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명 칼럼] 박철희의 파사권법, 불굴의 정신을 기리다

  


박철희 사범 수련 모습

박철희(朴喆熙·1933~ )는 권법(拳法)을 파사권법, 활인권법, 심지어는 완인(完人)권법 등으로 호칭하고 있다. 책의 이름에서 보이듯 권법 앞에 수식어는 파사(破邪)이다. ‘파사’란 불교용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준말이다. 즉 ‘삿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을 이르는 말이다.

‘破邪拳法(파사권법, 1958)’의 본령(本領·근본이 되는 큰 줄거리나 요점)은 권법무도의 부단한 수행으로서 마음을 기르고 몸을 단련하여 ‘불굴의 정신’을 함양하며 의(義)를 보면 과감히 돌진하는 굳센 장부의 기백을 양성함으로써(중략), 국민전체의 건전한 인격화를 도모하며 나아가서는 세계평화와 인류의 번영을 옹호하는 역량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 삼는다.

지은이는 1956년 5월경에 육군사관학교 교관을 하다가 제대를 한 후 그 해 7월부터 8월 12일까지 한 달간 해인사(海印寺) 홍제암(弘濟菴) 영자전(影子殿)에 들어가 ‘파사권법’이라는 책의 내용을 탈고하게 된다. 저술 동기란 신설동에 있을 때 최성규 중령이 미국에 가서 계속 수련을 하고 싶은데, 권법 수련하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사진을 찍어가야겠다고 해서 시작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권법이라는 명칭이 쓰이기는 고려중엽 제15대 숙종(肅宗)왕 때 백희(百戱)가 성행하여 일종의 정재(呈才 : 대궐 안 잔치에 하는 춤과 노래)로 나타나 음악과 병진하여 수박희 또는 권법이라 하여 수박희를 전문으로 개설 연무하였다. 인종(仁宗) 때에는 무사의 세력이 더욱 등양(騰揚·기세와 지위가 높아서 들날림)됨에 정중부(鄭仲夫) 등은 군인의 상예(常藝)로 행하였다(이하 생략).

일제 36년간에는 다만 ‘택견’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여러 곳에서만 수련하다가 해외로 유학했던 청년들이 귀국했다. 이 들의 의해 일본의 공수권법과 중국의 국술권법을 도입하여 ‘택견’과 아울러 정신수양과 청년들의 체력 향상의 방법으로 여러 곳에서 개설 교수한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파사권법 책 표지

여느 책과 다른 점은 겨루기(對鍊)에서 응용(자유)겨루기에 앞서 맞춰겨루기를 중히 여기고 있다. 맞춰겨루기는 세 번 또는 한번 맞춰겨루기로 구분된다. 수련에 앞서 행해지는 예(禮)의 본뜻에서 본래 공경과 친화의 뜻을 형태로서 표한 것이니 ‘마음과 동작이 일치하였을 때 비로소 참다운 예’라 할 수 있다고 한다.

무도에 있어서는 수련의 결과 약한 사람 또는 작은 사람이 강한 또는 큰 사람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그것은 과감한 정신력 불굴의 투지에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또한 합리적인 방공법(防功法)을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법(活法)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활법은 무도의 독특한 구급 처치법을 말하는 것으로 어떠한 충격을 받아 졸도하였다든지, 목을 졸리었다든지, 또는 가스로 인한 질식한 상태라든지, 물에 빠졌을 때 등, 말하자면 가사(假死)상태에 빠진 자를 소생시키는데 좀 더 효과적 수단방법을 이르는 용어이다.

단련법 편에는 단련대 만드는 법과 주먹단련법 등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그리고 격파 편에서 격파란 권법의 일부이며 단련된 손발 등 방공 부위의 위력정도를 시험해보는 것이라 한다. 격파는 체중과 힘의 집중여하에 따라 격파의 량이 증감되는 것이다.

끄트머리(末尾)에 ‘설문’을 싣고 있다. 호신술로서 제일 좋은 방법에 대한 질문에, 도망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또한 위험에 접근하지 말며 사소한 일로 다투지 말 것이다. 권법수련생들이 동경하는 단급에 대해서? 이 단급은 일본의 바둑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유도, 검도에서도 사용하며 권법에서도 사용한다. 이 단급은 수련생들의 기술연마에 많은 도움이 되고 수련연수를 표하는 데에도 좋은 방법이므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 당시의 단급의 표시로는 대개는 초심자로부터 6급까지는 흰색, 5~4급은 청색, 3~1급은 다색(茶色), 초단 이상은 흑색띠를 매어 표시한다.

꼬리말에서 거듭 권법은 호신술로서 가치보다는 ‘인격도야’에 먼저 힘쓸 것이며, 이 인격도야는 기술을 통한 고행으로만이 이뤄지는 것이니 쉬지 말고 계속 연습하여, 그 자체를 일상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수련을 해야 할 것이다.

[글.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 ㅣ gyongm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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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정연

    좋은 글 감사합니다.박철희 큰사범님께서는 요즘도 서울 종로어딘가에서 매주 "사운당권법"을 직접시연하고 지도하는 세미나식 수련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태권도협회의 창립 초기에 실무적 중책을 맡으셨고 공수도와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권법(?)사범으로 태껸전수에도 심혈을 기울이신 분입니다.아직까지 자기수련과 후학양성 현장을 지키시는 원로 큰사범님이십니다.언론과 지도자들이 함께 선생님을 모시고 공동으로 공개연수를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면 매우 의미깊은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2010-09-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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