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역근경' 과연 달마가 남긴 것인가?

  

[진영섭의 태극권 네 번째 이야기] 달마역근경과 소림사 그리고 태극권


진영섭 밝은빛연구소 소장

칠흙같이 어두운 깊은 밤.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사가 있는 숭산 소실봉을 향해 달려가는 검은 그림자가 하나 있다. 솟구치고 떨어지며 도약하는 신법이 범상치 않다. 도대체 누구기에 야심한 밤에 소림사를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

검은 색 야행복에 복면을 한 차림새로 보아 정식으로 소림사를 방문하는 자는 아닌 듯. 무슨 사연이 있어서 감히 소림사에 잠입하려 하는가. 복면인은 달려가면서 혼잣말을 하고 있다.

“서원평아 서원평! 오늘 반드시 장경각에서 달마역근경을 훔쳐서라도 얻어야 한다. 그렇치 않으면 가문을 부흥시키는 일은 희망이 없다. 아니, 그저 평범한 무사로 업신여김을 받으며 평생을 살아야 한다. 서원평아 서원평! 오늘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밤 복면인 서원평의 앞길은 순탄치만은 못할 것 같다. 무림의 태산북두이며 용담호혈이라는 소림사에 잠입하는 것도 모자라 소림사의 진산지보(鎭山至寶)인 달마역근세수경을 훔치려 하다니!

서원평은 담을 넘어 소림사에 잠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노승의 제지를 받고 내기를 한다. 즉 노승이 서원평에게 10초식을 양보하고 10 초식 안에 노승을 한발이라도 물러나게 하면 서원평이 이기고 물러나지 않으면 노승이 이기는 게임이다.

결과는 궁지에 몰린 서원평이 마지막에 기발한 착상으로 노승에게 이기고 또 악랄한 초식을 사용하지 않아 착하다는 점이 참작되어 노승은 슬쩍 길을 비켜주며 사형인 혜공대사가 20년이 넘도록 폐관하는 징계에 처한 곳으로 은연중에 보내게 된다. 또한 소림사가 서원평이나 일반 무림인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아닐터! 서원평은 얼마 가지 못하고 발각되어 혜공대사가 폐관 중인 곳으로 숨어들어가고 만다.

혜공대사가 누구인가. 소림사의 72종 절기를 소림사 역사상 처음으로 모두 터득한 고수로 역대 소림사의 고승 중에서도 가장 걸출한 고수이며 천하를 통털어도 그 짝을 찾을 수 없는 당대 제일의 고수이다. 다만 무술에 너무 심취하여 20여년 전에 문규를 어겨 당시 장문인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오늘날까지 폐관의 징계가 풀리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서원평은 혜공대사의 평생의 공력을 주입받고 또 달마역근경의 구결을 전수받아 후일 무림의 일대 고수가 된다.

무협소설에 밝은 분이라면 위의 내용이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군협지(群俠誌)”의 시작 장면임을 금새 알아차렸으리라. 군협지는 원제가 “옥채맹(玉釵盟)”으로 1950년대의 신무협소설이 번성하던 시절에 활약하던 중요 무협작가 중의 한 사람인 와룡생(臥龍生)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당시 우리나라에 무협소설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필자도 무협소설을 적지 않게 읽었고 또 와룡생의 작품 역시 상당량을 섭렵하였는데 그 중에서 가장 짜임새 있는 수작이라 하겠다.


