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철의 복싱인사이드]①챔피언 조희재, '최악의 운동신경'

  

1회부터 10회까지 이어진 39분간의 난타전


KBC 황현철 총무부장

지난 달 30일 경기도 포천에서는 MBC ESPN의 주간고정 프로그램 프로월드컵 다이나믹복싱의 꼭지인 ‘코리안 챔피언십 토너먼트 2009’가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미들급과 슈퍼페더급 등 2체급 한국타이틀매치가 치러졌다. 이 날 스페셜매치로 링에 오른 조희재(22,신도)는 일본의 베테랑 구마노 카즈요시(미야다)와 경기를 가졌다. 조희재는 구마노와 경기시작부터 종료까지 약 39분간 화끈한 난타전을 벌여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현재 구마노는 28전 22승을 기록하며 까다로운 선수로 일본에서도 대전 기피 선수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는 교타자다. 앞서 일본챔피언이자 동양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이시이 이치타로를 격파하기도 했다. 조희재는 1회와 2회에서 연달아 구마노를 다운시키고 KO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구마노는 일본인 특유의 근성으로 이를 버텼다. 이후 3회부터 구마노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로 인해 조희재도 중반과 후반 수차례 강타를 얻어맞고 위험한 순간이 많았지만 뒤로 물러나지 않으며 위기를 극복했다. 물러서지 않는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은 10회를 마칠 때까지 수백 발씩의 펀치를 교환하는 타격전으로 전개됐고,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조희재는 초반에 승기를 잡고도 확실한 마무리를 하지 못해 상대의 기를 살려줘 역습을 허용한 것이다. 링 위에서 상대방과 단 둘만의 호흡으로 시합을 치러내야 한다. 그래서 멘탈 스포츠로 불리는 복싱은 그만큼 기 싸움이 중요하다.

승패를 떠나 아름다운 시합으로 각인될 이 경기는 4월 13일 월요일 밤 11시에 MBC ESPN 채널을 통하여 방송될 예정이다.

"소질로만으로는 1승도 어렵다."


라이트급 챔피언 조희재의 경기 모습


조희재는 현재 한국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김지훈(일산주엽), 전진만(삼성), 김정범(유명우범진) 등과 함께 세계타이틀 획득이 기대된다. 한국 프로복싱의 프로스펙트인 조희재는 값진 승리와 함께 파죽의 6연승(4KO) 행진을 이어갔다. 그의 총 전적은 16전 14승(8KO) 2패다.

2004년 7월 4일 고등학교 2학년이던 조희재는 여인수에게 4회 판정승을 거뒀다. 프로복싱에 뛰어든 이 대형 유망주는 큰 머리, 짧은 리치, 긴 허리, 순발력 등은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하드웨어만 놓고 본다면 사실 복싱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관을 지니고 있다. 조희재를 가장 기본자세인 ‘발떼기’부터 지도한 전 세계챔피언 권순천 관장은 “소질로만 따진다면 조희재가 한국랭킹은 커녕, 프로에서 1승을 거두기도 쉽지 않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프로데뷔 후 3연승을 거둔 조희재는 그 해 겨울 신인왕전에 출전했다. 이 경기에서 조희재는 전 한국챔피언인 우우성에게 판정패했다. 예선에서 탈락과 함께 처음으로 패배의 쓴 맛을 봤다. 당시 조희재는 우우성과의 경기에서 박빙 또는 약간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후 경기 종료를 몇 초 남긴 상황에서 파울을 당하며 고교생의 신인왕 꿈이 여지없이 짓밟혔다. 조희재는 신인왕전을 관람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신인왕전을 관람하던 그는 같은 체육관소속의 배재필이 신인왕에 이어 우수선수로 선정되는 모습을 보고 가슴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 오기는 재기 후 5연승(3KO)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조희재는 2006년 5월 20일 정읍에서 한국챔피언에 등극한다. 임동훈(극동서부)을 맞아 생애 처음 치른 한국 타이틀매치(슈퍼페더급)를 것이다. 조희재는 123초 만에 라이트훅 일발로 상대를 실신시키고 센세이션하게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로 인해 일약 한국 프로복싱의 간판 유망주로 발돋움한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지인진의 뒤를 잇는 확실한 세계챔피언 후보가 등장했다며 기대감이 들끓기 시작했다.


