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뒷담화]무뚝뚝 격투 사제간의 '하이파이브'

  

최영재와 권민석, '그 스승에 그 제자'


격투종목에는 선수만큼이나 유명한 코치들이 많다. 복싱 5체급을 석권한 매니 파퀴아오와 미국의 복싱전설 오스카 델 라 호야의 코치였던 프레디 로치를 비롯해 앤더슨 실바, 반다레이 실바, 마우리시오 후아 등을 배출한 슈트박스의 후지마르 페드리고 관장 등이다. 로치와 페드리고에 견주기는 힘들지만 국내에도 입식타격으로 제법 유명한 코치가 있다. 권민석의 수석코치이자 킥복싱으로 국내 최고 역사를 지닌 청무체육관의 최영재 관장이다.

청무체육관 최영재 관장과 권민석


최영재 관장은 국내에서 최초로 전 일본킥복싱연맹의 프로선수로 활동했다. 1989년 동안 약 3년간 낮에는 막노동을 하며 밤에는 킥복싱을 훈련한 것으로 유명하다. 1968년에는 국내 최초로 킥복싱 전문인 청무체육관을 개관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 전 일본킥복싱연맹 한국지부장을 맡아 국내 선수들의 일본 진출도 돕고 있다. 최 관장이 운영하는 청무체육관에는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그 중 한 명이 ‘꽃미남파이터’라고 불리는 권민석이다.

권민석(21,청무체)은 지난 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무신대회에서 권아솔의 대결에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승리 직후 권민석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최영재 관장과의 하이파이브였다. 권민석이 승리 후 최 관장과 하이파이브를 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권민석은 “관장님은 승리를 하더라도 칭찬을 하지 않는다. 어깨를 두드려 주는 정도가 전부다. 그게 관장님의 표현이다. 하지만 2년 전쯤인가. 나는 킥복싱 주니어웰터급 타이틀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승리 직후 순간적으로 관장님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예상치 못한 하이파이브에 관장님의 무뚝뚝함을 아는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도 하이파이브 이후 머쓱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그날 이후 의외로 하이파이브에 대한 주위 칭찬은 오래갔다(멋있다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관장님은 그날 이후 이길 때 마다 하이파이브를 해줬다(웃음)”고 말했다.

최영재 관장의 성격을 안다면 하이파이브는 놀랄 만한 일이다. 최 관장은 무뚝뚝함으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사람이다. 권민석이 지금처럼 경기가 많지 않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최 관장이 권민석에게 낚시를 가자고 제안했다. 그것도 밤낚시였다. 두 사람이 같이 낚시를 간다면 적막하고 얼음과 같은 분위기일 것이 뻔했다. 훈련이외에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권민석은 갖가지 핑계를 댔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같이 낚싯대를 붙잡게 됐다. 이날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정말 ‘딱 세 마디’였다고 한다. “밥먹자”, “머 먹을레?”, “가자”였다. 오히려 최영재 관장은 “(권)민석이가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기 때문에 많은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 낚시를 데려간 것이다. 또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야간산행을 하기도 했다. 나같은 관장이 또 어딨냐(웃음)”며 너스레를 떨었다.

관장님 앞에서 눈문 흘린 권민석


지난 3월 맥스코리아에서 권민석(왼쪽)이 임치빈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런 최 관장 앞에서 권민석은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권민석은 지난 2월 K-1맥스코리아 선발전을 일주일 앞두고 운동을 그만둘 각오였다. 권민석의 각오는 확고했고, 최영재 관장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얘기를 들은 최 관장은 “후회하지 않을 자신있냐. 일주일 생각하고 다시 와라”는 말을 남겼다. 권민석은 “분명 내 마음은 확고했는데 관장님의 말을 들으니까 눈물이 났다. 처음으로 토할 때까지 술을 먹고, 밤새도록 울었다. 결국 일주일도 다 채우지 못하고 체육관에 나갔고, 맥스코리아 선발전이 마지막 시험대라고 생각했다. 근데 신기하게 우승했다. 우승했는데 어쩔 수 없잖아. 그냥 다시 열심히 했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대해 최 관장은 “맥스코리아 선발전을 앞두고 민석이는 임치빈에게 겁을 먹었다. 스파링에서 매라운드마다 선배라고 꼬박꼬박 인사를 하면서 제대로 된 펀치를 뻗지 못했다. 그래서 화가 났고, 민석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일로 민석이가 좌절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맥스코리아 본선에서 권민석은 임치빈과 접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패했다. 이날 최 관장은 처음으로 권민석에게 “잘했다”며 칭찬을 했다. 최 관장은 승패를 떠나 임치빈에 대한 두려움을 떨쳤다는 것이 대견했다. 최 관장의 칭찬에 권민석은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최영재 관장과 권민석은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안다.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할 만큼 오랜 세월을 함께 했다. 당연 권민석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최 관장을 꼽았다. 권민석은 “관장님 아들 분께 미안해 죽겠다. 형(최영재 관장 아들)보다 내가 관장님에게 선물을 더 많이 받았다. 형한테는 선물도 많이 안하시는데 나에게는 신발, 옷, 유니폼 등을 사와서 던져주신다”며 “관장님의 은혜는 평생을 갚아도 모자랄 것”이라고 감사인사를 대신했다. 이를 들은 최영재 관장은 “민석이 부모님을 만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다. ‘민석이한테 하는 만큼 우리 아들한테 하면 난 좋은 아빠라고…”말하면서 “민석이가 이왕 운동을 시작했으니까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사진제공 : 청무체육관)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K-1 #무신 #격투기 #입식타격 #권민석 #최영재 #코치 #김성량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