파랑새야, 저 구름 위의 파랑새야
어찌하여 나의 콩밭에 머무는가

파랑새야 파랑새야, 너 나의 콩밭의 파랑새야
어찌하여 다시 날아들어 구름 위로 가는가

이미 왔으면 가지 말지, 또 갈 것을 어찌하여 왔는가
부질없이 눈물짓게 하며 마음 아프고 여위어 죽게 하는가

나는 죽어 무슨 귀신 될까, 나는 죽어 신병되리
전주(미실)에게 날아들어 보호하여 호신되어

매일 아침 매일 저녁 전군 부처(미실부부) 보호하여
천년만년 오래도록 죽지 않고 살게 하리.


여기서 ‘청조(靑鳥)’는 당연히 미실을 가리킨다. 미실 또한 사다함이 전쟁터에 나갈 때 지은 향가〈풍랑가(風浪歌)〉가 있었다.

바람이 불다고 하되, 님 앞에 불지 말고
물결이 친다고 하되, 님 앞에 치지 말고
빨리빨리 돌아오라, 다시 만나 안고 보고
아흐, 님이여! 잡은 손을 차마 물리라뇨.


미실과 사랑을 못 다하고 죽은 사다함은 자신의 후임으로 세종전군을 다음 풍월주로 지목하였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지소태후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아들은 어리고 약하다. 어찌 능히 풍월주가 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미실이 세종전군을 설득하였다.
“사다함은 저를 사모하다가 죽었습니다. 죽음에 임하여 한 마지막 한 마디를 들어주지 않으면, 장부가 아닙니다.”
세종전군은 미실의 말이 옳다고 여기고, 어머니 지소태후를 설득하여 허락을 얻었다. 그리하여 제6대 풍월주가 되었다.

미실은 사다함의 장례를 치른 후, 천주사(天柱寺)에 가서 사다함의 명복을 빌었다. 그런데 그날 밤 꿈에 사다함이 품으로 들어오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너와 내가 부부 되기를 원하였으니, 너의 배를 빌려 태어날 것이다.”
이에 미실은 바로 임신하여 아들 하종(夏宗)을 낳았는데, 사다함과 모습이 심히 비슷하였다고 하며, 미실에게는 지극한 효자였다.

사다함에게는 또 형 토함공이 있었다. 토함공은 지극히 섬세하고 아름다웠으며, 일찍 낭적(郎籍, 화랑도의 명단)에 속하였다. 이에 지소태후가 ‘나라의 인재를 얻었다.’고 매우 기뻐하였으며, 태자를 보호하는 일을 맡겼다. 그리하여 토함공은 자신의 화랑 자리를 동생 사다함에게 넘겨주고 물러나와, 오직 태자를 보호하는 일에만 전념하였다.

토함공은 사(史)에 매우 밝았는데, 많은 화랑들이 토함공에게 사(史)를 배웠다. 미실의 아들 하종 또한 토함공에게 사(史)를 배우고, 이화공에게 가(歌)를 배우고, 문노에게 검(劍)을 배우고, 미생공에게 무(舞)를 배웠다고 한다.

여기서 사(史)란 《선사(仙史)》를 말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신라 말기 고운 최치원이 살던 시대에도 선가사서(仙家史書)인 《선사(仙史)》가 존재하고 있었으니, 그 이전인 토함공이 살던 시대에는 당연히 《선사(仙史)》가 존재하였으리라.

《선사(仙史)》는 단군 이래로부터 신라, 고구려, 백제까지를 망라한 유명한 선인(仙人)들의 사적(事蹟)을 기록한 선가(仙家)의 사서(史書)이다.

이렇듯 화랑도의 활동은 국토순례, 무사(武士), 도의(道義) 연마, 명산대천(名山大川) 주유, 시가(詩歌), 음악(音樂), 가무(歌舞) 등의 풍류 외에 학문과 교양을 쌓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화랑세기(花郞世紀)》를 쓴 김대문의 말대로, 어진 재상과 충신이 모두 이에서 뽑혀 나오고, 훌륭한 장수와 용감한 군사가 이로부터 나왔던 것이다.

사다함이 16세에 풍월주가 되었는데, 미실의 동생 미생이 36세에 풍월주가 되며 이렇게 말했다.
“사다함이 16세에 풍월주가 되었는데, 제 나이 벌써 36세입니다.”

이로 미루어 우리는 사다함이 얼마나 바탕이 탁월하고 뛰어난 인재였는가를 잘 알 수가 있다.



* 위 내용은 외부 기고문으로 본지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 = 정현축 원장 ㅣ 국선도 계룡수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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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리비움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2-01-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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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사다함은 5대 풍월주이고.. 문노공은 8대 풍월주이니.. 곧 나오겠지요.. 어디 문노공을 빼먹겠어요? ^^

    2011-12-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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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독자

    급하시기는 ... ^^

    2011-12-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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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형

    그렇지만 말입니다. 원장님 ! 무카스와 같은 인터넷 무도 신문에는 화랑중에서 검술의 달인 문노(文奴)공의 이야기를 쓰셔야 하는 거랍니다.

    2011-12-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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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독자

    주제가 사다함이니.. 자연히 사다함과 관계있는 미실이 따라 나왔겠지요 .. ^^

    2011-12-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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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형

    원장님은 화랑들의 이야기 중 사다함과 미실의 순수한 사랑이 마음에 와 닿았나 봅니다. 저는 선도(仙道) 수행에 밝은 보종공의 이야기가 재미 있었답니다.

    2011-12-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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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형(金周亨)

    신라(新羅)의 화랑도(花郞道) 참 재미있습니다.

    2011-12-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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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끽도님

    최고 ! ^^

    2011-12-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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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끽도

    1등.................

    2011-12-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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