조희재가 프로월드컵 다이나믹에 출전해 김재환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그 해 12월 17일 지인진이 타이틀을 다시 찾은 날 조희재는 세미파이널에 출전해 고베를 마셨다. 이 대회에는 일본의 저명한 매치메이커 조 고이즈미, 대형 프로모터 혼다 아키히코, WBC 부회장 에릭 부하인, 렉스 워커 등 각국의 복싱 관계자들은 ‘포스트 지인진’으로 소개된 어린 한국 선수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도전자는 무려 11살이나 많은 늦깎이 신인 문병주(록키)로 전적도 5승 5패에 불과했다. 어린 나이에 받은 많은 관심이 부담되었을까. 조희재는 전문가들의 9-1의 우세 예상을 깨고 10회 판정패했다. 이 경기에서 조희재는 많은 펀치를 허용했다. 자신이 그 동안 치른 아홉 경기에서 맞은 펀치보다 훨씬 많았다. 이 패배로 그는 자신의 복싱경력에 두 번째 패배를 새겨야 했다.

이후 따라 붙은 과대포장, 속빈 강정 같은 비난과 조롱은 스무 살의 청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짐이었다. 하지만 조희재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쏟아지는 비난을 성숙하게 소화해냈다. 남들에게서 잊혀지는 사이 그는 더욱 강인한 복서로 성장하고 있었다. 신체의 불리함을 피나는 훈련으로 극복해낸 그는 비난과 약점을 겸허히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이후 조희재는 겸손함과 도전 의지가 가장 강한 무기로 자리잡았다.

비난을 이겨낸 조희재는 2007년 5월 19일 재기전을 치른다. 상대는 6승을 모두 KO로 장식하고 있던 필리핀의 하드펀처 페르난도 오티크였다. 재기전의 상대로는 분명히 버거웠지만 확실한 판정승으로 잠재웠다. 이후 4연속 KO승, 한국 라이트급 타이틀마저 거머쥐어 한국타이틀 2체급 제패에 이룬다. 문병주에게 쓰라린 패배 후 실망보다는 나름대로의 경기운영 방법을 배웠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조희재는 “관장님께서 왜 훈련할 때 구토가 나올 때까지 샌드백을 치라고 하신 줄 알 것 같다”며 퉁퉁부은 얼굴로 미소짓고 있었다.

39분의 사투를 버텨내고 승리할 수 있던 원동력, 스승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마음으로부터 터득해나가고 있는 이 멋진 청년은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점점 더 무서운 선수로 변모하고 있다. 아마 내후년쯤에는 세계타이틀을 허리에 두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황현철 부장 약력

1983년 고려고등학교
1987년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1994년 (주)성진기획 대표이사
2004년 한국스포츠출판사 대표
2004년 펀치라인 발행인
2006년 ~ 현재 사단법인 한국권투위원회 총무부장 및 링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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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용익

    멋진 기사 읽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황현철 총무부장님 퐈이팅!
    한국 권투 퐈이팅!

    2009-04-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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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피언스카웃

    아주좋은 인상적인 글입니다. 한국프로복싱의 진주 조희재 선수의 이런모습도잇었군요.
    조희재대구마노 경기가 기다려집니다
    프로선수로서의 소질이없엇다는것은 지금에알았고.그러나 부단한연습과 깨우침 노력으로
    한국라이트급정상을 차지하며 근성의화신 김재환을누르고 구마노선수까지 ..세계타이틀도전을기다려봅니다.

    2009-04-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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