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 태권도는 평준화 시대… 올림픽 전망 ‘예측불가’

  

한국 4체급 모두 확정, 아시아 5개국 11체급 - 유럽 8개국 11체급 각각 획득


남자 -68kg급 타제굴(터키)이 뒷차기를 하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으로 가는 전초전이 막을 내렸다.

4년 만에 올림픽을 앞두고 열려 각 국의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특정 국가와 선수 할 것 없이 기대 이상으로 뛰어 넘었다. 13개월 후에 열릴 런던 올림픽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이 힘들 정도다.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나흘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사르하치 올림픽센터에서 109개국에서 332명의 선수가 참가해 본선행 티켓 24장을 걸고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이 중 15개 국가만이 1체급 이상 출전권을 획득했다.

한국은 3회 연속 세계선발전에서 4체급 모두 출전권을 챙겼다. 참가국 중 유일하게 모든 체급에서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부진해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철저한 준비와 분석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본선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올림픽 태권도 종목은 한 국가에서 최대 남녀 각각 2체급 총 4체급에 출전할 수 있다. 남녀별 4체급 중 가장 경쟁력 있는 2체급을 선택해 세계선발전과 대륙선발전에서 본선 출전자격을 얻어야 한다.

이번 선발전에서는 아시아와 유럽이 강세를 보였다. 팬암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고,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전통의 강호들도 쓴 맛을 안고 돌아갔다.

아시아는 5개국에서 11장을 확보했다. 한국(남2, 여2)을 포함해 이란(남2)과 중국(여2), 대만(여2)이 2체급을 태국이 1체급(남1)을 각각 목표치를 달성했다. 전통적으로 이란은 여전히 남자부에서 중국과 대만은 여자부에서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

유럽은 아시아보다 3개국이 많은 8개국에서 11체급을 챙겼다. 주최국 아제르바이잔(남1, 여1)과 러시아(남1, 여1), 크로아티아(여2)가 가장 많은 2체급을 터키(남1), 스웨덴(여1), 프랑스(여1), 이탈리아(남1), 그리스(남1) 등이 각각 1체급을 가져갔다.

팬암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도미니카공화국(남1)과 브라질(남1)만이 각각 1체급씩 확보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등 2개 대륙에서는 단 한 체급도 출전권을 챙기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강호로 평가받는 미국을 비롯한 독일, 스페인, 멕시코, 캐나다, 호주 등은 한 체급도 챙기지 못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스페인의 조엘 곤잘레스와 미국의 스티븐 로페즈 등의 유명선수도 예선에서 탈락했다. 시드 1번을 받고 우승한 선수는 여자 -49kg급 중국의 우징위와 +67kg급 프랑스의 에팡 뿐이다.

각국의 희비를 엇갈리게 한 최대 변수는 대도 전자호구에서 일반호구로 전환된 것이 가장 크다. 대회 사흘 전 갑작스럽게 바뀌어 참가국과 선수들이 혼란스러워 했다. 한국은 이대훈을 제외하고 일반호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국제대회에서 전자호구가 사용되면서 성적부진이 시작됐던 한국으로서는 호재로 작용했다.

일반호구로 전환되면서 볼썽사나웠던 밀어차기와 가볍게 툭 건드는 기술은 유효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심판들의 사각지대와 역량부족 등으로 보호대와 허벅지에 맞은 기술이 득점으로 인정된 장면이 적지 않았다. 모호한 판정은 즉석비디오판독시스템으로 바로 잡았으나, 절차와 시스템에 여러 보완이 돼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았다.

전자호구에 전술이 익숙한 선수는 죽을 썼다. 특히 각 체급 시드 1~2번을 받은 선수들이 대거 탈락했다. 이들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전자호구’에서 강한 선수들이다. 커트를 주로 활용한 선수는 상대 선수들의 반격에 여지없이 당했다.

뒤차기 기술은 크게 늘어났지만, 얼굴 기술은 전보다 줄었다. 일반호구 경기를 했지만 이전과 다르게 발차기 빈도수가 늘어나고, 공방전이 많았다. 한국은 소극적인 경기운영으로 포인트를 얻는 전략을 그대로 유지했다. 결과는 우수했을지 모르지만, 내용면에서는 큰 점수를 얻지 못했다.

심판판정은 4~5경기를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공정하고 능숙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디오분석관 10명을 포함해 60명의 국제심판이 참가했다. 이들도 선수들과 같이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평가하기 때문에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야만 했다. 올림픽 무대는 절반인 30명만이 오를 수 있다.

이번 세계선발전은 올림픽 본선에 출전할 실력을 가진 대표선수가 대거 참가했다. 가장 큰 관심은 지난 경주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 이어 2개월 만에 다시 맞붙은 남자 -68kg급 세계랭킹 1위 바게리와 2위 타제굴, 여자 -49kg급 중국의 우징위와 대만의 양수쥔의 대결이었다. 타제굴과 우징위가 경주에 이어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올림픽 강력한 우승후보로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남자 +80kg급 한국의 차동민의 최대 난적으로 예상했던 말리의 케이타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내년 1월 아프리카 대륙선발전에서 티켓을 확보해 본선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m6cm의 케이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과 근력, 빠른동작 등을 집중 보완해야 한다.

여자 -67kg급 강력한 우승후보 사라 스티븐슨(영국)은 선발전과 관계없이 주최국 자동출전에 따라 이미 본선행이 결정됐다. 지난 경주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태권도 간판인 황경선을 압도적으로 눌러 올림픽에서 가장 힘든 상대가 될 전망이다. 영국은 또 남자 -68kg급과 -80kg급, 여자 -57kg급 등 4체급을 이미 결정했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을 이끄는 김세혁 총감독은 대회를 마친 후 “한국으로서 안심할 체급이 단 하나도 없다. 그만큼 상대국 선수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며 “한국 실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 외국은 월등하게 향상됐다. 올림픽은 산 넘어 산이 될 것 같다”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한국대표팀을 비롯한 이번 선발전에서 티켓을 확보한 나라 대부분은 ‘철저한 준비와 분석’으로 올림픽을 대비하겠다고 하나같이 앞으로 계획을 밝혔다. 준비는 대륙선발전과 올림픽에 사용할 ‘대도 전자호구’에 기술과 전략을 완벽하게 맞춘다는 것. 그리고 지난 경주 세계선수권과 이번 세계선발전에 출전한 선수들에 대한 집중 분석으로 대응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세계선발전에서 티켓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앞으로 내년 1월까지 각 대륙에서 열리는 대륙선발전에 참가해 마지막 기회를 노려야 한다. 부진한 성적을 거둔 유럽과 팬암, 아프리카 대륙선발전은 세계선발전 그 이상의 경쟁이 예상된다.

[무카스미디어 = 바쿠 ㅣ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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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사랑2

    경주대회와 비교해서 하늘과 땅 차이의 경기력을 본 입장에서, 전자호구의 문제점과 보완의 필요성도 함께 고민하는데 좋은 대회였던 것 같다 재미있는 경기태권도를 위해서는..타제글같은 선수를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 WTF는 더 연구와 고민필요..

    2011-07-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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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사랑2

    밀어차기가 현저히 줄어들어 수준높은 이전의 경기로 리턴한 느낌.
    차등점수와 턴차기로 이제 일렉프로텍터없이도 재미있는 경기가능성도 봄.
    경기인출신 입장에서 글을 쓴 한기자의 탁월한 태권도지식에 감사드림.무카스 화이팅~~

    2011-07-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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