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암울한 태권도 문화와 인력시장

  


2011년 10월 24일, 영화관을 찾았다. 한국의 대표 문화인 태권도를 소재로 한 ‘더 킥’이라는 영화의 시사회 장이었다.

많은 태권도 관계자와 영화사 관계자, 일반인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출연한 배우들의 소개가 있은 후 드디어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내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리의 태권도가 이렇게까지 발전해서 지금 내 앞에서 영화로 상영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적 태권도를 시작했던 당시에는 이소룡(Bruce Lee) 영화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무술이 그로 인하여 전 세계인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에는 무술이 쿵푸팬더와 같은 애니메이션에서도 다루어지고 있으니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 기대한다.

그 속에 우리의 태권도 또한 세계인의 무술로 자리 잡기 위한 과정에 있다는 것에 가슴 벅차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다. 시사회 전날 평소알고 지내던, 내 눈앞에서 펼쳐졌던 영화를 만드는데 너무도 많은 기여를 한 안창범 사범과의 대화가 생각나서였다.

필자는 안창범 사범과 영화 시사회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안 사범이 나에게 한말은 “박사님 한국에서 태권도라는 이름 아래 무언가를 진행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세계 밖에서는 태권도라는 이름만 붙어도 성공하는데.”

듣고 있자니 태권도를 먼저 한 선배로서 후배에게 너무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의 태권도가 종주국인 한국에서는 세계에서 보다 평가절하 되어 꿈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기에는 너무도 힘들다는 것이다.

비단 태권도 관련 업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이다.

태권도 학과뿐만 아니라 취업에 대한 어려움은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들 누구나의 고민일 것이다. 심지어 대학교 8학년이란 말도 있다.

즉 취업이 될 때까지 졸업을 늦추는 NG(No Graduation)족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공을 포기하고 공무원시험을 보겠다는 공시족이란 말도 있고 면접스터디, 생활스터디, 밥스터디(밥도 같이 먹으며 공부하는) 등의 여러 가지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태권도는 특수하게 시장에서의 수요가 넘쳐나지만 공급이 막혀있는 상황이다. 일선 도장에서는 태권도를 지도할 사범이 없어서 사범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며 태권도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의 시장진입 또한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태권도를 전공으로 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분야로 가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분야도 쉽지는 않다. 취업문을 통과하기도 어렵지만 버티기도 어렵다. 하지만 어느 한쪽만 탓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양 쪽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면 모두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태권도의 미래가 이대로 가다가는 암울한 현실로 다가올 것만 같은 생각에 서글픔이 들었다. 과연 문제에 대한 해결안은 결코 없는 것일까?

난 먼저 지적 우수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시는 태권도 전공 교수님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태권도 이론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생각해주시고 분석적 시각을 통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함으로 시대의 날카로운 비판에 주저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학교에서만 머물지 마시고 시대의 흐름에 한시도 눈을 떼지 않음으로 올바른 발전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초석이 되어 주셨으면 한다.

나 역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학생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자꾸 만들어 확대, 재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속에서 태권도의 역할을 더욱 크게 만들어 우리 스스로가 태권도의 미래를 밝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제 보았던 태권도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여 그 역할에 일조하기를 기원해 본다.




[글. 이지성 관장 / 아이탑 태권도장, 체육학박사 / jis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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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뾰족귀

    쓸 데 없이 그런 학과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2011-10-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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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학과

    태권도 학과 과잉이 문제입니다. 물론 다른학과도 마찬가지지만. 학력 콤플렉스 때문에 거의 모든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해서 생기는 문제로서 교수님들이 이를 해결해줄수 없다고 본다.
    이를 해결할수 있는 사람은 태권도학과에 진학하거나 졸업한 학생 당사자만이 해결할수 있는 문제인것이다.

    2011-10-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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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사랑

    태권도의 현실 비참합니다. 태권도 지도층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교수님들도 정말 태권도학과 학생들의 진로에 신경좀 써주세요.

    2011-10-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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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사범

    우리 아이들도 영화 보여 주고 싶습니다. 닽체 로 볼 수는 없는 건가?

    2011-10-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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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끽도

    태권도학과& 유사 무술학과가 너무 많다...일단 학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어차피 대학가서 수업들어봐야 마케팅교육만 주구장창 듣다 올껄.. 그것도 3개대학 간판이니면 소용도 없고.

    2011-10-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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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현실

    어쩌다 태권도가 이렇게 까지 되었는지...................................
    태권도장엔 태권도가 없습니다.
    학교체육,줄넘기,뜀틀,축구,수영에 승마까지,성장클리닉,게임,레크레이션,마술,스틱하키,현장학습,놀이공원 이것이 태권도장 프로그램 입니다.
    심사대비해서 지정품새하고 공개심사시범으로 댄스품새, 쌍절곤을 하고 운동안한 애들도 다깨는 송판격파로 얼렁뚱땅 넘김니다.

    2011-10-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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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현실

    어느날 선물공세로 시작된 마케팅이 무도계를 멍들게 하더니..
    지금은 ..
    아프트 내 상가인대도 차량운행, 학교등하교운행, 다니는학원 픽업해줘야 하고, 매일 간식도 챙겨야 합니다. 한달에 한두번 주말에 생일파티 신청받아 해줘야 하고..
    태권도로 수업료 받는게 아니라 제공되는 부대 서비스비나 마찬가지죠. 물론 그때 그때 생기는 수입이 있으니 육혹아닌 유혹입니다.
    이런 상황이 혐오스럽죠. 되돌아 보니 저도 이렇게 하고 있내요. 마치 이것이 당연한것 마냥.
    요즘 사범 구하기 힘든 이유도 태권도장에 염증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유치원 어린이집 선생님을 하는게 낫다고들 하니까요.
    이게 태권도의 현실입니다.

    2011-10-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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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킥

    더킥 기대되네요 어떤영화일지

    설마 김동완주연의 돌려차기같은 쓰레기같은 영화는 아니겠죠

    2011-10-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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