달마 일위도강도

위의 내용에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절정고수의 필생의 공력을 주입받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달마역근경의 구결을 전수받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무협소설의 주인공이 절정고수, 그중에서도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설정이다. 여기에 기이한 인연으로 천년에 한번 만날 가능성도 크지 않은 영약까지 복용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위의 세 가지는 모두 허황된 꿈, 무협소설가가 독자를 대신하여 꾸어주는 공상일 뿐이다. 공력을 주입받거나 영약을 복용하여 무적의 내공을 단기간에 얻는다는 발상은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발상일 뿐이며 여기서는 달마역근경으로 표현된 비급(秘笈)을 얻거나 그 구결을 얻어 홀로 수련하여 고수가 된다는 것은 무술의 수련 자체를 모르는 소설가의 유토피아적인 공상일 뿐이다. 단순 동작으로 구성된 초보적인 무술(?)이라면 모를까 고급의 무술, 상승(上乘)의 무술이라면 독학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자아도취에 빠진 지나친 오만에 다름 아닐 것이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었다”고 하였지만 평소에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부단한 노력과 성실함으로 준비된 자만이 어느날 갑자기 유명해질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법이다.

각설하고, 많은 사람들이 달마역근경은 달마가 남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으며 그래서 달마대사의 이름을 따서 달마역근경이라고 부른다. 또한 적잖은 사람들이 이것을 사실처럼 선전하며 이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明 세종의 연호) 8년(1529년) 세종(世宗)의 연호. 기간은 AD 1522 ~ 1566년. 가정(嘉靖) 8년이면 1529년.에 간행된 《등봉현지(登封縣誌)》에 고증되어 수록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갈대잎 하나에 의지하여 장강(長江)을 건너거나 면벽을 하여 그림자로 바위벽에 흔적을 남긴 일 그리고 신발을 한짝만 신고 서역(인도)로 돌아갔다는 것은 날조된 신화”일 뿐이며 역근경(易筋經) 역시 절대 달마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등봉현지에서 분석한 달마역근경은 건강을 회복시켜 주고 특히 정력을 강하게 하여 후사(後嗣)을 잇는데 크게 도움이 되게 하는 도인술의 일종이다. 불교의 승려가 수련하기에는 썩 적절하지 않은 도인술이란 이야기!

사실 역근경(易筋經)에 승려의 그림으로 동작을 설명하고는 있으나 그 원리나 추구하는 내용은 도교나 혹은 중국 전래의 민간에서 행하는 도인술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선종의 초조(初祖) 즉 시조로 추앙되는 달마대사의 이름에 기댄 위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리되면 역근경은 소림무술의 기본이며 근간이며 달마대사가 소림무술을 창시하였다는 설은 근거가 매우 허약하게 된다. 굳이 달마대사가 무술을 하였다는 근거가 사료에 전혀 없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이.

[편집 =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영섭 #태극권 #밝은빛 #달마 #달마역근경 #칼럼 #진씨태극권 #양씨태극권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김재윤

    역근경이라하면 현재의 요가라 할수잇다

    2025-08-23 19:35:12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처사

    무술에 대한 체계적인 조예가 깊지 못한 경지에서는 이 기사가 유효하다. 또한 달마역근경 뿐 아니라 달마와 관련된 것은 역사적인 고증은 극히 초보적인 수준이다. 불가의 도를 깨치는 무수한 방법 중에 言下得道란 말이 있다. 그러니 어찌 비급이나 구결이 없다고만 하랴! 하나란 한개일 수도 있고, 전체일 수도 있는 것 처럼 말이다!

    2010-10-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독자

    잘보고있슴다... 좀 자주 업해주삼~~~ 화이팅

    2008-09-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진영섭

    저기 아래 독자님!! 글의 업데이트가 늦어 미안합니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글을 쓰고 업데이트하는 날자가 들쑥날쑥합니다. 기한 내에 맞출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2008-09-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진영섭

    그런가요...그 비슷한 내용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견문이 짧아서인지 다른 분들이 쓴 글을 참고하기보다는 내 자신의 판단에 따라 글을 쓰는 쪽이다 보니 그런 내용의 글이 있는지 몰랐군요. 필자가 10년도 더 전에 쓴 글을 내게 가지고 와서 본적이 있느냐고 보여주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2008-08-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인터넷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을 위주로 글을 쓰셨네요
    인터넷에 비슷한 내용이 있더군요

    2008-08-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독자

    근데...언제 업데이트되는거죠... 무지 오래걸리네요

    2008-08-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